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균 "11월 집단면역 물건너갔다? 두고보자, 꼭 지킬 거라 확신"

박찬수 2021. 4. 19.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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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위원의 직격인터뷰]박찬수 논설위원의 직격 인터뷰| 정세균 전 국무총리

‘신천지 사태’ 대구행에 문 대통령 “어떻게 나오시려고” 걱정

서울·경기도의 코로나 개별 대응? “결정에 따른 책임도 져야”

야당·언론, 정략적으로 정부 비난해도 인정할 건 인정해야

윤석열 전 총장이 정치하는 건 본인·검찰·국가에 모두 불행

대선 시대정신은 ‘코로나 이후 대응’…“미래 준비 자신있다”

문재인 정부 ‘공과’ 평가받고 미완의 개혁과제 완수할 것

정세균 전 국무총리가 18일 서울시내 사무실에서 <한겨레>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정 전 총리는 ’온건하다’는 평에 대해 “내 외모를 보고 그렇게들 얘기하는데, 실제 내가 했던 일을 보면 그런 평가는 좀 억울하다”고 말했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5년 전인 2016년 4월 총선 때 서울 종로에서 정세균 전 국무총리와 오세훈 현 서울시장이 맞붙었다. 여론조사에선 오세훈 새누리당 후보가 정세균 민주당 후보를 17.3%포인트 앞선다고 나왔다. 정 후보는 여론조사 결과를 에스앤에스(SNS)에 올리며 “이 숫자를 꼭 기억해두시라. 이것이 왜곡인지 아닌지 제가 증명해 보이겠다”고 썼는데, 실제 개표에선 오 후보를 큰 격차로 눌렀다. 이번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박영선 후보가 오세훈 후보에 크게 뒤지자, 민주당 지지자들은 5년 전의 에스앤에스를 다시 화제에 올리며 박 후보의 역전을 기대했다. 이 기대는 5년 전과 달리 현실화하지 못했다. 서울·부산시장 선거 참패는 여권의 인적 쇄신을 앞당겨, 16일 정세균 국무총리는 사임했다. 5년 전 오세훈 후보에게 커다란 정치적 패배를 안겼던 정 총리가 이번엔 그의 승리가 만든 너울에 영향을 받은 셈이다.

일요일인 18일 오후 정세균 전 국무총리를 만났다. 1년3개월의 ‘코로나 방역’ 책임을 끝내고 대선 가도에 본격 들어선 그는 서울시장 보궐선거 결과를 보면서 뭘 느꼈을까. 5년 전의 에스앤에스 내용을 첫 질문으로 꺼냈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2016년 총선 때 큰 격차로 뒤진 여론조사를 뒤집을 수 있다고 자신했는데, 그 근거가 무엇이었습니까. 이번 서울시장 선거와는 뭐가 같고 뭐가 달랐습니까?

“선거가 여론조사나 이런 것도 중요하지만, 결국은 민심이니까, 체감하는 민심이 굉장히 중요합니다. 그 당시에 제가 종로 유권자들을 만나면서 체감한 게 있는데 이게 여론조사하고 너무 동떨어지니까 ‘이길 수 있다’고 자신 있게 얘기했던 겁니다. 그런데 이번엔 민심이 그렇게 체감되질 않았어요. 이번에는 바닥 민심이 어렵다, 이렇게들 얘기하더라고요.”

―유례없는 ‘촛불혁명’ 이후 5년도 채 되지 않아 촛불정부를 자임하는 정부가 선거에서 참패했습니다. 이렇게 민심이 돌아선 이유는 뭐라고 보십니까. 정부가 뭘 잘못한 겁니까?

