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인 '금융자산' 인정 안하면서 세금내라는 정부..투기판 '부채질'
(서울=뉴스1) 박상휘 기자 = 지난 주말 전 세계는 도지코인 광풍이 일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공개적으로 지지를 선언하자 지난 16일 하루 새 250% 이상 폭등했다.
이는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닌 상황이다. 19일 국내 암호화폐 거래사이트 업비트에서 도지코인은 오전 기준으로 전일보다 1% 가까이 상승해 거래 중이다. 전 세계가 도지코인 광풍이 일었던 지난 16일에는 우리나라에서도 540원(고가, 업비트 기준)에 거래되며 신고가를 경신하기도 했다.
같은 시간 업비트 내 도지코인의 24시간 거래대금은 7조6637억원으로 이는 장중(오전 10시53분 기준) 코스피 거래대금(7조1389억원)과 코스닥 거래대금(6조700억원)보다도 높았다.
그러나 코인 시장이 이렇게 상승장만 있는 것은 아니다. 도지코인이 광풍을 맞고 있을 당시 암호화폐의 대장격이라고 할 수 있는 비트코인은 15% 급락했다. 시총 2위인 이더리움은 물론이고 바이낸스 코인과 리플도 일제히 폭락했다.
주말을 지나 이날 다시 일정 부분 반등하기는 했으나 여전히 불안한 그래프를 그리는 모습이다. 김치 프리미엄이 붙은 우리나라에서는 급등락이 더욱 심하다. 코스피 거래대금 보다도 많은 돈이 몇몇 종목 대상으로 왔다갔다 하면서 폭등과 폭락을 반복하고 있는 것이다.
그 사이 코인 시장 급등락의 부작용은 온전히 개인 투자자들이 입고 있다. 실제로 암호화폐를 이용한 범죄로 투자자 피해사례가 꾸준히 늘고 있으며 최근에는 암호화폐 관련 유사수신이나 다단계 사기 신고도 급증하고 있다.
물론, 투자의 책임은 1차적으로 투자자에 있는 것이지만 최소한의 시장 질서 마저 없는 투기판이 벌어지고 있는건 현 상황을 관망만 하고 있는 금융당국의 책임이 크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금융당국은 현재의 암호화폐를 금융상품이나 자산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계속해서 견지하고 있다. 이는 지난 7일 정부의 암호화폐 관계부처 회의를 되돌아보면 더울 잘 드러난다. 문승욱 국무조정실 2차장은 "가상자산은 법정화폐, 금융투자상품이 아니며, 어느 누구도 가치를 보장하지 않기 때문에 불법행위, 투기적 수요, 국내외 규제환경 변화 등에 따라 언제든지 높은 가격변동성으로 큰 손실이 발생할 수 있음에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표면적으로는 개인들의 조심스러운 투자를 당부하는 듯 하지만 결과적으로 암호화폐를 자산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인식이 깔려있다.
앞으로 정부는 지난 3월부터 시행된 특정금융정보법으로 암호화폐를 관리 감독할 계획이다. 아직은 시행 초기라 관련 업계 교육을 비롯한 사전 작업이 진행된 뒤 내년부터는 관리와 감독이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다만, 이는 암호화폐 시장을 우회적으로 규제하는 방법에 지나지 않는다. 즉, 암호화폐 시장의 자금흐름을 살펴 불법 자금을 쫓는 데 집중하겠다는 것이지 투자자를 위한 시장 질서 확립이나 자산 보호가 목적은 아니라는 것이다.
당장 암호화폐 거래소는 오는 9월 말까지 금융정보분석원(FIU)에 가상자산사업자 신고를 하지 않으면 폐업해야 하는데 만일 거래소가 요건을 갖추지 못하고 신고를 못하면 해당 거래소에 투자했던 투자자들은 적지 않은 손실을 볼 가능성이 크다.
아울러 암호화폐 자산을 맡기면 고금리를 주는 투자상품은 운영을 놓고 가이드라인도 없어 당장 운용사들이 망하면 투자자들이 투자한 코인 전액을 잃을 수도 있다.
상황이 이런데 정부는 관련 지침이나 가이드라인은커녕 여전히 암호화폐를 자산으로 인정하지 않고 심지어 범죄 취급까지 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또 자산으로 인정하지는 않으면서 내년부터 과세를 계획하고 있어 정부의 입장이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코인으로 수익을 내고 있는 한 30대 코인 투자자는 "한때는 코인 투자자를 놓고 범죄자 취급하더니 이제는 정부가 세금을 물리려고 한다"며 "금융당국 관계자가 코인 시장판을 제대로 들여다보고는 있는 것인지 의문스럽다"고 말했다.
거래소 관계자는 "투자자들의 자산을 보호하기 위해 증권시장의 가이드라인을 준용할 필요가 있는 것 같다"며 "보안 시스템은 물론이고 손해배상과 관련된 법적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sanghwi@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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