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망치고 숨고 싸워라' 총기난사 시대 FBI의 생존 지침
[경향신문]
미국에서 18일(현지시간) 두 건의 총기 난사 사건이 또다시 발생해 6명이 숨지는 참극이 빚어졌다.
AP통신은 이날 오전 12시42분쯤 위스콘신주 커노샤의 한 술집을 방문한 고객이 영업장 안과 밖에서 총기를 쏴 3명이 숨지고 2명이 중상을 입었다고 전했다. 난사 사건이 일어났을 당시 술집에는 수십명의 사람들이 있었다고 목격자들은 증언했다.
커노샤 카운티 경찰은 술집을 떠나달라고 요청을 받은 사람을 총기 난사 용의자로 보고 수색 작업을 펼치고 있다.
술집 근처에 거주하는 피터 플로스키는 ABC방송에 “총성을 듣고 창문 밖을 내다보니 사람들이 술집에서 비명을 지르며 사방팔방으로 뛰어나오고 있었다”며 “혼돈 그 자체였다”고 전했다.
같은날 오전 11시40분쯤 텍사스주 오스틴의 한 아파트에서도 전직 경찰관이 총을 쏴 성인 3명이 사망했다고 CNBC방송은 보도했다. 경찰은 스티븐 니컬러스 브로데릭을 용의자로 보고 그를 수배 중이다. 브로데릭은 지난해 아동 성폭력 혐의로 체포돼 형사 옷을 벗은 전력이 있다.
미국에서 총기 난사 사건이 잇따라 발생하자 미 연방수사국(FBI)은 시민들의 생존을 위한 새로운 지침을 만들어냈다. FBI는 총기 난사 사건 현장에 있다면 ‘도망치고, 숨고, 싸워라’는 지침을 기억해두라고 말한다.
FBI와 미 국토안보부는 눈 앞에서 누군가 불특정 다수에게 총을 쏘고 있다면 우선 도망칠 것을 권장한다. 국토안보부가 발간한 <총기 난사 대응 지침>에 따르면 출구 최소 두곳을 확보한 다음 사고 현장에서 벗어나야 한다.
사고 현장을 벗어났다면 두 손을 다른 사람이 보이는 곳에 둬야 한다. 손을 숨기면 밖에서 구조를 위해 대기하고 있는 경찰이 범인으로 오해할 수 있다.
만약 도망칠 수 없는 상황이라면 숨어야 한다. 미시건주 오클랜드 카운티 보안관인 마이클 부처드는 범인의 눈에 띄지 않는 곳, 총알을 막을 물체가 있는 곳, 출구로 달려나가기 알맞은 곳이 숨기 적절한 장소라고 말한다. 한 건물 안에 범인과 함께 있다면 불을 끄고, 문을 잠그고, 그 앞에 무거운 물체를 둬 범인이 접근하기 어려운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안전한 곳에 숨은 뒤 휴대전화로 구조당국에 상황을 알린다. 말하는 것 조차도 조심스러운 상황이라면 구조당국에 전화 연결만이라도 해 둔다. 그래야 구조 당국이 상황을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숨었을 때 휴대전화에서 소리가 나지 않도록 설정을 바꾸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한다.
앞서 제시한 두가지 방법 모두 통하지 않는 상황이라면 범인과 싸우는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는 매우 위험하기 때문에 전문가들은 최악의 상황에서만 싸워야 한다고 말한다. 미 중앙정보국(CIA) 요원 제프 버틀러는 “단단하고 무거운 물체를 가지고 있다가 범인이 총을 재장전할 때를 노려야 한다”고 CNN에 말했다.
올해 들어 미국에서는 총기 난사 사건이 끊이지 않고 발생했다. 지난달 조지아주 애틀랜타 마사지숍 총격 사건이 일어나 아시아계 여성 포함 8명이 숨졌으며, 며칠 후 콜로라도주 볼더 식료품점에서 총격이 일어나 경찰관 등 10명이 사망했다. 지난 15일에도 인디애나주 인디애나폴리스의 물류센터에서 총이 발사돼 8명이 숨졌다. 미국 시민단체 총기폭력아카이브(GVA)에 따르면 조지아주 애틀랜타 마사지숍 총격 사건이 일어난 이후 35일 동안 최소 50건, 2021년 들어 최소 151건의 총기 난사 사건이 미국에서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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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따른 총기 난사 사건에 총기규제 필요성이 대두되자 조 바이든 미국 정부는 지난 8일 총기규제 대책을 발표했다. 이들은 민간인이 자체 조립해서 만드는 ‘유령총’을 규제하고, 위험인물에 대한 총기 소지를 법원 결정에 따라 제한하는 ‘적기법’ 견본안을 만들라고 법무부에 지시했다.
미국 상원의회는 모든 총기 구매자의 신원조사를 요구하는 법안, 연방수사국(FBI)의 총기 구매자 신원조회 기간을 연장하는 법안, 데이트폭력과 스토킹으로 유죄판결을 받은 사람의 총기 구입을 제한하는 법안 등을 심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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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기은 기자 energye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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