“촛불혁명을 통해서 정권 교체가 됐고, 국민들은 기대를 굉장히 많이 하셨거든요. 그래서 우리 정부가 그 기대에 부응하는 노력을 열심히 했죠. 그랬지만 거기에 미치지 못한 측면이 있다고 봅니다. 국민의 높은 기대에 미치지 못한 거죠. 우리 정부의 성과가 분명히 있죠, 권력기관 개혁이라든가, 방역을 다른 나라들보다 상대적으로 잘해 경제가 비교우위에 있는 것 등은 잘한 거죠. 그런데 국민 생활은 여전히 어렵고, 특히 부동산 문제, LH 사태가 터지면서 국민감정을 아주 상하게 만들어 버렸습니다. 거기에 더해서 여권의 책임 있는 분들의 국민 기대에 반하는, 말하자면 ‘내로남불’, 이런 게 표심엔 더 영향을 많이 미칩니다. 저는 근본적 문제라기보다는 국민 마음을 얻지 못한 정서적인 부분이 더 크다고 봅니다. 방향이 옳고 성과도 있지만 부족함도 분명히 있다, 그걸 보완하는 노력을 앞으로 1년간 해야 정권 재창출이 가능하다, 그러면 문재인 대통령은 성공한 대통령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재보선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 중 하나는 20~30대가 압도적으로 오세훈 후보를 지지했다는 겁니다. 여기엔 ‘공정’이란 이슈가 작용하는 걸 부인할 수 없습니다. ‘공정 정의 평등’이란 가치에서 함께 갈 것처럼 보였던 젊은 세대와 문재인 정부가 지금은 상당한 갈등을 빚고 있는 걸로 보입니다.

“문 대통령은 그런 젊은 세대의 기대에 부응하고자 노력을 많이 했다고 봅니다. 실제로 그렇습니다. 그런데 젊은 세대의 공정에 대한 기준이 굉장히 높아졌어요. 옛날 기준보다 지금 기준이 훨씬 높아요. 가치관도 많이 변했는데, 그걸 (정부 여당이) 따라잡지 못한 측면이 있습니다. 이제 변화된 신세대의 가치관이나 기준, 이런 부분에서 함께 하기 위해 우리가 노력을 더 많이 해야 된다고 봅니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국회의장(2016년 6월~2018년 5월) 하실 때, 용역직이던 국회 청소노동자들을 처음으로 정규직화했습니다. 이걸 정세균 국회의장의 가장 큰 업적으로 꼽는 사람도 있고요. 그런데 지난해 인천국제공항공사(인국공) 사태에서 보듯,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이 요즘 젊은 세대엔 불공정 사례로 받아들여지기도 합니다. 이 딜레마를 어떻게 해결해야 합니까?

“방향이 옳은 정책이라도 소통을 충분히 해야 합니다. 공감대를 만들어가면서 정책을 추진해야죠. 충분히 준비하고 또 사전에 공감대가 충분히 만들어지지 않으면 아무리 좋은 정책도 본질이 훼손될 수 있고 수용성이 떨어집니다. 제가 국회 청소노동자들을 정규직화할 때 여러번 협상도 하고, 노조에서 투표까지 하고 그랬거든요. 저는 노조하고 협상이 잘 안되면 상급단체인 한국노총도 만났습니다. 제가 그때 야당 국회의장이었는데, 기획재정부와 청와대, 새누리당 의원들의 협조를 받기 위해 많이 만났습니다. 그런 정성으로 어려운 갈등을 풀어야 합니다.”

―국회 비정규직 문제에 그렇게 관심과 노력을 기울인 이유가 궁금합니다.

“대한민국 노동자들의 고용의 질이 좀 높아져야 됩니다. 청소는 청사가 존재하는 한 계속 해야 하는 일이잖아요. 그러면 그 분들을 비정규직으로 해야 할 이유가 없습니다. 물론 비정규직이 필요한 부분도 있어요. 자발적인 파트타임이라든지 계절 노동자라든지, 때론 그런 비정규직이 꼭 나쁜 게 아닙니다. 그런데 고용불안 때문에 항상 걱정해야 한다면, 바꿔야죠.”

―요즘 젊은 세대가 ‘공정’을 많이 강조하는 것도 좋은 일자리를 얻기 어려운 현실이 주된 이유라고 보십니까?

