40대 여성, 접종 뒤 '뇌척수염'.."국외서도 신고, 연관성 사례 없어"
최종진단 나오는 1개월 후 백신과 연관성 판단
40대 여성 간호조무사가 아스트라제네카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한 뒤 ‘급성 파종성 뇌척수염’ 진단을 받았다는 신고가 방역당국에 접수됐다. 이 환자의 질환과 백신의 연관성에 대한 판단은 최종검사가 완료되는 한 달 뒤에나 이뤄질 예정이다. 전 세계적으로 급성 파종성 뇌척수염과 백신의 연관성이 인정된 사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19일 코로나19예방접종대응추진단과 서정숙 국민의힘 의원의 설명을 들어보면, 경기도의 한 병원에서 근무하는 이 환자는 지난달 12일 백신 접종을 받은 뒤 두통을 느끼기 시작했다. 일주일 뒤엔 두통과 함께 두드러기 증상이 나타났고, 두 주 뒤엔 병원 진료를 받았으나 증상이 나아지지 않아 지난달 31일 입원했다. 입원한 이후에 두 다리에서 힘이 빠지는(양하지 위약) 증상이 진행됐다. 이 환자가 입원한 병원에선 1차 진료 소견을 ‘급성 파종성 뇌척수염’으로 내렸다. 서 의원은 “이 환자가 지난 1월 병원에 채용되는 과정에서 받은 건강검진에서는 특별한 기저질환이 발견되지 않은 건강한 상태였다”고 말했다.
방역당국은 이 환자가 보인 이상반응과 백신의 연관성을 확인하기 위해선 한 달 이상의 시간이 더 걸릴 예정이라고 밝혔다. 박영준 추진단 이상반응조사지원팀장은 “최종적으로 진단을 명확하기 위해 한 달쯤 뒤에 다시 검사한다. 그 이후에 (이상반응과 백신의 연관성) 심의를 의뢰하면 질병관리청 예방접종피해조사반에서 심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환자는 현재 증상이 더 악화하지는 않아 일반병실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추진단에선 국외에서도 백신 접종 이후 급성 파종성 뇌척수염이 신고된 사례가 있었으나, 백신과 연관성이 인정된 사례는 아직 없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 팀장은 “백신 접종자 중에서 급성 파종성 뇌척수염이 발생한 비율이 일반 인구집단에서 발생한 자연발생률 보다 높게 나타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이 질환의 월평균 자연발생률은 100만명당 0.3명 정도다. ‘혈소판 감소증을 동반한 희귀 혈전증’을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부작용으로 인정한 유럽의약품청(EMA)에서도 아직 급성 파종성 뇌척수염을 이상반응이나 부작용으로 분류하지는 않았다.
급성 파종성 뇌척수염은 중추신경계의 신경세포(뉴런)의 세포체에서 길게 뻗어 나온 가지(축삭돌기)를 둘러싼 부분이 벗겨지는 질환이다. 항체가 신경세포의 단백질을 바이러스로 오인하고 파괴하면서 생겨난다. 통상 인플루엔자 같은 감염병에 걸리거나 홍역 등 예방접종을 받은 이후에 발생한다. 감염 또는 예방접종 뒤 평균 4~21일의 잠복기를 두고 두통 등 신체 전반에 걸친 증상이 나타난 이후에 증상이 진행되면서 반신 불완전마비 등 신경학적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사망률은 10~30%로, 생존할 경우에는 90% 정도에서 신경학적 증상이 완전히 회복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편, 질병청 예방접종피해조사반은 최근 개최한 7·8차 회의에서 코로나19 백신을 맞은 뒤 이상반응으로 신고된 사망사례 11명에 대해 조사한 결과 백신과의 관련성이 낮다고 판단했다고 이날 밝혔다.
피해조사반은 지난달 24일부터 이달 8일까지 이상반응으로 신고된 사망사례 11명에 대해 심의했다. 사망자의 연령대를 보면, 60대 이상이 10명이고 40대가 1명이다. 사망자 가운데 9명은 요양병원이나 요양시설 입원환자와 입소자였다. 나머지 2명은 병원급 의료기관에 입원해있던 환자 1명과 75살 이상 고령자 대상군에 해당하는 1명이다. 이들 모두 평소 지병(기저질환)을 앓은 것으로 조사됐다. 기저질환의 종류를 보면, 순환계통, 신경계통, 정신·행동장애, 호흡계통, 악성 신생물(암) 등 다양했다. 조사반은 “현재까지 수집·분석된 자료를 근거로 보면 폐렴, 뇌경색 등 다른 원인에 의한 사망 가능성이 크고 백신과의 관련성은 낮다고 판단된다”며 “접종 뒤 이상반응과 사망과의 인과성을 인정하기 어려운 것으로 평가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조사반은 2명에 대해서는 현재 진행 중인 부검 결과를 확인한 뒤 심사 결과를 재논의할 방침이다.
조사반은 접종 뒤 중증 이상반응 의심 사례 17건도 심의했다. 접종자들은 혈압 저하, 하지 통증, 호흡곤란 등 여러 증상을 신고했지만 17건 모두 백신과의 인과성을 인정하기 어려운 사례인 것으로 판단됐다고 추진단은 전했다. 다만 중증 전신 알레르기 반응인 ‘아나필락시스’ 의심 사례 2건은 백신 연관성이 높은 것으로 평가됐다. 예방접종피해조사반 위원인 서은숙 순천향대 의대 교수는 “두 사례 모두 접종 후 10분 이내에 호흡곤란과 피부발진, 부종, 소양감 등이 나타났고, 따라서 아나필락시스 반응에 속하는 것으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김지훈 기자 watchdo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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