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싸우는 척만 해라" 광해군의 지혜가 필요한 미중 전략외교

CBS노컷뉴스 김규완 기자 2021. 4. 19.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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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 군주 가운데 광해군처럼 평가절하된 군주는 없다.

무엇보다 외교에 있어 조선시대 어느 군주보다 역사에 남을 전례를 남겼다.

이런 신념이 광해군으로 하여금 명을 부모의 나라로 받드는 당시 사림들의 반대를 무릎쓰고 균형외교로 이끌었다.

균형외교를 추진했던 광해군의 지혜가 절실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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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정세를 읽은 광해군, 명청 균형외교
왜란으로 피폐해진 민심 다독여
광해군 폐위 이후 사대외교 선회, 호란으로 이어져
미중 긴장고조 속에 어느때보다 균형외교 필요성 높아
철저한 한미정상회담 준비로 국익 최대화해야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 포스터'. CJ 엔터테인먼트 제공
조선시대 군주 가운데 광해군처럼 평가절하된 군주는 없다.

배다른 동생인 영창대군을 죽이고 인목대비를 폐한 폐모살제(廢母殺弟) 때문에 폭군 꼬리표가 붙었다.

그러나 광해군을 연산군과 동급의 폭군으로 평가하는 것은 역사적 몰이해다.

광해군은 조선시대 조세제도에 일대 전환을 가져온 대동법을 처음 시행하는 등 개혁군주였다.

무엇보다 외교에 있어 조선시대 어느 군주보다 역사에 남을 전례를 남겼다.

임진왜란 이후 명이 쇠퇴하고 훗날 후금(청)이 세를 일으키던 국제정세를 간파하고 중립외교를 펼쳤다.

1619년 명이 후금을 치기 위해 파병을 요구했을 때 강홍립에게 후금 군대와 '싸우는 척만 하라'는 은밀한 교지를 내렸다.

임진왜란 때 전투에 직접 참여하기도 했던 광해군은 조선 땅에 더 이상 참혹한 전쟁이 일어나서는 안되고 백성들이 무모하게 희생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는 생각이 강했다.

이런 신념이 광해군으로 하여금 명을 부모의 나라로 받드는 당시 사림들의 반대를 무릎쓰고 균형외교로 이끌었다.

지난 16일 오후(현지시간) 미국 백악관에서 열린 공동기자회견에서 조 바이든(오른쪽) 미국 대통령이 발언하고 있다. 곁에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총리가 나란히 서 있다. 연합뉴스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스가 일본 총리가 16일 정상회담을 가졌다. 회담의 주요 의제는 반중전선 구축이다.

중국에 대한 바이든 정부의 파상적 공세는 동맹국들에게 강력한 협력 요구로 이어지는 상황이다.

이제 한국 순서다. 한국 정부로서는 미국의 요구를 마냥 외면하기 어렵다. 미국은 한국의 가장 강력한 동맹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중국의 반발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중국은 한반도 안보에 중요한 관련국이자 한국의 최대 교역국이다.

어느 한쪽만 일방적으로 편들 수 없는 처지다. 미국 정부가 한미일 3국 협력을 강조하지만 최근 한일관계를 고려하면 쉬운 일이 아니다.

미국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은 지난 13일 본인의 SNS를 통해 "후쿠시마 원전에서 나온 처리수를 처리하는 결정을 투명하게 하려는 일본에 감사한다. 일본 정부가 IAEA와 계속 협력하길 기대한다"고 언급했다. 사진공동취재단
게다가 미국은 일본의 오염수 방류와 관련해 노골적으로 일본편을 들고 있다.

미국은 다음달 워싱턴에서 열리는 한미 정상회담에서도 비슷한 요구를 해 올 것으로 보인다.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전략적 균형을 유지하는 것이 한국외교의 목표가 돼야 한다.

우리 정부가 어느 한쪽을 놓치거나 실망시키지 않으면서 모두를 안고 갈 수 있는 외교적 지혜가 필요한 때다.

명과 청 사이에서 균형외교를 펼쳤던 광해군은 사대외교를 고집한 서인들이 일으킨 인조반정(1623)으로 폐위됐다.

그 결과는 정묘년(1627)과 병자년(1636) 두 번의 호란으로 이어졌고 백성들에게 참혹한 피해를 남겼다. 인조는 삼전도에서 머리를 땅에 찧어야하는 굴욕을 당했다.

영화 '남한산성'. CJ 엔터테인먼트 제공
이는 모두 당시 국제정세를 읽지 못한 인조와 서인 집권세력의 오판에서 비롯된 것이다.

지금 상황을 거꾸로 보면 한국이 미국과 중국 양측으로부터 러브콜을 받는 상황으로 이용할 수도 있다.

균형외교를 추진했던 광해군의 지혜가 절실한 때다.

우리 정부는 다음달 한미 정상회담에서 국익을 최대한 지켜내기 위한 최적의 외교책을 준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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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김규완 기자] kgw2423@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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