“그게 일부일 수는 있겠지만, 우리 젊은이들 의식이 선진화됐다고 봐야죠. 이해관계에만 집착하는 게 아니고, 옳고 그름을 좀 따져야 되겠다고 생각하는 것이죠. 그래서 불공정 불평등 부정의 이런 것들은 용납을 잘 안 하고…, 저는 대한민국이 선진국으로 가는 과정에서 젊은 세대가 가질 수 있는 가치관이라고 보고 기성세대가 그런 가치관을 존중하고 수용하는 노력을 하는 게 옳다고 봅니다.”

정치인으로서 정세균 전 총리의 경력을 정말 화려하다. 고려대 총학생회장과 대기업 임원(쌍용 상무)을 지냈고, 6선의 국회의원을 지내는 동안 단 한번도 선거에 패한 적이 없다. 당대표 두 번에 산자부 장관, 그리고 국회의장과 국무총리까지, 대통령 빼곤 안 해본 게 없을 정도다. 그게 오히려 정 전 총리에겐 약점으로 작용한다. 그렇게 핵심 요직을 두루 거쳤는데도 대중적으로 강렬한 인상을 남기지 못했다는 게 그것이다. 정 전 총리도 이런 점을 모를 리 없다. 그래서 ‘강인하다’는 점을 여러 차례 강조했지만, 말투는 전혀 공격적이지가 않다. 야당과 보수 언론의 정치공세에 격한 감정을 순간적으로 드러냈지만, 목소리가 높아지진 않았다.

―그 화려한 경력 중에서 가장 의미있는 것 세가지만 꼽으라면 뭘 꼽으시겠습니까?

“첫째, 고려대 총학생회장입니다. 사실 정치를 할 사람은 야성이 있어야 하는데, 저는 그게 부족할 거 같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습니다. 원래 제 성격이 그렇게 막 강하고 그런 스타일은 아닙니다. 그런데 고려대 총학생회장 하면서 제가 부족했던 야성을 많이 채울 수 있었기에 그 경력을 빼놓을 수 없습니다. 두번째는 국회의장입니다. 제가 국회의장일 때 박근혜 대통령 탄핵을 국회에서 했습니다. 그때 민주당 의석이 120석밖에 안됐는데, 새누리당 의원들까지 합세해서 찬성 234표로 탄핵안을 가결했습니다. 물론 그건 촛불 시민들의 지지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지만, 미국에서 트럼프 탄핵안이 부결되는 데서 볼 수 있듯이 의회가 꼭 국민 요구를 수렴하는 건 아니거든요. 그때 국회가 역사적 사명을 완수하도록 국회의장으로서 국민 요구를 잘 수렴했다는 자부심이 있습니다. 세번째는 국무총리입니다. 코로나라는 초유의 팬데믹 상황에서 경제와 방역을 양립하는 데 기여했다고 생각합니다. 오이시디(OECD) 국가들 중에서 우리가 경제성장률이 그래도 가장 좋은 편 아닙니까. 요즘 백신 때문에 (비판이 많지만), 그것도 곧 좋아질 겁니다. 셋 다 꼽았지만, 기업 경력도 애착이 갑니다. 제가 국회에서 그래도 실물경제에 가장 밝은 의원이란 평을 들은 건 기업에서 일했던 경력 때문입니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코로나 방역을 언급하셨으니 몇가지 묻겠습니다. 총리로서 1년3개월 동안 일선에서 방역을 총지휘했는데, 가장 잘한 일과 가장 아쉬웠던 일을 꼽으라면 뭘 꼽으시겠습니까?

