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일리지 강자' 씨티카드 매각설 솔솔.. "알짜 매물 나왔다"

유진우 기자 2021. 4. 19.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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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씨티은행이 지난 15일 국내 소비자금융사업 부문에서 철수한다고 발표한 가운데, 씨티은행 신용카드 부문인 씨티카드 사업부의 앞길을 놓고 카드업계가 일찍부터 주목하기 시작했다.

19일 여신금융업회 통계에 따르면 국내 신용카드 이용실적 기준으로 씨티은행 점유율은 약 1%에 그친다. 지난해 씨티카드의 신용카드 구매실적은 6조8274억원으로 국내 전체 신용카드 구매실적 705조3000억원 대비 1%에 조금 못 미쳤다.

시장 비중으로 보면 씨티카드가 업계에서 차지하는 역할은 지극히 미미하다. 그러나 씨티카드는 연회비가 높은 마일리지 카드와 결제 금액에 비례해 현금을 적립해주는 캐쉬백(cash back) 카드 부문에서 유독 강점을 보였다. 씨티카드의 주력 상품 ‘씨티 프리미어마일’ 카드는 연회비가 12만원에 달하는 프리미엄 카드임에도 한때 마일리지 카드 가운데 결제액 1·2위를 다퉜다.

카드업계에서는 연체율이나, 평균 소득을 포함한 금융 소비자의 질적인 측면에서 씨티카드가 경쟁 카드사보다 우수한 편이라고 평가한다. 실제로 씨티은행은 1% 남짓한 점유율에도, 지난해 신용카드 부문 실적으로 당기순이익 267억원, 수수료 수입액(현금서비스 수수료·신용판매 대금 수수료) 2614억원을 기록했다. 당기 순익은 1년 만에 13%가 늘었다. 말하자면 규모는 작아도 고수익 우량 자산에 속하기 때문에 매물로 나올 경우 관심을 보이는 곳이 여럿 나타날 것이라는 의미다.

지난해 씨티카드 휴면카드 수·비중.

씨티카드는 ‘리볼빙 서비스’ 분야에 강점이 가지고 있어 카드사의 아킬레스건과 같은 연체율 관리 상태도 양호한 편이다. 리볼빙은 금융 소비자가 정한 결제일에 결제액 전부가 아닌 최소 10% 정도만 결제하고, 나머지 금액은 카드사 대출로 전환하는 제도다.

이 서비스를 이용하면 결제 능력이 부족한 저(低)신용자도 이자만 부담할 경우 결제 대금 보유 여부에 구애받지 않고 신용카드를 사용할 수 있다. 리볼빙 서비스는 미국에서 처음 시작했다. 씨티카드는 일찍부터 미국 본사에서 기본 서비스 틀을 받아들이면서 이 서비스도 같이 선도해 들여왔다.

현재 씨티카드에 눈독을 들이는 잠재적 인수자로는 2위권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카드사나 수도권 위상 강화를 노리는 지방은행, 사업 다각화를 모색하는 저축은행 등이 다양하게 거론된다.

한 카드업계 관계자는 "씨티카드가 매력적인 매물이긴 하지만, 지난해와 올해 카드 가맹점 수수료 인하 문제, 핀테크 업체나 빅테크사 간편 후불 결제 확대 문제처럼 카드사를 둘러싼 경영 환경이 지난해 이후 급격히 악화되고 있다"며 "업황이 안 좋아질 수록 씨티카드처럼 시장 점유율이 적은 회사가 더 큰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평가했다.

현재 씨티카드는 지난해 말 기준 개인 104만8000좌, 법인 4만8000좌를 보유하고 있다. 다만 지난해 기준 휴면카드 수가 매분기 늘고 있고, 그 비중이 꾸준히 올라 작년 4분기 기준 15%까지 불어났다는 점은 약점으로 꼽힌다. 씨티카드 이름으로 시중에 유통한 카드 7장 가운데 1장은 쓰이지 않는 카드라는 의미다.

카드사가 없는 지방은행이나 저축은행이 씨티카드를 사들이려면 절차가 복잡하다는 점도 매각 경쟁 흥행 여부에 큰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씨티은행은 아직 소매금융부문을 통째로 넘길지, 아니면 각 부문을 잘라서 매각할지, 점진적으로 축소할지는 결정하지 않았다. 하지만 씨티은행이 카드사업권을 매각하고자 한다면 반드시 카드사업 부문을 별도 회사로 분사해야 한다. 동시에 인수할 회사는 금융위원회로부터 신용카드업 영위 허가를 받아야 한다. 이후 금융 소비자 정보와 카드 채권 정보를 보관한 전산시스템을 물리적으로 이관하는 데 드는 비용은 별도다.

이 때문에 카드 라이선스가 있는 금융기관이 사업 양수도를 추진할 가능성에 더 무게가 실린다. 일부 전문가들은 "우리금융지주나 하나금융지주처럼 비(非)은행 계열사 강화를 우선 과제로 삼은 금융지주사들이 씨티카드를 인수해 각각 우리카드, 하나카드와 합병할 경우 장기적으로 업계 상위권으로 치고 오를만한 성장 동력을 마련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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