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 '음', '그' 감탄사, 자연스러운 언어 표현 과정이라고 생각해 주세요
누구나 일상에서 습관적으로 내뱉는 말이 있다. 의식적으로 표현하는 것이 아니기에 자신의 말 습관을 알아채는 일은 사실 쉽지 않다. 많은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말 습관 중 하나는 감탄사를 사용한다는 점이다. 감탄사란, 발화 중간에 끼어드는 것으로 별다른 뜻이 없는 소리를 말한다. 대표적으로 '어‥.', '음‥.', '그‥.' 등이 있다. 감탄사를 많이 사용하면 말하기 속도가 불규칙적이고, 말의 흐름이 자주 끊어져 유창성(fluency)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그러나 감탄사는 대화 도중에 어떤 문제가 발생해 표현되는 것이 아니라 지극히 정상적이면서 자연스러운 것이며 대화를 매끄럽게 이어주는 윤활유 역할을 한다.
감탄사는 화자가 그다음에 어떤 말을 이어가야 할지 스스로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는 신호이다. 우리는 문장을 모두 완성한 다음 말을 시작하지 않는다. 어떤 말을 해야 할지 생각한 다음 말을 하고, 말을 하는 과정에서 문장을 완성해 나간다. 즉, 말로 표현하기 전 사고의 과정을 거친다. 감탄사는 사고 단계에서 표현 단계로 넘어가면서 자연스럽게 나타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복잡하고 어려운 내용을 말할 때 더 많은 감탄사를 사용할 때가 있다. 이는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을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해서 나타나는 현상이기도 하지만, 잘못된 표현을 줄이고, 청자에게 더 쉽고 자세한 설명을 하기 위하여 사용하기도 한다.
화자의 감탄사는 말과 말 사이의 쉼 즉, 포즈(pause)의 역할을 하기도 한다. 대화 도중 화자가 감탄사를 사용하면 짧은 침묵의 시간이 주어져 청자가 주목하는 효과가 있다. 이후에 이어질 대화 내용이 중요하다고 느끼기 때문에 이야기에 더 집중하게 만든다. 예를 들어, 화자가 "어‥·, 사실 하고 싶은 말이 있어. 어제 미처 하지 못했던 말이야"라고 한다면, 청자는 화자의 말에 더 집중해서 경청할 준비를 한다. 그럼으로써 청자는 감탄사 다음에 나오는 말을 더 잘 기억한다.
아이가 말을 배우는 과정에서도 감탄사 사용에 대한 편견을 버리고 접근할 필요가 있다. 아이가 말을 배우기 시작하는 2세 이상이 되면 감탄사를 사용할 때가 많다. "엄마! 어‥., 밥 줘. 음‥., 배고파.", "어‥., 하늘에 구름이, 어‥. 움직인다" 등과 같이 다음에 이어질 단어를 생각하고, 표현하기 위해 감탄사를 사용한다. 이는 아이가 말을 배우는 과정에서 흔히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그러나 부모가 아이의 감탄사 사용을 허용하지 않고 "너 왜 말을 제대로 안 하니?", "왜 말을 천천히 해?", "왜 말을 더듬고 그래?", "쓸데없는 말을 자꾸 하고 그래", "똑바로 말해봐"라고 지적하는 경우가 있다. 혹시나 아이가 말을 더듬는 것은 아닌가 걱정하기도 한다.
이러한 지적은 아이가 제대로 말을 하지 않고 있다는 의사를 전달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아이는 그 이후부터 말을 할 때 감탄사를 사용하기 않기 위하여 더욱 신경 쓰고 긴장하게 된다. 이처럼 아이가 감탄사를 자주 사용한다고 해서 지나치게 관심을 보이면 아이의 말 더듬 현상은 더욱 악화될 수 있다. 오히려 아이의 감탄사 사용에 관심을 보이지 않고, 편안하게 대화에 집중하는 것이 아이의 언어 발달에 도움이 된다.
아이가 말을 배우는 과정에서 사용하는 감탄사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물론 때에 따라서는 아이의 말 더듬 현상이 심각할 경우 병원을 찾아 자문을 구해야 한다. 하지만, 부모가 조바심을 내면서 유달리 민감한 반응을 보이면 자연스럽게 사라질 감탄사 사용이 더욱 심해질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아이의 말하기를 고치고 수정해주는 교정자이기 전에 아이가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도록 이끌어주는 조력자가 되어보는 것은 어떨까.
*칼럼니스트 정효진은 현재 대구가톨릭대학교 글쓰기말하기센터 연구교수로 일하고 있다. 서로 소통하며 함께 성장하는 세상을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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