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바이러스와 레저스포츠 동행, 어떻게 준비할 것인가
낯선 바이러스의 등장: 코로나19와 레저스포츠산업
2019년 12월 처음으로 감염이 확인된 코로나19는 급속하게 전 세계로 확산되기 시작했다. 세계보건기구(World Health Organization, WHO)는 2020년 1월 국제적 공중보건 비상사태(PHEIC)를 선언했으며, 두 달 후인 3월에는 코로나19의 확산을 세계적 범유행(Pandemic)으로 격상시켰다. 인류가 처음 접하는 이 낯선 바이러스는 발생 일 년이 넘도록 진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으며, 백신 개발을 비웃듯 새로운 형태의 변이 바이러스마저 등장하여 사태를 더욱 심각하게 만들고 있다.
특히, 코로나19의 확산은 사람 사이의 대면과 접촉이 필수적인 레저스포츠산업에도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환경변화를 가져왔고 그 변화는 현재도 계속 진행 중이다. 코로나19 상황은 장기화에 돌입하였으며 <그림 1>과 같이 세 가지 시나리오에 따라 앞으로 최대 2년까지 세계적 범유행이 계속될 것으로 전망되기도 한다. 즉 지금으로서는 레저스포츠산업 환경이 코로나19 발생 이전으로 돌아갈 수 있을 지에 대한 보장이 어렵고, 환경변화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코로나19로 인해 급격한 환경변화를 겪고 있는 레저스포츠산업이 지속적으로 성장해 나가기 위한 방안을 모색해 보고자 한다.
무엇이 어떻게 달라지고 있나?
(1) 레저스포츠산업 환경변화
2020년 레저스포츠산업 실태조사(한국스포츠정책과학원, 2020)에서는 레저스포츠산업 업종을 시설업, 유통업, 제조업의 세 가지로 분류하고 업종별 코로나19로 인한 경영현황 변화 등을 포함한 조사를 실시하였다.
먼저 업종별 전년 대비 월평균 매출액 변화를 살펴보면, <그림 2>에서 알 수 있는 바와 같이 시설업의 경우 전년 대비 매출액이 감소한 사업체가 97.1%, 매출액의 변화가 없는 사업체가 2.5%, 매출액이 증가한 사업체가 0.4%로 나타났다. 이어 유통업에서는 매출액이 감소한 사업체가 60.1%, 변화가 없는 사업체가 33.8%, 매출액이 증가한 사업체는 6.2%로 조사되었으며, 제조업의 경우에는 매출액이 감소한 사업체가 58.9%, 변화가 없는 사업체가 32.3%, 매출액이 증가한 사업체가 8.8%로 나타났다. 이처럼 레저스포츠 관련 사업체들은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고 있으며, 그 중에서도 소비자와의 대면 활동 비중이 높은 시설업의 피해 정도가 매우 심각함을 알 수 있다.
레저스포츠 이용자의 소비실태 역시 코로나19로 인한 영향을 받고 있다. 2020년 레저스포츠산업 실태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코로나19 확산 이후 이용자의 레저스포츠 참여빈도와 소비에도 큰 변화가 나타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조사에서 레저스포츠 참여 경험이 있는 응답자 중 57.5%는 코로나19 확산 이후 레저스포츠 참여빈도가 감소하였다고 답변하였고, 참여빈도에 변화가 없는 응답자는 41.4%, 참여빈도가 증가한 응답자는 1.0%로 나타났다. 그리고 참여빈도가 감소한 응답자의 코로나19 확산 이전 대비 레저스포츠 활동이 줄어든 비율은 평균 46.2%로 조사되었다. 또한, 레저스포츠와 관련한 소비의 변화를 살펴보면 코로나19 확산 이후 소비가 감소한 응답자는 46.5%로 나타났으며 소비에 변화가 없는 응답자는 52.7%, 소비가 증가한 응답자는 0.8%였다.
레저스포츠 관련 소비의 세부 내역별 감소 현황을 살펴보면 <그림 4>에서 알 수 있는 바와 같이 시설 이용, 강습 등을 포함하는 레저스포츠 활동 경비의 소비 감소 비중이 80.8%로 가장 높게 나타났으며, 그 다음으로 레저스포츠 용품 구입 관련 소비 감소 비중이 22.5%로 조사되었다.