“초기에 대구에서 (신천지 사태로) 확진자가 크게 늘었을 때 대구로 내려가서 현장에서 방역을 지휘한 건 지금 생각해도 잘한 결정이라 자부합니다. 그때 대통령께 전화를 드렸어요. ‘아무래도 제가 내려가봐야 겠습니다’, 그랬더니 대통령께서 ‘아니, 가기는 쉬운데 어떻게 나오시려고 그럽니까. 한달이고 두달이고 못 나오면 어떻게 합니까’ 그렇게 걱정하시는 겁니다. 그때 상황이야 한치 앞도 못 내다볼 때니까, 정말 잘못하면 몇달 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다음날 내려갔는데, 상황이 계속 악화되면서 병실도 부족하고 아주 난리였습니다. 그런데 제가 현장에 딱 있으니 대구 시민들이 좀 안심하시는 거 같더라구요. 그래서 3주 만에 제가 (대구에서) 나왔잖아요, 내려가길 잘했다 생각했습니다. 가장 아쉬운 건, 우리가 방역과 경제를 잘한 축에 속하지만 그래도 자영업자나 소상공인들의 고통이 엄청나다는 거죠. 그걸 좀더 경감시켜 드리지 못한 아쉬움이 큽니다.“

―코로나 이후 세계는 그 이전과 완전히 다를 거 같습니다. 한국 역시 마찬가지일텐데요, 코로나 이후 한국사회가 나가야할 방향이나 과제는 뭐라고 보십니까?

“우선 우리 국민들께서 소중하게 생각하는 가치나 이런 것들이 과거와는 달리질 수밖에 없다는 점을 인정해야 합니다. 과감하게 버릴 건 버리고 새롭게 바뀐 세상을 받아들이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그동안 우리가 덜 중요시했던 것, 예를 들면 환경이나 사회적 책임 이런 거에 높은 가치를 두는 변화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돈벌이를 위해서는 다른 중요한 걸 희생해도 된다, 이런 생각은 이젠 버려야 될 거 같아요. 앞으로 팬데믹은 또 올 텐데, 우리가 바뀌지 않으면 감당하기가 어렵습니다.”

―최근 오세훈 서울시장이 자영업 영업시간을 자체적으로 조정하겠다고 밝혔고요, 이재명 경기지사는 도 차원의 백신 도입을 실무적으로 검토하겠다고 얘기했습니다. 지자체의 독자적인 방역 움직임을 어떻게 보십니까?

“저는 원래 지방자치의 장점을 잘 살리는 게 좋다고 생각하는 사람이에요. 그렇게 해서 더 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으면 그렇게 해야죠. ‘감염병 예방법’이 허용하는 자치단체 재량권이 있습니다. 책임지고 결정하되, 그에 따른 권한과 책임은 함께 가는 거란 걸 알아야 합니다. 팬데믹은 자치단체별로 대응하기 쉽지 않은 이슈입니다. 경기도 하고 서울 하고 (생활 반경이) 구분이 잘 되지 않거든요. 그런데 (방역 지침이) 서로 다르면 풍선 효과 같은 게 나타날 수도 있고요, 그래서 이게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닙니다. 가령 백신을 한번 보죠. 지금 세계적으로 백신이 부족한 상태 아닙니까. 이건 인류가 함께 나눠야 하는 공공재이니까, 사실 미국이나 유럽이 많이 확보하려는 게 바람직한 건 아닙니다. 그래도 자치단체뿐 아니라 개인이라도 백신을 구해온다면 정부로선 대환영입니다. 물론 가능하다면 말입니다.

많은 국민들이 (백신 확보를) 걱정하시는 건 잘 알고 있습니다. 요즘 언론을 보면 11월 집단면역은 물건너갔다는 기사가 많이 나오는데, 직접 일을 해온 제 입장에서 말씀드리면 정부가 제시한 스케줄, 11월 집단면역은 꼭 지킬 수 있다고 자신합니다. 정부가 제시한 스케줄, 그러니까 상반기 중 1200만명 접종, 이게 그냥 희망 사항을 말한 게 아니라 여러 차질 가능성을 고려해서 정한 수치거든요. 앞으로 변이바이러스가 생겨 기존 백신이 무용지물이 되면 모를까, 또는 미국이 수출 금지를 하는 등의 변수만 없다면, 11월 집단면역 목표는 차질이 없을 겁니다. 그래서 그렇게 (부정확한 주장을 펴서) 국민을 불안하게 할 필요가 있느냐, 한번 두고 보자, 저는 그런 생각을 합니다.“

―‘한번 두고 보자’는 건 야당에 하시는 말씀인가요?

