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윤, 마지막 승부수..검찰총장 후보추천위는 신중모드

윤수희 기자,류석우 기자 2021. 4. 19. 1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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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윤 측 "기소 가능성 보도 나와 진상 설명할 필요 있어"
공수처 수사 고집 어려워져.."검찰 판단 뒤집긴 어려울 것"
이성윤 신임 서울중앙지방검찰청장이 13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서 열린 ‘제61대 서울중앙지검 검사장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마치고 단상을 내려오고 있다. 2020.1.13/뉴스1 © News1 황기선 기자

(서울=뉴스1) 윤수희 기자,류석우 기자 =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긴급출국금지 사건 수사에 외압을 행사하려헀다는 의혹을 받는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17일 검찰에 출석해 조사를 받았다. 그동안 4차례 소환 통보에도 불응하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수사를 고집했던 이 지검장이 돌연 검찰 조사를 받게 된 배경에 관심이 모인다.

19일 검찰에 따르면 수원지검 형사3부(부장검사 이정섭)는 17일 오전 11시부터 늦은 오후까지 약 9시간 동안 이 지검장을 불러 조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지검장의 소환 조사는 지난 1월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직접 결정으로 수원지검으로 재배당 된 이후 처음이다.

이 지검장은 대검찰청 반부패·강력부장 시절인 2019년 김 전 차관 긴급 출금 과정에 개입하고, 안양지청이 김 전 차관에 대한 불법 긴급 출금조처가 내려진 정황을 수사하려 하자 수사 축소 외압을 넣었다는 의혹을 받는다.

검찰은 이 지검장에 4차례 소환 통보를 했으나 이 지검장은 모두 불응했다. 그러던 지난 15일 대면조사없이 이 지검장을 기소하겠다는 수사팀 의견을 대검이 받아들였다는 보도가 나왔다. 그러자 이 지검장은 태도를 바꿔 출석하겠다는 의사를 밝혔고 이틀 후인 17일 조사가 이뤄졌다고 한다.

이 지검장이 조사를 받겠다고 결심한 배경엔 이 지검장 기소 방침 보도가 결정적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 지검장 측은 "최근 언론에 기소 가능성 보도가 나오기 시작해 일단 검찰에서 진상을 설명해 반부패강력부가 오해받는 것을 해명할 필요가 있었다"고 했다.

그동안 공수처가 수사하는 게 맞다며 검찰 수사의 부당성을 피력해왔으나 당장 기소 위기에 몰리자 검찰에 관련 증거를 제출하고 적극 반박하는 등 승부수를 던진 것이란 분석이다. 김한규 전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은 "제일 큰 이유는 조사없는 기소와 조만간 열릴 검찰총장 후보추천위원회의 부담감"이라고 말했다.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국금지(출금) 사건 관련 수사외압 의혹을 받고 있는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19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으로 출근하고 있다. 2021.4.19/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실제로 이 지검장 측은 A4용지 6페이지 분량의 입장문에서 기소 가능성을 언급한 보도에 유감을 표명하며 관련 의혹을 하나하나 부인했다.

이 지검장 측은 김 전 차관의 출금 사실을 뒤늦게 알았으며 출금 다음날까지 그 경위를 몰랐다고 했다. 그러니 서울동부지검장에 전화해 출국금지 요청에 대한 추인을 요청한 것이란 의혹은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수사 외압 의혹에 대해서도 안양지청의 보고 내용을 모두 검찰총장에 보고하고 지시를 받아 일선에 보냈으며 안양지청 수사팀과 지휘부 사이에 의견 대립이 있었을 뿐, 반부패강력부에서 개입한 사실이 없다고 해명했다.

또한 출입국관리 공무원 조사 경위 보고서는 반부패강력부 선임연구관이 법무부 검찰국장 지시에 따라 안양지청에 작성하라 지시한 것이며, 안양지청의 출금 의혹 수사상황을 확인한 것도 검찰총장의 지시에 따른 것이라 주장했다.

일각에선 검찰총장 후보추천위원회 회의가 조만간 열릴 것으로 예정된 가운데, 본인으로 인해 불거진 '황제 에스코트' 논란 등으로 공수처 수사를 계속 고집할 수 없는데다 4·7재보궐 선거 참패로 이 지검장 카드가 부담스러워진 정부·여당의 상황도 영향을 미치지 않았겠냐고 본다.

김한규 전 회장은 "공수처 수사가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에서 계속 버티면 여론이 악화되고 총장 후보 추천에 있어서 정권에 부담이 되니 차라리 억울한 게 있으면 빨리 해명을 하는 게 낫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봤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대통령께 (검찰총장을) 제청할 것"이라며 후보 추천에 절차에 돌입할 것을 예고했으나 여전히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법무부는 국민천거된 인물 중 검찰총장 후보추천위원회에 제시할 인물을 추리는 작업을 마무리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후보추천위원은 "첫 회의 일정은 잡히지 않았다"면서 "초기엔 조금 빨리 진행할 것 같았는데 지금은 전혀 진행이 안 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이 지검장이 조사에 나섰더라도 검찰의 기소 판단을 뒤집긴 역부족이란 의견도 있다. 이미 이 지검장을 조사하지 않아도 될 정도의 증거를 수집한 검찰로선 대면 조사 유무는 더 이상 고려대상이 아닐 수 있다는 관측이다.

지청장 출신 김종민 변호사는 "검찰이 이 지검장에 대한 수사가 마무리됐다고 본다면 이 지검장이 조사에 응했다고 해서 기소를 늦출 이유는 없다"며 "어차피 검사는 법과 원칙대로 사건 처리를 한다"고 말했다.

ysh@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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