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속도 5030' 첫 출근길 시민들 "주먹구구 vs 제도 불가피"

백창훈 오미란 최대호 조준영 이상휼 고귀한 김종서,박대준 기자 2021. 4. 19.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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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기사들 "속도제한 탄력 운영 필요" 요구
시·도마다 단속 시점 제각각..운전자들 '혼란'

(전국=뉴스1) 백창훈 오미란 최대호 조준영 이상휼 고귀한 김종서,박대준 기자 = "오늘부터 단속하는 건 아니죠? 제한속도가 50km로 줄어든 거 모르고 평소처럼 운전하고 왔는데…"

19일 아침 서울에서 출발해 고양시의 직장에 도착한 A씨(45)는 정부의 '안전속도 5030'이 전면 시행에 들어갔다는 소식을 뒤늦게 듣고 혹시나 과속카메라에 단속되지 않았을까 걱정스러운 마음에 책상에 앉자마자 서둘러 관련기사 검색에 나섰다.

그러나 각 시도나 경찰서별로 단속 시점이나 유예기간 등을 정확히 알려주지 않아 운전자들을 혼란스럽게 하고 있다.

사실 '안전속도 5030'은 앞서 이틀전인 17일부터 전국적으로 시작된 가운데 차량운행이 적은 주말은 별다른 혼란이 없었지만 시행 후 첫 출근길에 나선 시민들은 달라진 도로상황에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특히 유예기간 중이기 때문에 단속되지 않는다는 이야기까지 돌면서 각 경찰서에는 이날 시민들의 관련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

A씨의 경우 과속카메라 지점에서 과속을 했다면 속도위반으로 단속됐을 가능성이 높다. 고양시를 관할하는 경기북부지방경찰청의 경우 당장 17일부터 단속에 나서 과태료를 부과 중이다. 반면 충북 등 일부 시·도의 경우 도로시설 공사가 늦어지면 3개월간의 유예기간을 더해 올 여름에야 본격적인 단속에 나선다.

이런 가운데 하향조정된 속도를 체험한 시민들의 찬반 논란이 하루종일 계속됐다.

◇택시·화물 "현실 무시"…택배 "우린 괜찮아"

교통사고를 줄이기 위한 불가피한 정책이라는 의견도 많았지만 일부 운전자들은 '여론 수렴'이나 '홍보'가 부족했다며 불만을 쏟아냈다.

특히 택시나 화물차 등 운전을 생업으로 하는 기사들은 노골적인 불만을 털어놨다.

부산역 인근에서 만난 30년 경력의 택시기사 송모씨(70대)는 “속도 제한으로 빨리 갈 수 없는 상황인데 손님들은 자꾸 빨리 가달라고 재촉하는 경우가 많아서 난처하다. 스쿨존 주변에서는 30km 속도로 가고 일반 도로에서는 60km 정도로는 달릴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동료기사인 최모씨(70대)도 “시간대 무관하게 일률적으로 속도를 제한하는 것은 조금 아쉽다. 차가 많은 출근 길이나 도로가 뻥뻥 뚫린 새벽에도 굳이 이렇게 까지해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수원지역 택시기사 김모씨의 경우 “왕복 8차선 도로 등 굳이 속도제한 필요성이 없는 도로도 시속 50㎞로 제한된 곳이 많다"며 "취지는 좋지만 대로에서 갑자기 속도제한이 걸리면서 교통 흐름이 끊기는 상황이 종종 발생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택시와 함께 시간이 돈인 화물차들도 불만이다.

화물차 운전기사 박모씨(59·충북 진천군)는 “사고 예방을 위해 주행 속도를 제한하는 건 이해하나 시속 50㎞는 낮아도 너무 낮다. 직업 탓에 종일 운전하는 사람들은 피로감이 극심할 수밖에 없다”며 “차라리 보행자가 많은 등교 시간 등 시간대별로 탄력 운영하는 게 나아 보인다”고 말했다.

이에 반해 같은 운송업종인 택배기사들의 경우 의견을 달리했다.

수원지역에서 택배업에 종사하는 이모씨(56)는 “제도 시행도 좋지만 운전자들의 교통법규 준수 의식이 먼저 높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충청택배노조 관계자도 “택배는 차가 무거워서 원래부터 도로 제한속도를 잘 지키는 편”이라며 “다른 운송업계에서는 불만의 목소리가 나올 수 있겠지만, 우리는 별다른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실제 운전자들과 달리 대다수 학부모들도 빠른 제도 안착을 바라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학부형 이모씨(41·여·청주)는 “어린 학생과 같은 보행 약자를 위해서도 진작에 시행했어야 할 정책”이라며 “물론 시행 초기 운전자들이 큰 불편을 겪겠지만, 금방 안착돼 생활화 될 것이라 생각한다”고 전했다.

