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교사의 학생 PC 원격제어..사생활 침해인가

조한나 2021. 4. 19.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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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학교의 학생 PC 원격 제어에 일부 학부모들 이의 제기 

교사들은 원격 제어로 수업 만족도 높아

원격 제어에 대한 학교와 학부모 소통 필요



코로나 팬데믹으로 원격 수업이 장기화되는 가운데 미국의 교육 전문 저널 에듀케이션 위크는 최근 교사가 학생 PC 원격제어 소프트웨어를 사용하는 것에 대한 학부모와 교사의 목소리를 심도 있게 다뤘다.


4월 2일 자 보도를 보면, 한 학부모는 아들이 학교에서 빌려 사용하는 컴퓨터의 모든 창이 닫히는 것을 보고 무슨 문제가 생겼다고 생각했으나 얼마 후 이는 학교 선생님이 '시큐어리 클래스룸'(Securely Classroom)이라는 프로그램을 사용해 학생들의 컴퓨터를 원격 제어한 것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아들과 함께 과제와 관련된 내용을 검색하던 엄마에게는 매우 당황스러운 경험이었다. 


시큐 어리(Securly)와 같은 원격 교실 관리 장치를 사용하면 교사는 학생이 컴퓨터로 하는 것과 보는 것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학생의 컴퓨터 화면을 정지시키거나 이름을 부르거나 특정 사이트로의 접근을 차단시킬 수도 있다.


이에 대해 교사들은 학생을 감시하는 목적보다는 효과적인 수업을 위해 원격 제어장치를 사용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교사가 실제로 교실 안을 순회하는 것과 같은 효과를 얻을 수 있고, 학생이 수업 과제를 하고 있는지 어떤 도움이 필요한지 알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국 학교에서 감시 체제가 확장되고 있는 것에 이의를 제기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교사가 부적절한 언어 사용을 하는 학생의 화면만을 제어하는 것이 아니라 실시간으로 학생들이 하는 것을 보고 있는 것에 반대한다는 것이다. 


여기서 한 가지 주목할 점은 원격제어장치의 사용이 수천만 명의 학생들이 전면 비대면 원격수업을 시행했던 지난해에 대폭 증가했다는 점이다. 


프라이버시 전문가들은 원격 수업이 학교와 집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들었다고 지적하고 있다. 청소년과 교육 프라이버시 비영리 기관의 대표 아멜리아 밴스(Amelia Vance)는 “집에 있을 때 학교로부터 모니터링되고 있다는 사실이 사생활이 침해당하고 있다는 기분 나쁜 감정을 갖게 만든다”라고 말했다. 


그는 “학교가 그러한 원격제어 장치를 사용하는 것에 관해 분명한 공지와 소통이 있어야 한다”며  “왜 그러한 소프트웨어를 설치했는지, 무슨 정보를 보호하는지, 학생과 학부모는 어떤 권리를 가지는지를 설명해 줄 필요가 있다"라고 촉구했다.


◆원격 제어 소프트웨어 회사인 고가디언(GoGuardian)의 홈페이지. ©고가디언(GoGuardian)


학생 컴퓨터 원격 모니터링은 지난 2000년에 아동 인터넷 보호 법규가 제정되면서 학생 안전을 위해 교육구가 연방 정부의 지원을 받아 시작됐다. 하지만 어느 선까지 감독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세부 사항이 정해지지 않은 채 영향력이 커져왔다. 


미국 학교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원격 제어 서비스는 '고가디언 티쳐'(GoGuardian Teacher)와 '시큐어리 클래스룸'(Securly Classroom)이다. 이들 원격제어 서비스는 처음에는 크롬북에서 사용될 목적으로 시작됐지만 학생의 학교 이메일 계정과 연계된 디바이스에서도 작동된다. 교사가 원격 수업을 시작할 때 세션을 작동시키면 학생들의 화면을 썸네일(Thumbnails)로 보여주는데, 이때 교사는 학생들이 연 웹사이트의 주소를 볼 수 있다. 


또한, 학생들이 화면을 열어 놓을 수 있는 탭의 수 제한, 유튜브(YouTube)나 스포티파이(Spotify)와 같이 수업과 관련 없는 창 닫기, 학생들에게 메시지 전송의 기능을 사용할 수 있다. 학생들도 도움이 필요할 때 '손들기 기능을 사용할 수 있다. 


◆교사의 컴퓨터 화면에 나타나는 학생들의 썸네일이다. ©고가디언 티처(GoGuardian Teacher)


한 고등학교 생물 교사의 인터뷰를 보면 고가디언 티처(GoGuardian Teacher)를 팬데믹 이후 보다 효과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예전에는 주로 학생들이 수업 활동을 하고 있는지를 확인하는 용도에 그쳤던 반면, 지금은 실험보고서의 오류를 계산하는 것과 같이 어려운 부분에서 학생들을 코칭할 때 유용하게 쓴다고 했다. 그는 고가디언 티처의 사용으로 팬데믹 동안 교육내용이 약간 줄어들었지만 학생들이 깊이 있게 공부할 수 있어 수업의 질이 오히려 향상됐다고 평가했다. 


현재 미국 전역에서 14,000 개 학교와 2000만 명의 학생들이 고가디언 서비스를 사용하고 있다. 


문제는 이 같은 원격제어 장치가 어떻게 작동하는지에 대해 제대로 된 설명이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고가디언 측은 “우리가 테크놀로지를 제공하지만 교육구가 방침에 맞게 작동시켜야 한다”며 “학부모들은 학교가 소통을 잘하려고 하지 않는다고 느끼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교육구의 기술 관계자들은 원격제어장치의 여러 가지 세팅을 교육구의 필요에 맞게 조정하는 권한을 가지고 있으며 교사들 또한 원격제어 장치의 사용 여부에 관해 자율권을 가지고 있다.


때문에 학부모들은 학생 컴퓨터 감시가 웹캠을 통해 이루어지는지, 학생의 키보드 사용을 근거로 하는지 궁금해하며 원격 제어 프로그램의 작동원리를 알고 싶어 한다. 또한 학교 크롬북이 아닌, 가정의 개인용 컴퓨터까지 교사가 원격 제어한다는 점에 불편함을 느끼고 있다.  


한 학부모는 "학교에서 제공한 컴퓨터와 인터넷을 사용하지 않더라도 원격 제어 프로그램이 개인용 컴퓨터에서도 작동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며 “사생활 침해를 당한 기분을 느꼈다"라고 인터뷰했다. 그는 “원격제어 프로그램 사용에 대해 사전에 학부모 동의를 구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미국 캘리포니아 = 조한나 글로벌 리포터 hanna.sarahmom@gmail.com 


■ 필자 소개

이화여대 미술사학과 석사

Davis Joint Unified School District 근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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