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회 열고 온라인 캠페인.. 日 오염수 방류에 분통 터뜨리는 시민들
"일본의 오염수 해양 방류는 전 인류에게 영향을 미치는 재난이자 대한민국 국민을 향한 ‘핵 테러’다. 대한민국 정부는 국민들의 생명과 미래를 위해서 일본의 결정을 반드시 막아달라."
지난 16일 청와대 게시판에는 이같은 내용의 국민 청원이 올라왔다. 청원인은 "일본이 방류를 실행하면 수개월 내 우리나라 해역을 오염수가 뒤덮을 것이고, 수십년 안에는 태평양 바다를 뒤덮을 것"이라면서 "후쿠시마 원전의 오염수 방류는 우리 국민들 모두의 생존권이 달려있는 문제"라고 했다. 그러면서 "대한민국 정부가 국민들의 생존권을 보장할 수 있도록 더욱 적극적인 노력을 해달라"고 했다.
이 청원은 현재 관리자 검토 중인 청원으로 아직 게시판에 공개되지 않았으나, 사흘 동안 4500여명의 사전 동의를 얻었다.
일본 정부가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오염수를 태평양에 방류하기로 결정하면서 이를 규탄하는 시민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해양산업 종사자 등은 잇따라 집회를 열고 나섰고 온라인에선 일본 정부의 결정을 반대하는 해시태그 운동도 일어나고 있다.
일본 정부는 지난 13일 후쿠시마 원전 탱크에 보관 중인 오염수 125만톤가량을 해양에 방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화 장치로 재처리된 오염수에 물을 섞어 방사선의 농도를 낮춘 뒤 방출하겠다는 구상인데, 오는 2023년부터 2051년까지 장기간에 걸쳐 방출될 것으로 전망된다.
19일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SNS)에는 한국어, 영어, 일본어로 번역된 "일본인이 지구의 우물에 독을 넣었다"라는 해시태그가 적힌 글이 끊임없이 올라오고 있다. 이는 1923년 간토대지진 당시 일본인이 ‘조선인들이 우물에 독을 넣었다’는 유언비어를 퍼뜨려 6000여명의 조선인이 학살된 사건에 빗댄 것으로 알려졌다.
SNS에는 해시태그 함께 일본의 오염수 방류 이후 방사성 물질 확산 예상도 등이 함께 공유되고 있다. 시민들은 "정화되지 않은 방사능 오염수가 공식적으로 바다에 버려진다. 우리와 미래의 아이들을 구해야 한다" "한국과 중국, 러시아 등 국가가 연합해 반대해야 한다" "일본 정부는 도대체 어떻게 저런 결정을 할 수 있느냐"고 반발하고 있다.
청와대 홈페이지에도 오염수 방류를 막아달라는 내용의 국민청원이 줄지어 올라오고 있다. 지난 12일 한 청원인은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수 바다 방류를 막아주세요’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고 "이대로 두면 코로나보다 더 한 전 인류의 재앙이 될 것"이라며 "방류 시작 전에 정부 차원의 대응과 국제 제재 등 강력한 저지를 해달라. 이번만큼은 대한민국 국민들 지켜달라"고 썼다.
국제해양법재판소에 제소해야 한다는 청원도 있었다. 자신을 ‘오염수 방류 결정에 분노한 스무살 새내기 대학생’이라고 밝힌 한 청원인은 "정부는 국제해양법재판소에 일본을 제소해달라"며 "국제사회의 지지가 필요하다. 일본의 방류 행위를 막아내기 위해 긴급잠정조치를 이끌어내야 한다"고 썼다.
거리로 나와 집회를 여는 시민들도 있다. 일본 정부가 오염수 방류 계획을 밝힌 지난 13일부터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과 일본영사관 등 인근에서는 수산·수중레저 등에 종사하는 시민들의 항의 집회가 연일 이어지고 있다.
제주도수중레저협회 등 수중레저업계 관계자들과 제주환경운동연합은 이날 오전 제주시 주제주일본국총영사관 앞에서 연달아 기자회견을 열고 "우리 삶의 터전인 청정 제주바다와 도민, 나아가 대한민국 국민의 안전을 위협하는 일본 정부의 방사능 오염수 해양방류 결정을 강력히 규탄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오염수 방출에 따른 제주바다 오염으로 제주 관광산업의 한 축인 수중 레저산업이 죽고 140여 개 업체가 도산할 것이 뻔하다"며 "방사능 오염수 방류를 절대 수용할 수 없으며 강행 시 모든 수단을 동원해 강력 대응하겠다"고 했다. 같은 시각 전남 여수에서는 전군연안어업인연합회가 집회를 열고 일본 원전 오염수 방류를 규탄했다.
- Copyright ⓒ 조선비즈 & Chosun.com -
Copyright © 조선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10兆 전기차 공장 지었는데… 현대차, 美 시장에 드리워진 ‘먹구름’
- [르포] 전기차 하부 MRI하듯 안전 검사… 속도별 배터리 온도 체크하는 시험 현장
- [인터뷰] “韓 저출생 해소, 대통령보다 아이돌이 잘할 것”… 美 유명 경제학자의 아이디어
- “박사급 정예 인력인데 성과급 걱정”… 뒤숭숭한 삼성전자 반도체연구소 직원들
- [르포] 인구 1억 기회의 땅 베트남, 한국 의료가 간다
- 고려아연 폭풍 속으로… 긴장한 미래, 그나마 안도의 한숨짓는 KB, 웃고 있는 한투
- 출고도 안 했는데… 기아 EV3, 독일 자동차 어워드서 ‘4만유로 미만 최고車’
- 12인치 화면 쭉 당기니 18인치로... LG디스플레이, 세계 첫 개발
- [르포] 반도체·우주산업 수출의 공신, 경주 양성자가속기
- “전화가 끊이지 않는다”… 트럼프와 가까운 로비스트 大호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