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는 달라도..불상 통해 짧은 쉼 선사하는 두 작가 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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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 물, 꽃 등을 보며 멍하게 있는 것을 뜻하는 신조어들이다.
코로나19 장기화로 피로감이 누적되고 있는 가운데, 불상(佛像)을 주제로 한 작품을 통해 짧은 쉼을 선사할 두 작가의 전시가 한 공간에서 열리고 있다.
마이클 케나의 불상 사진은 이러한 김승영 작가의 설치 작품을 둘러싸며 전시장 곳곳을 메우고 있다.
이번 전시는 그가 30년 이상 촬영해온 불상 사진을 한자리에 모은 것으로, 풍경 사진으로 유명한 마이클 케나의 새로운 작품을 만나볼 수 있는 기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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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멍, 물멍, 꽃멍……’
불, 물, 꽃 등을 보며 멍하게 있는 것을 뜻하는 신조어들이다. 이런 말들이 쏟아져 나오는 것은 현대인에게 약간의 쉼이 간절해졌기 때문일지 모른다. 코로나19 장기화로 피로감이 누적되고 있는 가운데, 불상(佛像)을 주제로 한 작품을 통해 짧은 쉼을 선사할 두 작가의 전시가 한 공간에서 열리고 있다. 서울 종로구 삼청동 공근혜갤러리에서 진행 중인 포스트 코로나 특별 기획전 4부 전시인 ‘반영(reflection)’ 이야기다. 전시는 영국의 사진작가 마이클 케나와 한국의 설치 작가 김승영의 작품으로 구성돼 있다.
우선 갤러리 안으로 들어서면 이끼가 낀 벽돌 담 위에 반가사유상 조각이 놓인 설치 작품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 김승영 작가의 ‘반가사유상-슬픔’이라는 작품이다. 미소를 짓고 있겠거니 생각했다면 오산. 손으로 턱을 괸 반가사유상 가까이에 다가서면 표정이 웃기보다는 울기에 가깝다. 마치 웃고 우는 인간사가 담긴 것 같은 느낌을 주는 작품이다.
옆으로 눈을 돌리면 계단 아래로 화분처럼 생긴 조각 안에 물이 소용돌이치고 있는 또 다른 작품(Mindㆍ김승영 작)이 나온다. 잔잔하게 일렁이는 물결을 바라보며 잠시 동안 멍하게 서 있게 된다.
마이클 케나의 불상 사진은 이러한 김승영 작가의 설치 작품을 둘러싸며 전시장 곳곳을 메우고 있다. 1987년 일본을 방문했다 처음 불교 사찰을 접하게 됐다는 그는, 이후 한국을 비롯해 중국, 라오스, 베트남 등 아시아 국가를 돌며 다양한 불상을 촬영해왔다. 이번 전시는 그가 30년 이상 촬영해온 불상 사진을 한자리에 모은 것으로, 풍경 사진으로 유명한 마이클 케나의 새로운 작품을 만나볼 수 있는 기회다. 공근혜갤러리의 공근혜 대표는 “특히 경북 영천 만불사의 불상의 경우 사람들이 많이들 찾아 사진을 찍는 대상인데, 마이클 케나는 이를 생경하게 담아내고 있다. 다른 이들이 찍은 사진과 비교해보는 재미가 있다”고 덧붙였다.
흥미를 더하는 건 두 작가가 모두 불교 신자가 아니라는 점이다. 김승영 작가는 기독교를, 마이클 케나는 천주교를 믿는다. 두 작가는 불상을 작품에 끌어들인 이유에 대해 공통적으로 “종교는 다르지만 불상이 주는 매력을 봤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경계를 허물며 포용성을 드러낸 전시를 보고 있노라면 어느덧 평온함이 찾아온다. 전시는 5월 23일까지. 매주 월요일은 휴관이다.
채지선 기자 letmekno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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