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전투기가 세상에 나오기까지..한눈에 보는 연대기 [신보현의 한국형 전투기 이야기③]
한국형 전투기 사업 개발 연대기 [신보현의 한국형 전투기 이야기③]
벌써 20년이 흐른 얘기다. 때는 2001년 3월. 공군사관학교 졸업식 행사장. 연단에 선 김대중 전 대통령이 ‘국산 전투기 개발 계획’을 언급했다.
“우리 전투 조종사의 기량은 세계 최고 수준입니다. 하지만 여기서 만족할 수는 없습니다. 늦어도 2015년까지는 최신예 국산 전투기를 개발할 것입니다.”
현대전에서 공군력의 중요성을 강조하다 나온 발언이었다. 김 전 대통령은 “공군력은 현대전의 승패를 좌우한다”면서 “공군력의 첨단화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고 첨언했다.
이날은 우리 스스로 국방을 책임질 전투기를 개발하는 한국형 전투기(KF-21·구 KF-X·사업명 보라매) 사업이 세상에 처음으로 알려진 날이었다. 1999년 항공우주 산업개발정책심의회에서 ‘전투기 독자개발 계획’이 심의됐고, 이후 약 2년여 만에 한국형 전투기 사업이 대중에 알려진 것이다.
하지만 실제 한국형 전투기 사업이 성과를 내는 데는 더욱더 많은 시간이 소요됐다. 지난 9일 시제 1호기가 처음 공개됐으니까, 김 전 대통령이 언급한 2015년보다 6년이 더 걸린 셈이다. 그만큼 한국형 전투기 사업은 부침이 많았다. 여러 차례 발목을 잡은 것이 한국형 전투기를 보는 부정적인 시선이었다.
이번 주 신보현의 한국형 전투기 이야기는 한국형 전투기 사업이 시제1호기를 내놓기까지 사업이 추진된 과정을 정리해봤다. 여기에 향후 한국형 전투기 사업이 진행되는 방향도 덧붙였다.
김 전 대통령의 ‘공사졸업식 선언’이 있고 난 후다. 2002년 5월 공군은 한국형 전투기 확보계획을 추진하기로 했다. 6월에는 한국형 전투기에 들어갈 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미국 전투기 F-15K에 대한 절충 교역 계약을 체결하기에 이른다. 절충 교역이란 외국으로부터 군사 장비, 물자 및 용역을 획득할 때 외국 계약자에게 기술 이전 및 부품 역수출 등과 같은 일정한 반대급부를 요구하는 조건부 교역을 말한다.
한국형 전투기 사업은 이후 순탄대로를 걷는 것만 같았다. 하지만 수익성과 관련된 논란이 이어졌다.
2003년, 한국 국방연구원(KIDA)은 ‘한국형 전투기 사업 추진의 타당성 분석’ 용역연구를 진행했다. 그 결과 “항공 산업 육성 차원에서 전투기개발 사업추진은 필요하나, 국내기술 수준이 낮다”는 결론이 났다. KIDA는 “비용, 수출 등을 고려할 때 국내에서의 독자개발은 타당성이 미흡하다”면서 “국제 공동개발 등 대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KIDA는 2005년 진행한 ‘보라매 사업 추진전략’ 용역 연구에서도 “타당성이 있다는 가정하에 국제 공동개발로 사업추진이 필요하다”고 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도 2006년에서 2007년까지 약 1년간 진행한 ‘보라매 사업 타당성 조사’에서 “기술 수준이 낮아 기술 파급효과가 미미할 정도”라면서 “직구매 대비 개발비 과다 소요로 경제성이 없어 타당성이 부족하다”고 꼬집었다.
하지만 2009년 건국대 무기체계 개념 개발 응용연구소(WCAR)가 진행한 ‘KF-X 사업 타당성 조사’ 용역연구에서는 “한국형 전투기 개발에 필요한 기술이 국내에 이미 확보돼 있다”면서 “기술파급 효과가 기대되고, 직구매 대비 경제성도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
각 기관이 진행한 타당성 연구 결과가 상반되게 나온 것이다. 이에 항공우주 산업개발정책심의위원회는 4차례에 걸친 공청회를 거쳤고, “한국형 전투기 국내 개발이 타당성 있다”고 결론 내렸다.
이후 사업이 진행됐다. 전투기 엔진 장착 형태는 엔진이 두 개가 들어가는 ‘쌍발(C-103)’로 하기로 했다. 대한민국 국군 합동참모본부는 2014년 7월 최윤희 당시 합참의장, 육·해·공군참모총장이 참석한 합동참모회의에서 이같이 결정하고 “한국형 전투기의 전력화 시기는 2025년”으로 하기로 했다.