레저스포츠 활동 경비와 용품 구입을 위한 소비의 감소는 결국 레저스포츠 시설 운영자와 용품 및 서비스 제공자의 매출 감소로 이어져 레저스포츠 시장의 위축을 가져오게 된다. 특히, 코로나19 상황의 장기화로 인한 레저스포츠 참여와 관련 소비의 지속적인 감소는 사업체 뿐 아니라 레저스포츠산업 전체의 생존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2) 레저스포츠 소비자 행동 변화
코로나19 상황의 장기화는 개별 소비자의 행동에도 영향을 미쳐 새로운 소비문화를 형성하고 있다. 한국스포츠정책과학원에서 수행된 연구 결과에 의하면 소비자의 제품 구매 또는 서비스 이용을 위한 의사결정 과정에 영향을 미치는 전통적인 영향요인인 인구통계, 지리적 변수, 심리나 문화 외에 새로운 요인이 등장하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림 5>에 나타난 것과 같이, 코로나19로 인해 소비자들은 스포츠시설이나 서비스를 이용하거나 스포츠용품을 구매하는 과정에서 사람 사이의 물리적 접촉을 최소화하는 비대면·온라인 옵션을 중요한 구매의사결정 요인 중 하나로 인식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코로나19로 인해 바뀐 소비문화와 관련한 PYMNTS.com사의 조사에서는 소비자들이 비대면·온라인 제품 구입을 선호하는 가장 큰 이유로 ‘코로나19 감염을 예방할 수 있다’라는 응답이 가장 높게 나타났다. 이어서 비대면·온라인 쇼핑이 제품 구입을 위해 직접 매장을 방문하는 것보다 더 편리하고 쉽기 때문인 것으로 조사되었으며, 제품 구매 과정에 소요되는 시간의 감소가 세 번째 이유로 나타났다. 이처럼 코로나19는 소비자의 레저스포츠 이용 및 관련 제품 구매 과정에서 비대면·온라인 옵션의 중요성을 높이는 전환점이 되었고, 새로운 소비문화를 형성하여 레저스포츠 서비스 제공자와 제품 생산자의 비대면·온라인 옵션 확보 여부가 경영성과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요인으로 자리 잡을 것으로 전망된다.
어떤 준비가 필요한가?
(1) 종목별 방역체계 마련과 활동 재개 가이드라인 수립
코로나19 상황의 장기화 속에서 레저스포츠 활동이 지속적으로 유지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종목별 코로나19 취약 수준에 대한 파악이 선행되어야 한다. 레저스포츠는 종목별로 야외 및 실내, 단체 및 개인, 육상 및 수상 등의 다양한 특성을 지니고 있다. 따라서 종목별 특성을 고려한 차별화된 방역체계를 마련하여 레저스포츠 서비스 제공이 지속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해야 한다. 또한 2020년 3차례에 걸친 범유행을 통해 경험한 바와 같이 급속한 코로나19 확산 이후 오히려 레저스포츠 활동이 증가하는 현상에 대한 준비도 필요하다.
영국의 경우 <그림 6>과 같이 코로나19 위험 수준별 대응 단계를 설정하고 각 단계별로 레저스포츠 활동 참여에 대한 기준과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위험 수준에 따라 레저스포츠 활동에 참여하는 인원의 수를 지정하고, 각 단계별로 실내 및 실외 활동 허용 여부에 대한 기준을 마련하였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enters for Disease Control and Prevention, CDC)는 헬스장과 피트니스 센터 경영자의 코로나19 확산 단계별 대응 역량을 향상시키기 위해 스포츠시설업 운영과 관련한 체계적인 가이드라인을 제공하고 있다. 그리고 미네소타주 보건부에서도 ‘STAY SAFE MN’이라는 슬로건 아래 코로나19 확산 상황에 따른 스포츠시설업 운영에 대한 구체적이고 명확한 안전 가이드라인을 지속적으로 보급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범유행 기간 동안 위축된 레저스포츠산업을 정상궤도로 끌어 올리기 위해서는 레저스포츠 종목별 특성과 코로나19 확산 단계별 위험 수준에 적합한 대응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코로나19 확산 또는 진정 단계별로 종목별 레저스포츠 활동 참여를 위한 기준과 매뉴얼을 설정하여 안전이 확보된 상태에서 체계적인 레저스포츠 활동을 재개할 수 있는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2) 피벗팅(Pivoting)을 통한 비즈니스 모델의 전환
코로나19로 인해 급격하게 변화하는 경영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 이미 국내·외 많은 기업들이 기존의 비즈니스 전략을 수정,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며 경영성과를 내기 시작했다. 코로나19 범유행으로 인해 가장 심각한 피해를 입은 업종 중 하나인 항공업의 경우 발 빠른 피벗팅을 통해 코로나19와 동행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해 나가고 있다. 국제항공운송협회(International Air Transport Association, IATA) 발표에 의하면 코로나19 확산 이후 여객 운송은 급감하였지만 화물 운송은 오히려 증가하는 현상이 나타났으며 그 원인 중 하나는 코로나19와 관련된 의약품과 의료장비였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4만 6600편의 특별기가 150만 톤의 의료장비를 운송하였다.
