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김명수 대법원장, 고법부장때 1심 증거 변조사실 알고도 결론 안바꿔
[경향신문]
박근혜 정권 시절 서울행정법원이 일제 전범기업 다이셀코리아에서 해고된 노동자가 제출한 증거를 피고에 유리하게 변조해 판결문에 인용한 사실이 확인됐다. 변조된 증거는 항소심 진행과정에서 바로잡혔으나 부당해고가 아니라고 본 1심 판결과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다. 당시 서울고법에서 해당사건을 맡았던 재판장과 주심 판사는 김명수 대법원장과 여운국 공수처 차장이었다.
19일 경향신문 취재에 따르면 2014년 서울행정법원 14부(재판장 차행전 부장판사)는 전범기업 다이셀코리아를 상대로 한 부당해고 취소 사건에서 해고 노동자 김주묵씨가 제출한 증거를 피고측에 유리하게 변조해 판결문에 인용했다.
서울행정법원이 변조해 판결문에 삽입한 증거는 다이셀코리아의 서울지사장으로 근무하다 2013년 1월 해고된 김씨가 제출한 위임결재표였다. 김씨가 증거로 제출한 위임결재표에는 급여·임급·승진에 대한 인사권이 없는 것으로 표시돼 있으나 판결문에 삽입된 위임결재표에는 해당항목에 대한 인사권이 존재하는 것으로 표시돼 있었다. 당시 재판부는 이를 기초로 ‘김씨는 사용자의 지위에 있어 근로기준법이 적용되지 않는다’며 김씨의 부당해고 주장을 기각했다.
김씨는 “해고 전 사측으로부터 받은 원본 위임결재표에는 급여, 임금, 승진 권한 항목 부분이 공란으로 표시돼 있음에도 판결문은 해당 공란을 ‘승인’이라는 문자로 채워 넣음으로써 내가 마치 인사권을 가지고 있는 사용자인 것처럼 보이게 했다”며 “이는 명백히 판사가 피고측에 유리하게 허위공문서를 작성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사측을 대리한 김&장은 내가 직접 회사를 경영한 것처럼 보이게 하기 위해 재판과정에서 온갖 위·변조된 증거를 제출하다가 발각돼 패소가 유력시됐으나 갑자가 재판장이 교체되면서 사건이 뒤집어졌다”고 덧붙였다.
노동자성 판단에 결정적인 증거라 할 수 있는 위임결제표가 변조돼 판결문에 삽입된 것은 단순 실수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당시 재판장이었던 차행전 변호사는 “위임결재표는 원고와 피고의 주장을 기초로 재판부 나름의 판단 내용을 정리해서 게재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판결문에 인용된 위임결재표는 재판부의 판단이 아닌 사실관계를 설명하는 부분에 삽입이 돼 있어 ‘재판부의 판단을 반영해 정리한 것’이라는 차변호사의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실제로 이 사건 항소심을 맡은 서울고법 10행정부는 위임결제표가 변조됐다는 원고의 주장을 받아들여 해당 1심 판결문 내용을 원고가 당초 제출한 증거로 대체했다. 하지만 서울고법 역시 김씨를 노동자로 볼 수 없다는 1심 판결 결과는 바꾸지 않았다.
서울고법은 “직원들에 대한 채용, 승진, 급여인상 권한은 다이셀 일본 본사가 갖고 있고 원고는 직원들에 대한 업무평가, 교육, 초과근로수당 청구권한만 있었으나 인사권이 제한되었다는 사정만으로 원고를 노동자로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직원들에 대한 채용 및 급여결정권한이 없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김씨를 또 다시 사용자로 판단한 것이다. 당시 항소심 재판장은 김명수 현 대법원장, 주심판사는 여운국 현 공수처 차장이 맡았다
김씨는 “항소심 재판부는 1심 판결문에 삽입된 위임결제표가 변조된 사실이 드러나자 ‘원고 청구취지를 인용하겠다’며 변론을 종결했다”며 “그런데 갑자기 2015년 1월 선고 당일 선고공판이 두 달 뒤로 연기되더니 항소기각 판결이 내려졌다”고 했다.
그는 “검찰수사를 통해 드러났지만 당시 대법원은 청와대의 압력으로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전범기업들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사건의 재상고심을 고의로 지연시키고 있었다”며 “내 사건 역시 ‘재판거래’ 대상이 됐다는 의심이 든다”고 말했다.
김씨가 다이셀코리아를 직접 경영하는 사용자가 아니라 일본 본사의 지휘 감독을 받는 노동자로 판단될 경우 강제징용피해자들 및 유족들이 다이셀코리아 재산에 압류를 걸 수 있다는 점에서 부담을 갖고 판결을 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경향신문은 김 대법원장과 여 공수처 차장을 상대로 ‘1심 판결문이 변조된 사실을 확인하고도 결론을 바꾸지 않은 이유가 뭐냐’‘당시 청와대와 대법원간의 재판거래가 판결에 영향을 미친 것 아니냐’는 질의서를 보냈다. 하지만 두 사람은 아무런 답변도 하지 않았다.
강진구 기자 kangj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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