쌍발 엔진은 개발비, 생산비, 운영유지비 등을 모두 고려했을 때 27조 원의 총 수명 주기 비용(LCC)이 들어가, 22조2000억 원 규모인 단발보다 비용이 많이 들지만 군은 작전적 효율과 안보적 측면을 고려해 전투기 엔진을 쌍발로 넣기로 했다.
쌍발 엔진의 추력(무장을 더 많이 달 수 있는 기준)은 4만 4000 파운드인 데 비해 단발 엔진은 3만 2000 파운드 수준에 그쳤고, 최대 속도도 쌍발은 마하 1.97인데 비해 단발은 마하 1.89에 그치는 차이를 보였다.
한국형 전투기 체계개발사업은 국제 공동개발사업 형태를 뗬다. 한국 주도하에 인도네시아와 해외 선진항공기술업체(TAC·기술 자문업체)가 참여했다. 인니는 한국형 전투기 개발비용의 20%를 부담하기로 했다. TAC는 절충 교역과 기술협력을 통해 사업에 참여했다.
전투기 프로젝트는 대한민국 유일의 항공기 제작사인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도맡았다. 2016년 1월 방위사업청과 KAI가 경남 사천에 위치한 KAI 본사에서 한국형 전투기 체계개발을 위한 착수 회의를 진행하면서 한국형 전투기 개발을 공식 선언했다.
2019년 9월에는 한국형 전투기의 기본 및 상세설계를 마쳤고, 2018년 7월부터 지난 9일까지는 한국형 전투기 프로젝트의 산물 KF -21의 시제기 제작작업을 벌였다.
KAI는 향후 비행시험과 문제점 보완 작업을 진행한다. 2026년에는 제작된 전투기를 대상으로 전투용 적합판정과 규격화를 하고, 개발을 마친단 계획이다.
이후 2032년까지는 총 120대 규모의 KF-21 전투기를 생산한다.
▷1999년 4월 : 항공우주산업개발정책심의회에서 전투기 독자개발계획 심의
▷2000년 7월 : 국산전투기 공군 중장기 소요 도출(공군)
▷2001년 3월 : 김대중 대통령 공사졸업식에서 국산 전투기 개발계획 언급
▷2002년 5월 : 한국형전투기(KF-X) 확보계획 추진 결정(공군)
▷2002년 6월 : F-15K 절충교역 계약체결(KF-X 소요기술 확보 목표)
▷2002년 11월 : KF-X 장기 신규소요 결정(합참)
▷2002년 12월 : 「연구개발사업」으로 획득방법 결정(국방부)
▷2003년 3월 ~12월 : KIDA, 「KF-X 사업추진의 타당성 분석」 용역연구
- 항공 산업 육성차원에서 전투기개발 사업추진은 필요하나, 국내기술수준이 낮아 비용, 수출 등을 고려할 때 국내 독자개발은 타당성 미흡, 국제 공동개발 등 대안 검토 필요
▷2004년 7월 ~2006년 12월 : 국방과학연구소(ADD), 「전투기 설계기술」 응용연구
- 전투기 국내개발에 요구되는 분야별 핵심기술들을 식별하고 미보유 기술들을 핵심기술과제로 선정하여 확보계획을 수립하고 시행
▷2005년 12월 ~2006년 7월 : KIDA, 「보라매사업 추진전략」 용역연구
- 타당성 있다는 가정 하에 국제공동개발로 사업추진 필요, ADD의 핵심기술 응용연구 완료시점에 탐색개발착수 가능 판단 필요
▷2006년 12월 ~2007년 12월 : KDI, 「보라매사업 타당성 조사」용역연구
- 기술수준이 낮아 기술파급효과가 미미할 정도이고, 직구매 대비 개발비 과다 소요로 경제성이 없어 타당성 부족함
▷2008년 5월 : 사업추진을 위한 조기 정책적 결정지시(국방장관)
▷2008년 8월 : 관련 기관 의견수렴 후 사업추진방안 장관보고(방사청장)
▷2008년 12월 : 방사청, 기재부와 KF-X사업 타당성 분석 재용역 결정 합의
▷2009년 3월 : 방사청, 인도네시아와 전투기 공동개발 의향서 체결
▷2009년 4월 ~10월 : 건국대 WCAR 「KF-X 사업 타당성 조사」용역연구