“아니, 언론에 하는 말입니다. 언론에서 상반기 접종 목표는 이미 물건너갔고 이런 속도라면 (집단면역에) 몇년 걸릴 거라느니 하니까, 한번 두고 보자, 저는 그렇게 말하는 겁니다. 코로나 방역에 대한 최종 평가는 끝날 때에 되지 않겠습니까. 세계가 집단면역이 됐을 때, 그 과정에서 사망자는 얼마나 생겼고 경제는 어떤지 이런 걸 다 종합해서 평가를 해야겠죠. 그때 대한민국이 팬데믹을 잘 극복한 나라 중 하나로 틀림없이 꼽힐 겁니다. 한번 두고 보자구요.”

―코로나와 관련한 야당과 보수 언론의 공격이 너무 정치적이고 과도하다고 생각하십니까?

“그렇게 생각하죠. 그게 제 생각이죠. 국민을 대신해서 비판하는 건 언론의 본령 아닙니까. 야당도 마찬가지구요. 그런데 그게 합리적이어야죠. 설령 잠시 정략적으로 비난하더라도 인정할 건 인정해줘야죠. 요즘 우리 정치 보면 발전하고 있다는 느낌이 안 들어요, 퇴보하고 있는 거죠.”

―총리 하시면서 야당과 언론의 공격에 감정이 격해진 적이 많은 거 같습니다.(웃음)

“국민들 보기가 민망해서 그렇죠. 저도 지금 행정에 와서 몸을 담았지만 원래는 정치인 아닙니까. 우리 정치가 국민에게 힘이 돼야 하는데 오히려 국민이 정치를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 재현되니까 부끄럽고 미안하고….”

―정치에서 갈등과 분열이 심해진 건 꼭 야당 탓이라고 말할 수 없는 거 아닌가요?

“야당 탓만 하지는 않습니다. 여당도 책임이 크죠.”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정세균 전 총리는 호남에서 4선을 하고 지역구를 서울 종로로 옮겨 2선을 더 했다. 종로에선 홍사덕 국회부의장, 오세훈 서울시장 등 막강한 상대와 만나 이겼다. 호남 중진이 정치 1번지로 불리는 서울 종로에서 연승을 거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지역구 선거에선 그렇게 강한데, 전국적인 정치적 영향력이 강하다는 인상을 국민에게 주고 있지는 못합니다. 스스로는 이 점을 어떻게 생각하세요?

“제 노력이 부족했겠죠. 제가 본격적으로 전국적인 캠페인을 해본 적이 아직 없어요. 노력을 덜하고 좋은 평가만 받길 기대할 순 없죠. 또 중요한 게, 필요할 때 지지가 있어야지 미리 지나가버리면 아무 소용이 없어요. 꼭 필요한 때를 대비하고 있는지 모르죠.”

―언론의 정세균 총리 인물평을 보면, 다들 ‘합리적이고 온건하다’고 말합니다. 그런데 이런 평이 ‘강력한 리더십이 부족하다’는 느낌으로 다가오기도 합니다.

“저를 외모를 가지고 평가할 때 그럴 수 있다고 봐요. 그러나 제가 (국회에서) 사립학교법이나 행정수도 이전, 미디어법 반대 투쟁을 할 때는 강력하게 했습니다. 또 민주당 대표 시절엔 ‘재보선 43 대 0’ 패배를 승리로 돌려놓은 게 접니다. 국회 청소노동자 정규직화도 전임 의장들이 약속만 하고서 못한 걸 제가 해냈습니다. 그래서 저는 (그런 평가가) 좀 억울하다고 생각합니다. 제대로 된 평가를 받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수밖에 없죠.”

―이제 본격적으로 대선 준비에 나서시는 거죠?

“아직은 공식화하지 않고 있습니다.”

―내년 3월 대선의 시대정신이 뭐라고 생각하십니까? 그 시대정신을 ‘정치인 정세균’는 갖고 있습니까?