5030 캠페인 진행 중인 모습© 뉴스1

◇ 부산 등 일부 선행·시범지역 사고 실제로 줄어

이처럼 제도의 시행 목적이 교통사고를 줄이기 위한 것이기 때문에 운전자들도 대놓고 반발할 수 없는 모양새다.

속도 하향조정의 효과는 이 정책을 앞서 시행중인 부산시를 살펴보면 알 수 있다.

부산은 2019년 11월부터 2020년 5월까지 ‘안전속도 5030’ 계도기간을 거친 이후 이미 시행 중이다. 부산경찰청에 따르면 정책 시행 이후 2020년 전체 사고 건수는 1만2091건으로 2019년 1만3250건 대비 8.7% 감소했다. 보행 중 사망자 수도 2019년 71명에서 2020년 47명으로 33.8%나 줄었다.

충청북도도 이 정책을 청주 도심에서 시범 운영한 결과 기대만큼의 효과를 얻었다고 밝혔다.

지난해 9월부터 현재까지 약 8개월간 시범운영 기간동안 교통사고는 전년 같은 기간 대비 27.5%(131건→95건)나 감소했으며, 교통사고 역시 66.7%(18건→6건) 감소했다. 사망사고는 단 한 건도 나오지 않았다.

경찰 관계자는 “주행속도 제한에 따른 교통정체 현상은 크게 나타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으며, 정책 시행 구간 평균통행속도는 기존과 비교해 평균 1.9㎞/h 밖에 줄지 않았다”고 밝혔다.

17일부터 고속도로나 자동차전용도로가 아닌 일반 도로에서 시속 50km를 초과해 운전을 하다 적발되면 과태료가 부과된다. 행정안전부와 국토교통부, 경찰청은 도시 일반도로의 제한속도를 시속 50km로 낮추는 '안전속도 5030' 정책이 전국으로 전면 시행된다고 지난 15일 밝혔다. 16일 서울 중구 을지로1가 사거리에 시속 50km 이하 주행을 알리는 속도 제한 표지판이 설치돼 있다. 2021.4.16/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 시·도 단속시점 제각각…표지판 교체 시점이 관건

이같은 효과에 ‘안전속도 5030’을 조기정착시키기 위해 각 시도에서는 1년 전부터 도로표지판 등 시설물 정비에 나섰다. 기존 60~70km의 속도 표지판을 50km로 수정해 놓아야만 실제 단속에 나설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시설물 정비를 마치더라도 운전자들이 충분히 숙지할 수 있도록 보통 3개월간의 단속 유예기간을 두고 있다. 이에 각 지방경찰청마다 단속 개시 시점이 달라지는 혼란이 야기되고 있다.

대전경찰청은 운전자의 혼란을 최소화기 위해 단속을 3개월간 유예하고, 유예기간 마지막 1개월은 고정식 무인교통단속장비로 확인된 위반 운전자에 대한 과태료 통지서 대신 계도장을 발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대전시도 국비 5억2000만원과 시비 28억원을 투입해 속도 하향 사업과 교통안전표지 정비사업을 병행 추진할 방침이다. 또 최적의 교통신호체계가 유지되도록 신호운영체계도 정비할 계획이다.

대전의 경우 정비사업 완료 시점을 감안할 경우 3개월간의 유예기간을 적용, 빠르면 7월말이나 8월 중순부터 단속이 가능할 전망이다.

광주광역시도 본격적인 단속을 시작했지만 전남지역은 여수·순천·화순·담양·진도 등 5개 시군만 시행 중이다. 나머지는 단속카메라와 표지판 설치공사가 진행중이다.

충북지방경찰청도 “표지판 정비공사 완료시점을 특정하기 어려워 단속을 언제 시작할지 확답하기 어렵다. 표지판 공사 교체 후 3개월간의 유예기간은 같다”고 전했다.

반면 제주특별자치도도 만반의 준비를 마치고 정책 홍보에 한창이다. 이미 안전속도 5030 정책이 적용되는 56개 구역 총 334㎞ 구간에서는 제한속도 관련 표지판·노면 표시, 단속 카메라 속도 하향 조정 등의 시설물 정비 작업이 모두 끝난 상태다.

경기북부경찰청의 경우 지난 1월 표지판 교체공사가 모두 마무리돼 3개월간의 유예기간을 감안, 당장 지난 17일부터 단속을 개시했다.

인천도 지난해 12월 16일 교체공사를 모두 마치고 유예기간을 거쳐 지난달 16일부터 다른 시도보다 빠르게 단속을 시작한 경우다.

이같은 지역마다 제각각의 단속에 대해 일관성 없는 정책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이영진씨(44·고양시·자영업)는 “도로의 표지판이 기존처럼 60~70km 그대로인 곳이 많다. 상당수 운전자들도 법이 바뀐지조차 모른다. 여기에 지역마다 단속하는 시기도 다르다. 이런 밀어붙이기식 정책이 말이 돼냐”고 꼬집었다.

djpark@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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