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기사 이렇게 읽어요] 마침표 찍은 LG·SK 배터리분쟁..'합의금 2조' 영업비밀이 뭐길래

영업비밀은 외부에 공개 안되고
비밀로 관리된 생산·경영정보
특허는 발명에 부여된 독점권리

◆ 경제신문은 내친구 ◆

배터리 기술 침해 여부를 놓고 한 치의 물러섬도 없었던 LG와 SK가 지난 11일 '극적 합의'에 이르면서 분쟁에 마침표를 찍었다. SK이노베이션이 LG에너지솔루션에 총액 2조원(현금 1조원+로열티 1조원)을 지급하는 데 합의하면서 소송을 마무리하기로 한 것이다. 분쟁의 핵심은 차세대 기술로 주목받는 전기차 배터리로 사용되는 2차전지 기술에 관한 영업비밀과 특허권 침해 여부였다. 영업비밀과 같은 지식재산권이 무엇이길래 천문학적인 합의금을 지급해야 하는지 궁금해진다.

―사건의 진행 상황은 어떻게 되나.

▷LG와 SK의 배터리 소송은 2017~2019년 LG에너지솔루션(당시 LG화학) 직원들이 SK이노베이션으로 대거 이직하면서 시작됐다. 당시 LG 직원 100여 명이 옮기면서 LG는 자사 배터리 핵심 기술을 SK가 조직적으로 탈취했다고 의심했다.

이에 LG는 2017년 10월 SK이노베이션에 '전지 핵심 인력 스카우트 자제 공문'을 발송했고 2019년 4월에는 LG에너지솔루션이 SK이노베이션을 상대로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 영업비밀 침해로 소송을 냈다. 이후 양사는 ITC에 서로에 대해 특허권 침해를 사유로 소송을 제기하면서 감정의 골이 깊어졌다.

―영업비밀이란 무엇인가.

▷영업비밀이란 공공연히 알려져 있지 아니하고 독립된 경제적 가치를 가지는 것으로서 비밀로 관리된 생산 방법, 판매 방법, 그 밖에 영업활동에 유용한 기술상 또는 경영상 정보를 말한다(부정경쟁 방지 및 영업비밀 보호에 관한 법률 제2조 제2호).

LG는 SK가 자사 인력을 빼가는 과정에서 광범위한 영역에서 영업비밀이 다량으로 유출된 정황들을 확보했다고 주장했다. 즉 SK가 경력직원을 채용하는 면접 과정에서 LG화학의 배터리 기술에 대한 세부 내용이 기재된 발표 자료를 면접 전까지 제출하도록 하고 지원자가 수행했던 프로젝트를 상세하게 발표하도록 요구하는 등 방법으로 영업비밀을 침해했다는 것이다.

ITC는 영업비밀 소송에서는 SK이노베이션이 LG 측 영업비밀을 침해했다고 인정하고 미국 내에 배터리 팩과 셀, 모듈 등 전 제품에 대해 10년간의 수입금지 명령을 내린 바 있다.

―이번 분쟁에서 특허 침해 소송도 제기됐는데.

▷특허란 최초로 발명한 사람에게 일정 기간 독점적인 권리를 주는 것을 말한다. SK이노베이션은 LG화학의 영업비밀 침해 소송에 대응하기 위해 2019년 9월 ITC에 LG화학이 배터리 셀, 파우치, 제조 공정 등 관련 특허를 침해했다고 제소했다. LG화학도 이에 대응해 SK이노베이션을 상대로 분리막, 양극재 등의 특허 침해로 맞소송을 제기했다.

ITC는 영업비밀 침해 소송에서 LG 측 손을 들어준 것과 달리 특허 침해 소송에서는 다른 판결을 내렸다. ITC는 LG에너지솔루션이 제기한 배터리 분리막 등 특허 침해와 관련해 SK이노베이션이 관련 특허를 침해하지 않았다는 예비 결정을 내렸다.

―영업비밀과 특허의 차이점은.

▷영업비밀과 특허권은 모두 일종의 지식재산권이라 할 수 있다. 지식재산권은 산업재산권, 저작권, 신지식재산권으로 나뉘는데, 영업비밀은 신지식재산권에, 특허권은 산업재산권에 포함된다.

특허는 발명을 대중에게 공개(특허 출원)한 대가로 20년간 배타적인 권리를 부여받는다. 반면 영업비밀은 외부에 공개되지 않고 회사 내에서 비밀로 관리된 생산·판매 방법 등도 보호받는다. 기술뿐 아니라 경영상 정보도 보호 대상이 될 수 있어 보호 대상이 넓다.

―양사의 합의 내용은.

▷이번 합의에서 SK이노베이션은 LG에너지솔루션에 현재 가치 기준 총액 2조원을 지급하기로 했다. 합의금은 현금 1조원에 로열티 1조원으로 결정됐다. 또한 배터리와 관련한 국내외 소송을 모두 취하하고 향후 10년간 추가 쟁송도 하지 않기로 했다.

이번 합의로 ITC가 내린 SK이노베이션의 수입금지 조처 등은 무효가 된다. SK이노베이션은 조지아 1·2공장 건설은 물론 폭스바겐·포드에 배터리 납품도 예정대로 진행할 수 있게 됐다. 또 LG에너지솔루션도 5조원 규모 미국 배터리 사업에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박기효 기자 / 김예은 경제경영연구소 인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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