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 '단속' 칼바람 예고..실효성은 '글쎄'

이설영 2021. 4. 19. 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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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무조정실, 가상자산 특별단속
국내외에서 가상자산 규제 움직임
시장과 투자자 단속 정책 일변도
산업 부흥 및 투자자 보호 논의 절실

[파이낸셜뉴스] 올들어 비트코인(BTC) 등 가상자산의 시세와 거래량이 급증하면서 국내외 규제당국이 시장 단속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가상자산 시장이 커지면서 불법적인 환차익 움직임이 포착되고, 시세 조작 세력들도 개입하는 것으로 파악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가상자산 시장 단속은 주로 자금세탁 방지, 사기행위 예방 등 기존 정책을 끼워맞출 수 밖에 없는 구조다. 가상자산에 특화된 정책이나 투자자 보호책 등 특화된 제도가 없기 때문이다. 딱히 가상자산 시장을 전담하는 정부 부처도 없는 실정이다. 이 때문에 대량 거래가 24시간 국경없이 이뤄지고 있는 가상자산 시장의 불법행위를 차단하기에는 실효성이 떨어지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범정부, 가상자산 특별단속

구윤철 국무조정실장은 지난 16일 가상자산 관계부처 차관회의를 열고 4~6월을 가상자산 '범정부 차원 특별단속기간'으로 정하고 집중단속 하기로 했다. /사진=뉴시스

국무조정실은 지난 16일 구윤철 국무조정실장 주재로 가상자산 관계부처 차관회의를 열고 4~6월을 가상자산 자금세탁, 사기 등 불법행위에 대한 '범정부 차원 특별단속기간'으로 정하고 집중단속 하기로 했다고 19일 발표했다.

구윤철 국무조정실장은 "가상자산의 가치는 누구도 담보할 수 없고, 가상자산 거래는 투자라기보다 투기성이 매우 높은 거래"라며 "실제 가산자산 투자를 빙자한 다단계, 유사수신, 사기 등 불법행위도 발생하는만큼, 각별히 유의해 달라"고 당부했다.

세계적으로도 '가상자산 시장 규제론'이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다. 미국에서 금융시장 감독을 담당하는 재무부가 가상자산을 돈세탁에 이용하는 금융기관을 단속할 것이라는 소문이 17일(현지시간)부터 확산된 것이다. 재무부는 이 소문에 대해 입장을 밝히지 않았으나 바이든 정부 출범으로 취임한 재닛 옐런 재무장관이 가상자산 규제 필요성을 잇따라 공식석상에서 밝히면서 뜬소문은 아닌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가상자산 규제 가능성은 세계경제포럼(WEF)에서도 나왔다. WEF 데이터·블록체인·디지털자산 책임자인 실라 워런(Sheila Warren) 집행위원회 위원은 지난 15일(현지시간) 가상자산의 호황이 '극적인(Dramatic)' 규제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워런 위원은 "가상자산 세계를 규제하기 위한 매우 극적인 규제 시도를 보게될 것"이라며 "가상자산 시장에서 더욱 더 많은 활동이 이뤄지면서 규제당국이 개입해야 한다는 요구가 많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투자자 보호' 위한 논의 전무

국내에서 가상자산 투자자들이 늘고 거래액도 증가하고 있지만 투자자 보호에 대한 정책 논의 없이 단솩 일변도의 정책이 이어지고 있다. /사진=뉴스1

국내에서도 가상자산 투자자수가 증가하고 투자규모도 확대되고 있지만 가상자산이 산업적인 가치를 얻고, 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한 정책에 대한 논의는 전무하다.

국내에서는 4월 들어 매일 가상자산 거래액이 코스피와 코스닥을 합친 하루 거래액을 뛰어 넘었다. 국내 가상자산 투자자의 절반이 최근 처음으로 투자를 한 것으로 추정되는 설문조사 결과도 나왔다. 가상자산 시장 참여자들이 그만큼 많아지고 있는 것이다. 강력한 규제로 투자가 쉽지 않은 부동산과 고점에 올라와 있는 주식 등 기존 투자처 대신 투자가치가 높아지고 있는 가상자산에 투자자들이 대거 몰리기 때문이다.

정부가 가상자산 시장을 정화하고 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한 정책에 손 놓는 사이 업계가 자체적으로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시중은행들은 최근 국내외 가상자산 가격 차를 이용한 차익거래를 위해 중국 등 해외로 자금을 송금하는 사례가 급증하는 것으로 보고 각 지점에 송금사유와 자금출처를 철저히 확인해 의심되는 거래는 지급거절을 하거나 의심거래보고를 철저히 하라는 내용의 공문을 발송했다.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도 불법 차익거래를 막기 위해 72시간동안 원화 출금을 제한하는 신규 규정을 이날부터 적용하기로 했다.

반면 정부는 규제 일변도 정책에서 한발짝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특금법)'에 처음 가상자산 관련 조문이 들어갔지만 이는 자금세탁방지(AML) 기준에 맞춰 기업을 규제하는 법에 불과하다. 특금법이 본격 시행되는 9월 25일 이후 일부를 제외한 거래소들이 사업권을 획득하지 못하고 폐업해 투자자들이 투자금에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생기지만 투자자 보호책은 없다. 대신 투자자들은 내년부터 시행되는 개정 '소득세법'에 따라 연 250만원을 초과한 가상자산 양도 및 대여소득에 대해 20%의 세금을 내야한다.

업계에서 국내 가상자산 산업과 시장의 가치를 확대하고 투자자를 보호할 수 있는 정책에 대한 필요성을 끊임없이 요구하지만 정부 차원에서 논의는 전무하다. 업계 한 관계자는 "해외에서도 가상자산 규제 가능성이 제기되지만 가상자산의 산업적인 가치 상승도 함께 이뤄지고 있다"며 "우리나라에서는 투자자와 기업들을 향해 규제만 외칠 뿐 시장을 확대하고 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한 논의는 전혀 이뤄지지 않은 채 단속에 대한 이야기만 나오고 있어 결국 우리만 뒤처질 것 같은 위기에 우려가 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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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nia@fnnews.com 이설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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