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미 안 뽑을' 사장님의 자유?.."선 넘었다"

최민지 기자 2021. 4. 19.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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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 알바 공고 '갑론을박'

[경향신문]

“오또케오또케 지원 말라” 등
성차별적 표현으로 비판 확산
일각 “점주 마음 무슨 문제?”
성차별 채용 공고는 법적 문제
“특정 성별 배제, 노동법 위반”
“사상 차별은 인권위법 위반”

서울의 한 편의점이 아르바이트 모집 공고에 ‘페미니스트가 아니한 자’ 등을 조건으로 내걸며 시작된 논란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일각에서 채용이 사업자 개인의 자유라며 점주를 옹호하고 나섰으나 전문가들은 법적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주말 사이 구인·구직사이트 ‘알바몬’에 올라온 한 편의점의 주말 근무자 채용 공고가 논란이 됐다. 편의점 점주는 이 공고에서 ‘미성년자 지원불가’ ‘강하고 성실하신 분’ 등과 같은 지원 자격을 언급하면서 ‘페미니스트가 아니한 자’라는 항목을 포함했다. 또 ‘소극적이고 오또케오또케 하는 분, 지원하지 말라’는 조건을 덧붙였다. ‘오또케오또케’는 다급한 상황에서 ‘어떡해’라는 말만 거듭하며 대처하지 못하는 여성을 비하하는 표현으로 사용된다. 이후 온라인을 중심으로 해당 공고가 성차별이라는 비판이 커졌다.

논란 초기 본사는 편의점 가맹점주가 개인사업자이기 때문에 제재할 수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논란이 가라앉지 않자 공고를 삭제하고 해당 점주에게 관련 교육을 실시하겠다고 입장을 바꿨다. 본사 이미지 손상에 대한 강한 제재 조치를 검토하겠다고도 했다.

그 이후에도 온라인에서는 이를 둘러싸고 갑론을박이 계속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자영업자인 점주가 자신이 원하는 사람을 채용하는데 무슨 문제가 있느냐고 주장했다. 일부 누리꾼들은 지도 애플리케이션 등에서 해당 편의점의 평점을 만점인 5점으로 일제히 남기며 지지를 표하기도 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점주의 이러한 행위가 개인의 자유가 아닌 법의 영역에 속한다고 말했다. 점주가 결국 자신이 원하는 사람을 고용하더라도, 일반에 공개되는 채용 공고에 성차별적 조건을 내거는 것은 차원이 다른 문제라는 것이다. 직장갑질119의 최혜인 노무사는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 위반 가능성을 지적했다. 이 법 제7조 1항은 “사업주는 근로자를 모집하거나 채용할 때 남녀를 차별하여서는 안 된다”고 규정한다.

이를 어길 경우 5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진다. 최 노무사는 “여자화장실 청소와 같이 특정 성별이 필요한 직무가 아닌 경우를 제외하면 모집 공고에 한 성별을 배제하는 내용을 올려서는 안 된다”며 “‘페미니스트가 아니한 자’ ‘소극적이고 오또케오또케 하는 분’이라는 표현은 특정 성별을 명시한 것은 아니지만 일반적으로 여성을 떠올릴 만한 지원 조건이기 때문에 공고 자체가 성차별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국가인권위원회법이 정한 ‘사상 또는 정치적 의견’ 등을 이유로 한 고용상 차별 행위에 해당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두나 변호사는 “인권위법은 고용과 관련해 특정한 사람을 우대·배제·구별하거나 불리하게 대우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며 “인권위법은 처벌 조항이 없으나 차별 진정이 이뤄진 경우 피해자 구제나 사내 교육 등 적절한 조치를 권고할 수 있다”고 말했다.

최민지 기자 mi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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