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여성도 군대 보내라"..과거 文대통령 "재밌는 이슈"
[이데일리 박지혜 기자] “여성도 징병 대상에 포함시켜 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사흘 만에 4만 명 이상의 동의를 얻은 가운데, 과거 문재인 대통령은 비슷한 내용의 청원에 “재밌는 이슈”라는 반응을 보였었다.
2017년 5월 ‘페미니스트 대통령’을 표방한 문 대통령이 당선된 이후 ‘여성징병제’ 논쟁은 청와대 홈페이지 국민청원 게시판에서도 가열차게 이뤄지는 양상을 보였다.
여성징병제를 시행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누리꾼들은 주로 성평등 관점과 함께 저출산으로 인구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징병제를 유지하기 위해선 여성도 군대에 가야 한다는 논리를 펼쳤다.
이에 대해 문 대통령은 당시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국방 의무를 남녀가 함께 해야 한다는 청원도 만만치 않더라. 다 재미있는 이슈 같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 “요즘은 육군사관학교, 공군사관학교 수석 졸업자들이 거의 해마다 여성들이다. 만만치 않다”고 말했다.
조현옥 당시 청와대 인사수석은 “여성들 주에서도 사실은 국방 의무 하겠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꽤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또 “금녀의 영역, 혹은 전통적으로 여성들에게는 맞지 않는다는 인식이 많았던 것이 해군인데 요즘은 여성 함장까지 나왔다”고 말하기도 했다.
차기 대통령 선거에 출마를 선언한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남녀 모두 최대 100일간 의무적으로 군사 훈련을 받는 ‘남녀평등 복무제’ 도입을 제안했다.
같은 당 김남국 의원은 전국 지방자치단체 직원 채용 때 군 경력을 인정해 주자는 의견을 밝혔고, 전용기 의원은 제대군인지원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 법률안을 개정해 공기업이나 공공기관 승진 평가 때 병역 의무 경력을 반영하는 법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박 의원은 문 대통령이 지난 2019년 “중장기적으로 설계해 나가야 한다”고 밝힌 모병제를 뒷받침하는 제도로 남녀평등 복무제를 내세우고 있다.
이에 대해 강민진 청년정의당 대표는 “‘이남자’ 표심 잡으려는 말뿐인 제안 말라”고 비판했다.
강 대표는 박 의원이 제안한 모병제 자체에는 적극 동의하지만 남녀평등 복무제에 대해선 “모병제가 마치 젠더 갈등의 한쪽 편 대응책인 것처럼 보이도록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모병제를 현실화시키기 위한 사회적 합의를 만들기 위해서는 젠더 갈등을 부추기는 방식으로 이 문제를 풀어서는 안 된다”고 했다.
또 전 의원이 제시한 군가산점제 부활에 대해서도 “젠더 갈등으로 주목 경쟁, 정치 장사하려는 ‘(국민의힘의) 하태경·이준석 따라하기’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고 주장했다. “군가산점제는 이미 위헌 판결을 받아 부활시킬 수 없는 제도로, 현실적인 대안이 아니라는 걸 누구나 알고 있다”는 거다.
이 가운데 지난 16일 청와대 홈페이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여성도 징병 대상에 포함시켜 달라”는 청원이 사흘 만에 4만 명 이상의 사전동의를 얻었다.
청원인은 “나날이 줄어드는 출산율과 함께 우리 군은 병력 보충에 큰 차질을 겪고 있다”라며 “이미 장교나 부사관으로 여군을 모집하는 시점에서 여성의 신체가 군 복무에 적합하지 않다는 이유는 핑계로 밖에 들리지 않는다”라고 했다.
이어 “성 평등을 추구하고 여성의 능력이 결코 남성에 비해 떨어지지 않음을 모두가 인지하고 있는 현대사회에서 병역의 의무를 남성에게만 지게 하는 것은 매우 후진적이고 여성비하적인 발상이라고 생각한다”며 “여자는 보호해야만 하는 존재가 아니라 나라를 지킬 수 있는 듬직한 전우가 될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국민청원 게시판이 마련된 2017년부터 꾸준히 등장하는 여성 징병제 청원 관련 정치권이 얼마나 달라진 입장과 태도를 보여줄지, 또 나중으로 미뤄진 모병제에 새로운 동력이 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박지혜 (noname@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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