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판 '줌' 키운다..탄력받는 비대면 中企 육성
비대면 中企 별도 분류해 지원
업계 "정부 차원 통합 지원책 필요"
일각선 "기존 법과 중복..'대면 기업' 역차별" 우려도
코로나가 키운 ‘비대면 경제’, 지원법 만든다
19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는 ‘비대면 중소벤처기업 육성에 관한 법률’(이하 비대면기업육성법) 공청회를 열었다.
정태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10월 대표 발의한 비대면기업육성법에는 △비대면 중소벤처기업 육성 기본계획 수립 △연구개발(R&D) 및 기술지원 △해외진출을 위한 자금지원 △지식재산권(IP) 보호 등 내용이 담겼다. 즉, 비대면 중소벤처기업을 별도 기업군으로 분류해 지원할 수 있는 제도적 근거를 마련하는 셈이다.
주무 부처인 중소벤처기업부는 법안 필요성 근거로 비대면 기업의 높은 잠재력을 제시한다. 중기부가 지난 2월 발표한 ‘2020년 벤처기업 고용동향’에 따르면 비대면 분야 벤처기업 고용은 전체 벤처기업의 약 25%를 차지한다. 이는 2019년 말보다 약 1.6%포인트(p) 높아진 수치다. 또한 비대면 분야 기업의 투자금액 대비 기업가치 배수(11.5배) 역시 대면 분야 기업(10.0배)보다 높게 나타나면서 잠재력을 키우고 있다는 설명이다.
민간에서도 비대면 기업 육성에 팔을 걷었다. 지난해 10월 중소기업중앙회·벤처기업협회 등 16개 중소기업 단체는 ‘비대면 중소기업 육성 민간협의회’를 발족하고 △중소벤처기업 디지털 전환 촉진 △비대면 중소벤처기업 육성지원 상호협력 등을 추진하기로 했다.
업계에서는 비대면기업육성법 제정이 중소기업·소상공인 디지털 전환 촉매제가 될 것으로 기대하는 분위기다. 이날 공청회에 참석한 소상공인 온라인 진출 플랫폼 ‘셀러허브’ 추연진 대표는 “농장주와 시장 상인, 도매업자 등 수많은 전국 소상공인들이 온라인 판매 증대를 위해 회사를 찾지만, 적지 않은 분들은 온라인 사이트에 회원 가입하는 것조차도 어려워하는 게 현실”이라며 “개별 정책이나 지원사업이 아닌 정부 주도의 통합 정책 및 지원 인프라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최세경 중소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사스(SARS) 때 중국의 알리바바가 온라인 쇼핑이라는 거대한 시장을 열었고,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는 공유 비즈니스라는 새로운 사업 모델을 탄생시켰다”며 “코로나19 사태 이후 비대면 경제가 가져올 새로운 시장을 우리 중소벤처기업이 선점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며 법안 필요성을 강조했다.
다만 비대면 기업 지원을 위한 별도 법안 마련은 시기상조라는 지적도 나왔다. 기존 벤처기업육성법이나 중소기업창업법 등 비슷한 법률과 중복될 우려가 있고, ‘대면 기업’에 대한 역차별 문제도 불거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박규홍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는 “기존 법률 간 중복 문제가 불거질 수 있어 입법 단계에서 어느 법을 우선 적용할지 명확하게 해야 한다”며 “비대면의 파급 효과는 전 산업에 미치는데, 중소벤처기업 육성은 비대면 산업 진흥 정책의 일부에 불과하다”고 지적하며 소관 부처 문제를 신중하게 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정수 명지대 산업경영공학과 교수는 “건전한 산업생태계가 구성될 수 있도록 포괄적 정책을 이끄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라며 “중소벤처기업으로만 국한하는 것은 새로운 산업 발전을 꾀하고자 하는 정부의 정책 의지와 엇박자를 만들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어떤 기업을 비대면 기업으로 정의할 것이냐에 대한 부분도 불명확해 정책 공급자-수요자 간 정책 기대 미스매치가 일어날 가능성도 크다”고 덧붙였다.
공청회 참석한 여야 의원들은 비대면 중소벤처기업 경쟁력 강화라는 법안 취지에는 공감했지만, 법제화가 최선인지에 대한 의견은 다소 엇갈렸다.
이주환 국민의힘 의원은 “비대면기업육성법이 시행되면 ‘우리도 비대면 기업인데 왜 지원을 안 해주느냐’는 사업자가 부지기수로 늘어날 것”이라고 지적했다.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은 “비대면 산업에 대한 입장 정리 없이, 그 중 일부에 해당하는 중소벤처기업 지원법을 치고 나간다는 건 순서가 꼬였다”며 “잠재력이 큰 비대면 산업 정책을 먼저 정의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법안을 대표 발의한 정태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비대면 기업이란 일종의 새로운 현상”이라며 “이를 어떻게 체계적으로 지원·육성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법안에 담겨 있다”고 법안 통과 필요성을 설명했다.
주무 부처인 중기부는 법안 관련 부처 간 협의를 마무리한 상황으로, 향후 심사과정에서 법안 필요성을 강조한다는 입장이다.
변태섭 중기부 중소기업정책실장은 “법안에 대한 관계부처 의견을 종합, 수용해 현재 부처 내 이견은 없는 상황”이라며 “공청회에서 나온 지적들은 충분히 고려해 향후 법안 심사과정서 논의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호준 (kazzyy@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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