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이스라엘은 마스크 벗는데".. 정부 무성의한 '백신 낙관론'에 시민들 분통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최근 국내 백신 수급이 난항을 겪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정부의 무능을 질타하는 시민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미국과 이스라엘 등 높은 백신 접종률로 일상을 되찾은 다른 나라의 소식을 접하며 박탈감을 느낀다는 시민들도 많다.
최근 국내 코로나 지표는 계속 악화하는 추세다. 검사건수 대비 확진자 비율을 나타내는 양성률은 18일 0시 기준 3.67%로, ‘3차 유행’이 정점이던 지난해 12월 26일 이후 113일 만에 3%대로 올라섰다. 19일 0시 기준 양성률은 2.84%로 직전일보다 하락했지만, 여전히 3%대에 육박한다.
‘주말 효과’가 사라지면서 코로나 신규 확진자 수도 연일 600명대 안팎을 기록하고 있다. 이날 0시 기준 신규 확진자는 532명으로 집계됐다. 전날 하루 선별진료소를 통한 검사 건수는 1만8775건으로 직전 평일인 16일 검사 건수(4만2207건)의 절반에도 못 미쳤지만, 신규 확진자 수는 고작 126명 줄어드는 데 그쳤다.
그러나 백신 접종은 더디기만 하다.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에 따르면 국내에서 코로나 예방 백신 접종을 시작한 지 51일째인 18일 기준 총 151만2503명이 백신 1차 접종을 마쳤다. 전 국민(5200만명) 대비 접종률은 약 2.91%에 그쳤다.
더 큰 문제는 백신 접종 현황과 동떨어진 정부의 낙관적인 전망이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은 18일 브리핑에서 "6월까지 고령층과 취약계층, 필수인력 등에 대한 예방접종이 완료되면 중증환자와 사망자가 크게 줄어들 것"이라며 "6월 이후부터는 훨씬 여유 있는 대응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뉴욕타임스(NYT)는 한국과 호주의 백신 접종률이 각각 3%를 밑돌고 있다며, 이들 국가가 코로나 대유행 초기인 지난해 초 상대적으로 낮은 감염률과 사망률 덕분에 확보한 시간을 낭비했다고 지적했다. 블룸버그도 현재 속도대로라면 한국이 집단면역을 달성하기까지 무려 6년4개월의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여기에 최근에는 백신을 놓는 주사기에서 이물질이 발견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 논란이 됐다. 식품의약품안전처와 질병청은 최근 백신 접종에 사용된 최소잔여형(LDS) 주사기에서 이물질이 발견돼 해당 주사기 70만개를 이번 주까지 수거한다고 17일 밝혔다. 지난 2월 27일 이물질 발견 신고가 처음 접수되고 사용을 중지한 지난달 18일 이후 약 한달이 지나서야 문제를 알린 것이다.
정부의 계속된 낙관론과 허술한 백신 대응에 시민들은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다. 직장인 홍모(27)씨는 "미국으로 유학 간 친구가 이미 두달 전에 백신을 맞고 길거리에 마스크를 끼지 않은 사람이 많다고 하더라"라며 "언제쯤 백신을 맞을지 기약하기도 어렵고, 이러다 코로나 사태가 내년까지 이어질까봐 우울하다"고 말했다.
부산에 사는 공기업 직장인 김모(30)씨는 "이스라엘은 접종률이 50%가 넘어가 야외에서 마스크를 벗고 다닌다고 하는데 우리 정부는 뭐하고 있는지 모르겠다"며 "일반인은 백신 맞기도 힘들고, 조만간 맞게 된다고 해도 부작용 문제가 나오는 아스트라제네카(AZ)를 접종하게 될까봐 걱정된다"고 했다.
각종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서도 백신 접종에 대한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백신 부작용도 모자라 주사기 이물질이라니 직장을 그만두는 한이 있더라도 절대 안 맞을 거다", "주변에서 내년 연말까지 코로나 상황이 안 끝날거라는 사람이 많은데, 세계 10위 경제대국 대한민국의 국격이 무너지고 있는 것 같아 가슴 아프다" 등의 글들이 이어졌다.
전문가들은 투명한 정보 공개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주사기 이물질 문제가 여러 군데에서 발생하고 있는데 정부가 철저한 조사와 함께 안정성을 검토해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며 "백신 부작용에 이어 주사기 문제에 이르기까지 정부의 방역 조치를 못 믿겠다고 하는 국민들이 계속 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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