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냐면] 최저임금위 공익위원을 바꿔주세요 / 정민정

정민정 ㅣ최저임금 위원·마트산업노동조합 위원장

지난해 최저임금위원회 노동자위원이 되었습니다. 위촉장을 받은 그날 처음 받아든 위촉장이 주는 그 무게가 너무나도 무거워서, ‘최저임금 노동자들에게는 생명줄과 같은 최저임금을 우리가 얼마나 올릴 수 있을까’ ‘대통령의 1만원 약속 이번에는 꼭 지키라고 어떻게 호소하고 설득할 수 있을까’ 고민하고 또 고민했습니다. 우리 마트노동자들의 목소리를 직접 글로 적어 전달하기도 하고, 최저임금 당사자로서 진심을 담아 눈물로 호소도 하였습니다.

하지만 결국 코로나 시기 고통 분담은 우리 최저임금 노동자에게만 더 강요되었고, 최저임금위원회는 그 존재의 의미를 상실한 채 1.5% 인상이라는 최악의 결정을 하였습니다. 지난 1년은 모두에게 힘든 시기이지만 특히 최저임금 노동자, 비정규직 노동자에게는 하루하루 삶을 이어가는 것 자체만으로도 너무나 힘든 시간이었습니다. 저임금 노동자들의 실직률은 고임금 노동자보다 10배나 더 높았고, 방과후 강사와 같은 특수고용노동자들은 1년 동안 수입이 전무한 벼랑 끝 상황에 놓였습니다.

저임금 노동자들과 중소 자영업자들이 절박한 심정으로 하루를 버텨가는 동안 재벌을 비롯한 대기업은 여전히 돈을 벌었고, 억대 연봉 잔치를 하였습니다. 대표적인 최저임금 노동자 사업장인 대형마트를 살펴보면, 이마트의 경우 창립 27년 만에 처음으로 매출 20조원을 넘었고 영업이익은 2372억원으로 전년보다 57.4% 증가했습니다. 작년 경영실적이 악화되었다면서 롯데마트 124개 매장 중에서 50여곳을 정리하겠다던 롯데그룹의 신동빈 회장은 재벌오너 중 연봉 1위로 2019년 181억원을 받았고, 2020년 역시 가장 많은 연봉인 130억원을 받았습니다. 시급으로 따지면 520만원 정도 됩니다. 최저임금 노동자 시급(8590원)의 605배입니다. 최저임금 1.5% 인상은 저임금 노동자의 임금을 빼앗아 재벌의 배만 불리는 결정이었고, 최저인상에 결정적으로 기여한 공익위원은 재벌의 들러리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어이없는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최저임금을 2년 연속 최저로 인상한 박준식 위원장을 비롯한 공익위원들이 연임을 할 수도 있다는 소식이었습니다. 최저임금심의위는 공익위원과 노동자·사용자위원 총 27명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노사 대표가 동수고,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상황이기에 사실상 최저임금은 공익위원들에 의해 결정이 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이렇듯 중요한 위치에 있는 공익위원의 기준이 고위공무원, 교수, 연구기관 종사자 등이고 이들은 고용노동부 장관의 추천으로 위촉을 받게 됩니다. 최저임금 노동자의 삶을 전혀 알지 못하는 이들이 사실상 결정을 좌지우지하고 있는 것입니다.

최저임금 당사자로서 심의위 활동을 하면서 든 감정은 자괴감이었습니다. 최저임금 노동자의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기 위해 모인 이 자리에서조차 우리 저임금 노동자들의 노동 가치는 인정되지 않았습니다. 사용자위원은 물론이고 공익위원 역시 사업주의 지불 능력을 중심으로 판단하며 각종 지표와 수치만 보았지, 이면에 있는 저임금 노동자의 삶과 노동의 가치에는 관심 갖지 않았습니다.

이런 공익위원들이 다시 또 최저임금을 결정하려 하다니 용납할 수 없습니다. 2.87%, 1.5% 두번의 최저치 인상으로 부족하여 또 하겠다는 말입니까? 더 이상 버티기 힘들어 마지막으로 잡고 있는 삶의 끈을 놓을까 두렵다는 저임금 노동자들의 처절한 외침을 또 외면할 것입니까?

문재인 대통령이 1만원 약속을 지킬 마지막 기회입니다. 공익위원은 노사정이 각 3인으로 추천하여 저임금 노동자의 삶에 대한 이해가 높은 이를 기본으로 직접 이해당사자인 노사의 참여도 보장하고, 정부의 일방적 결정을 방지하여 최저임금위가 그 본연의 임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합시다. 최저임금위원회의 목적인 노동자의 임금수준을 보장하여, 질적 향상을 꾀함으로써 국민 경제의 건전한 발전에 이바지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