이 같은 환경변화에 발맞추고자 항공사들은 여객기를 화물운송기로 개조, 기업의 가용자원을 재배치하였다. 국내 대표 항공사인 대한항공은 공격적인 피벗팅으로 위기를 또 다른 기회로 만드는 데 성공했다. 대한항공은 여객기를 활용하여 화물칸은 물론 객실의 선반(Overhead bin)에도 화물을 싣기 시작했고, 좌석에 화물을 실을 수 있는 시트백(Cargo seat bag)도 설치했다. 그 다음 단계로 승객용 좌석을 제거하고 화물칸으로 개조하여 화물 수송 가능량을 22톤에서 34톤으로 1.5배 이상 늘렸다.
그 결과 2020년 기준 주요 항공사들의 재무 정보를 살펴보면 델타항공은 124억 달러(13조 9000억 원), 유나이티드 항공은 77억 달러(8조 6000억 원)의 손실액을 기록하였지만, 대한항공은 2300억 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하였다. 기업의 경영실적에는 다양한 요인들이 영향을 미칠 수 있지만, 대한항공의 신속한 피벗팅은 코로나19로 인해 다른 기업들이 겪은 어려움을 고려할 때 경영실적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고 생각한다.
레저스포츠산업도 코로나19에 따른 환경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기존의 사업전략과 비즈니스 모델을 전환하는 적극적인 피벗팅을 해야한다. 레저스포츠는 대부분 시설을 중심으로 서비스가 제공되므로 코로나19 상황이 장기화될 경우 기존의 인프라를 활용하는 방안이 사업방향 수정에 투입되는 자원을 최소화하면서 새로운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전략이 될 수 있다. 또한, 레저스포츠는 자연환경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 비즈니스 모델 전환 시 이와 관련한 각종 규제 등으로 인해 신속한 피벗팅에 어려움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레저스포츠산업의 피벗팅에 수반되는 주요 전환 장벽인 자연환경 관련 법, 제도 및 행정절차 등에 대한 검토도 이루어져야 한다.
코로나19와 레저스포츠산업의 동행
예고 없이 찾아온 코로나19 상황의 종식에 대해서는 어느 누구도 쉽게 예상하기 어려운 만큼 당분간 우리는 마스크를 쓰고 방역지침을 준수하며 생활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레저스포츠산업은 코로나19로 인해 가장 많은 영향을 받고 있는 분야 중 하나이다. 코로나19 상황의 장기화로 위축된 레저스포츠산업 관련 고용, 소비 등 경제활동의 회복을 위해서는 일상으로의 복귀만을 마냥 기다리기보다 코로나19라는 낯선 바이러스와 함께 공존할 수 있는 방안을 찾는 것이 더 효율적이고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
레저스포츠 종목별 특성을 고려한 차별화된 방역체계와 운영 가이드라인의 마련 및 보급, 그리고 기존의 비즈니스 모델을 전환하여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는 피벗팅은 레저스포츠산업과 관련된 경제활동의 회복을 위한 기본적인 지향점이라고 할 수 있다. 정부와 사업체, 학계 등 레저스포츠산업 이해관계자 모두가 코로나19 장기화 상황 속에서 레저스포츠산업을 유지하고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 내기 위해 함께 고민해야 한다.
인류의 역사를 되돌아보면, 기술의 발전과 함께 삶의 방식에 혁신적인 변화가 계속되어 왔다. 최근 4차 산업혁명으로 불리는 융복합기술의 발전은 우리의 상상 속에서만 존재하던 제품과 서비스를 현실로 구현하면서 인류의 삶을 또 한 번 혁신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역사를 통해 알 수 있듯이 인간이 가진 기본적인 욕구 중 하나인 레저스포츠 활동은 끊임없는 기술의 발전과 환경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그 무엇으로도 대체하기 어렵다. 지금과 같은 위기 상황 속에서 레저스포츠를 안전하게 즐기기 위해서는 코로나19라는 낯선 바이러스와의 동행을 위한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
* 한국스포츠정책과학원이 발행하는 <스포츠 현안과 진단> 기고문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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