“팬데믹과 경제위기를 어떻게 극복하고 회복시키냐가 현 시기 가장 큰 과제입니다. 또 대선은 미래를 내다봐야 합니다. 대한민국이 어떻게 강한 나라로, 잘사는 나라로 갈 것인가, 이게 과제라고 봅니다. 저는 지금까지 위기관리에서 성과를 냈고, 경제통으로 미래를 준비할 수 있는 사람이다, 그런 자부를 합니다.”

―김대중 대통령에게 발탁돼 정치에 입문했고, 노무현 대통령 시절에 장관과 당대표를 했고, 문재인 정부에서 국무총리를 맡았습니다. 세 진보 대통령 모두의 신뢰를 받았는데, 세 대통령으로부터 각각 무엇을 배웠습니까?

“김대중 총재로부터는 민주주의에 대한 신념과 실시구시 정치를 배웠습니다. 김 총재님은 민주주의자이면서도 굉장히 유연했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은 확실한 철학이 있으신 분이었죠. 약자를 챙기면서 국가균형발전을 과감하게 추진했습니다. 이 균형발전이란 게 약자를 돌보는 거 하고 일맥상통하는 겁니다. 그런 가치지향적인 정치를 노 대통령으로부터 배웠습니다. 우리 문재인 대통령은 정책 일관성, 그리고 아마도 저 분은 털어도 먼지가 안날 분이라고 저는 봅니다. 그런 분들로부터 제가 평가를 받았으니 정말 행운이다, 이렇게 생각하죠.”

정세균 전 국무총리가 18일 박찬수 <한겨레> 선임논설위원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대선에 뛰어들 거로 보십니까?

“검찰총장은 내각의 일원은 아니어서 업무상 연결은 없었습니다. 그냥 좋은 검사라고 알고 있었죠. 그런데 검찰은 중립성이 굉장히 중요한 조직입니다. 최근 행보를 보면 정치적 중립을 의심하게 하는 그런 일이 있었고, 그 점에선 좋은 검사가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윤 전 총장이 정치를 하는 건 본인과 검찰, 국가에 모두 불행인데, 이미 정치를 하고 있는 것 아닙니까?”

―이번 4·7 재보궐선거 결과가 내년 대선에 영향을 끼치리라 보십니까?

“우리 하기 나름이겠죠. 쓴 약이 될 수도 있고 패배의 시작이 될 수도 있고, 그건 전적으로 민주당 하기에 달려 있습니다. 이번 결과가 쓴약이 되도록 만들어야죠.”

―총리직을 그만두는 정 전 총리에게 문재인 대통령이 ‘계속 국민을 위해 봉사하실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습니다. 이 말을 어떻게 받아들이십니까?

“대통령께서 그런 덕담을 해주실 수 있는 좀 넉넉한 분이죠.”

―총리로서 옆에서 지켜봤을 때 문 대통령이 가장 힘들어했던 시기 또는 이슈가 있다면 무엇이었습니까?

“원래 일관된 분이니까 원칙 갖고 (검찰개혁을) 흔들림 없이 추진을 했는데, ‘추미애-윤석열 갈등’ 때 대통령도 굉장히 힘들어 하셨습니다. 정치적으로 보면 그렇고, 정책으로는 부동산이죠. 부동산 때문에 고심을 참 많이 하셨습니다.”

―문재인 정부 국무총리를 지냈으니까, 대선에 나간다면 ‘문재인 정부 공과를 평가받겠다’는 생각을 갖고 나가는 겁니까?

“당연히 그렇지요. 그것을 토대로 해서 어떻게 국민을 제대로 섬길 수 있을지 하는 방책까지 갖고 나가야지요. 문재인 정부의 공과를 무작정 승계하는 게 아니라, 문 대통령이 추진한 개혁 중 완결하지 못한 부분, 그런 것을 제가 감당하고 나가야죠. 조정이 필요한 부분은 과감하게 조정할 거구요.”

선임논설위원 pc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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