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이용하려던 남양.. 10년 전에도 '日 방사능' 이용하던 회사 있었다 [뉴스+]

김수미 2021. 4. 19. 1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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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양유업, 식품표시법 위반 혐의로 2개월 영업정지 위기
불가리스 뿐 아니라 모든 유제품 생산·유통·판매 중지돼
홍삼 등 건강기능식품업체 허위·과장 광고 1000건 넘어
10년 전엔 후쿠시마 원전 방사능 피폭 방어 식품 광고 기승
유명 알로에 업체, 남양유업과 비슷한 홍보로 영업정지 처분
지난 14일 오후 대구 한 슈퍼마켓 주인이 음료 진열대에 불가리스 품절 안내문을 붙이고 있다. 뉴시스
남양유업이 자사 발효유 ‘불가리스’에 코로나19 바이러스 억제 효과가 있다는 연구 발표로 역풍을 맞고 가운데 코로나19 관련 허위·과장 광고를 한 업체들이 대거 적발됐다. 대부분 홍삼 등 건강기능 식품업체들로, 자사 식품에 코로나19 예방 또는 치료 효과가 있다고 홍보한 것으로 드러났다.

코로나19를 이용한 일부 식품업체들의 허위·과장 광고 행태는 꼭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가 발생한 10년 전 방사능 방어 식품 논란과 빼닮았다. 원전 폭발사고로 인한 방사능 유출과 전세계로 확산한 코로나19라는 전대미문의 재앙과 질병 앞에 공포와 불안감 휩싸인 소비자 심리를 마케팅에 이용한 것이다. 

◆남양유업 혐의 인정되면 “모든 유제품 생산·유통·판매 2개월 정지”

남양유업은 지난 13일 학술 심포지엄에서 ‘불가리스’에 코로나19 바이러스 억제 효과가 있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연구내용이 언론으르 통해 알려지자 일부 마트와 편의점에서는 불가리스 품절 사태가 벌어졌고, 남양유업의 주가는 발표 전후 급등했다. 

그러나 곧 해당 연구가 인체 임상실험을 거치지 않은 동물 세포실험 단계로, 코로나19 바이러스 억제 효과를 단정할 수 없다는 질병관리청과 전문가들의 반박이 잇따랐다. 또 남양유업은 “순수한 학술 목적의 연구 발표”라고 주장했지만, 심포지엄 일정과 연구 결과를 언론사에 전화와 이메일을 통해 전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부터 발표까지 ‘불가리스 홍보용’으로 기획한 학술 행사라는 정황이 드러난 셈이다.

결국 식품의약품안전처는 현장조사를 거쳐 지난 15일 경찰에 남양유업을 ‘식품표시광고법’ 제8조 위반 혐의로 고발하고, 세종시에도 행정처분을 통보했다. 

경찰과 세종시 조사 결과 혐의가 인정되면 남양유업은 유가공 제품을 생산하는 세종공장에 대해 2개월의 영업정지 처분과, 1억이하의 벌금 또는 10년이하의 징역에 처하게 된다. 

식약처 관계자는 세계일보와 통화에서 “혐의가 인정되면 이번에 문제가 된 불가리스 뿐 아니라 남양유업의 유가공 제품 모두 생산, 유통, 판매가 정지된다”며 “다만 기존에 생산된 제품은 유통, 판매가 가능하고 행정당국의 결정 시점부터 금지 처분 효력이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남양유업 세종공장은 불가리스 뿐 아니라 분유와 치즈 등 남양유업 유제품 전체의 40%를 생산하고 있어 영업정지 처분은 치명적이다. 이런 가운데 2013년 ‘대리점 갑질’ 사태 이후 8년 만에 남양유업 불매운동 움직임까지 다시 일고 있다.

지난 13일 열린 남양유업 심포지엄 모습. 남양유업 제공
또 연구결과 발표 전후로 주가가 급등한 것과 관련해 한국거래소가 자본시장법 위반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남양유업이 제품 효능을 과장하는 등 부실 정보를 제공해 오인하게 한 부정거래(불공정거래)에 해당하는지, 연구결과 발표 전 임직원들이 미공개 정보로 주식을 매매했는지 등이 쟁점이다.

남양유업 주가는 발표 당일인 13일 10% 이상 급등해 52주 고점(48만9000원)을 찍었다가 38만원으로, 다음날엔 이보다 5.13% 내린 36만500원으로 마감했다.

코로나19를 이용해 허위·과장 마케팅을 한 업체는 남양유업 뿐 아니다. 식약처는 지난해 1월부터 지난달까지 식품 및 건강기능식품 사이트를점검한 결과 코로나19 예방·치료 효과를 표방하는 등 허위·과대광고한 사례 1031건을 적발했다.

1031건 가운데 식품 판매 사이트가 711건, 건강기능식품 판매 사이트가 320건이다.

내용별로는 홍삼, 식초, 건강기능식품 등으로 호흡기 감염과 코로나19 등을 예방·치료할 수 있는 것처럼 허위 표시하거나 부당 광고한 사례가 1004건(97.4%)으로 압도적이다. 흑마늘, 녹차, 도라지 등의 원재료가 코로나19 예방에 효과가 있다는 체험기로 소비자를 기만하는 광고를 한 사례도 24건(2.3%) 있었다.

일본 후쿠시마 제1원전 오염수 탱크. 교도연합뉴스
◆10년 전엔 방사능 방어 홍보 극성...식품업계 고질적 불안 마케팅

10년 전인 2011년 3월11일 동일본 대지진으로 후쿠시마 원전이 폭발하면서 엄청난 양의 방사능이 유출됐다. 당시 방사능 피폭 우려로 일본산 수산물 수입이 금지됐을 뿐 아니라 소비자들은 일본산 원자재가 들어간 화장품 공산품까지 기피했다.

그러자 일부 업체가 홍삼, 알로에, 로얄제리, 클로렐라, 요오드 함유 식품 등에 방사능 방어 효과가 있다고 광고하기 시작했다.

남양유업의 홍보 기획성 학술 논문 발표와 흡사한 사례도 있었다. 당시 한 유명 알로에 업체는 2011년 4월 각 언론사에 ‘알로에로 방사능 걱정 뚝’이라는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해당업체는 자료를 통해 1990년 서울대학교 수의과대학과의 공동연구를 통해 알로에가 방사능으로부터 손상된 세포 활성화, 조형기능개선 및 면역력 증진에 긍정적인 효과를 확인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식약청(현 식약처)은 이 자료를 허위·과대광고로 보고 관할 구청에 통보, 결국 해당업체는 영업정지 처분을 받았다. 

김수미 기자 leol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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