- KF-X 개발에 필요한 기술들 국내에 확보하고 있으며, 기술파급효과가 기대됨에 따라 직구매 대비 경제성이 있어 사업추진의 타당성이 있고, 국가 정책적 차원에서 사업추진이 필요함
▷2010년 1월 : 6차 항공우주산업개발정책심의회, KF-X 사업의 국책사업화 내용을 포함하는 항공산업발전기본계획(2010~2019)심의·의결
- 위 KDI 및 WCAR의 상반된 타당성 연구결과에 대해 4회 공청회를 거쳐, WCAR의 연구결과에 근거해「KF-X의 국내개발은 타당성 있음」으로 결론을 내리고, KF-X 탐색개발을 추진하되, 그 결과를 재평가하여 체계개발 착수여부를 결정키로 결정
▷2011년 4월 : 한-인니 국제공동탐색개발 계약 체결
▷2011년 9월 ~10월 : 미국, 유럽 국가들과 탑재장비 등에 대한 국제기술협력 방안 협의
▷2011년 12월 : 한·미 방산기술협력위원회(DTICC)를 개최, 미국정부에 KF-X 사업 추진을 위한 지원 및 협조 요청
▷2011년 6월 ~2012년 12월 : 공동개발센터(CRDC) 주도하에 KF-X 탐색개발 수행
- 탐색개발 결과에 대한 운용성 확인 결과 군 요구도를 충족하고, 기술적·경제적 타당성 확보가 가능하여 체계개발진입 가능으로 결론
▷2012년 10월 : KIDA, 방사청과 국방부에 KF-X 개발사업 체계개발 진입을 위한 타당성 연구보고서 제출
- KF-X 소요를 중기로 전환하여 국방중기계획에 예산을 반영하기 위한 타당성 분석결과로서, 기술 부족 및 경제성이 없어 타당성 미흡으로 결론 내림
▷2013년 3월 ~11월 :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 「KF-X 체계개발사업 계획 타당성 재검토」연구
- 군 요구성능 미충족, 전력화 지연, 비용의 불확실성, 해외기술협력업체 미선정 등을 고려할 때 체계개발 진입 타당성 미확보
- 직구매 방안은 기구축한 인프라를 매몰비용화하기 때문에 최적대안이라 보기는 어려움
- 향후 체계개발 진입을 위해 주요쟁점에 대한 선결과제확인 필요
▷2013년 11월 : KF-X 엔진수를 체계개발 착수 이전에 확정하기로 결정(합참)
▷2014년 7월 : KF-X 작전운용성능 및 전력화 시기 결정(합참)
- KF-X 엔진 쌍발로, 전력화시기 2025년으로 확정
- KIDA와 KISTEP의 산출결과를 기준할 때, 개발비, 생산비, 운영유지비를 포함한 총수명주기비용(LCC)은 쌍발; 27조원, 단발; 22조2000억 원으로 대략 4조8000억 원 차이가 발생(쌍발로 결정되면서 체계개발비용이 대략 2조원 증가)
▷2014년 9월 : KIDA, KF-X 체계개발사업계획 타당성 재검토 후속연구 보고서 제출(사업추진에 대한 조건부 의견 제시)
- KISTEP이 지적한 체계개발 진입을 위한 5가지 선결과제확인 결과, 작전운용성능 및 전력화시기 충족 등은 해결된 것으로 분석
- 국제공동개발 주체인 TAC와의 추가협의가 필요하며, 기술협력방안 적절성 및 미국정부의 수출승인(E/L) 협력 방안, 선진업체 투자 유치는 사업을 추진 체계개발단계에서 위험도 해소를 위한 노력이 필요
▷2014년 9월 : KF-X 사업 국제공동개발, 주요 구성품 확보방안, 국산화 계획, 업체 선정 등 체계개발기본계획 의결(방사청)
- KF-X 개발 사업에 필요한 핵심기술이전에 대해 록히드마틴과 F-X 절충교역 공동사업협약서(MOA)를 체결
▷2014년 10월 : 한-인니 전투기 공동체계개발 기본합의서 체결
▷2014년 10월 : 보라매 사업단을 구성하고 사업추진계획을 면밀히 검토할 것을 주문(국회 국방부 국정감사)
- 보라매 사업단 구성을 위한 TF를 구성, 체계총괄팀, 체계개발관리팀 등 2개팀 편성
▷2014년 12월 : KF-X 체계개발사업 1차 입찰공고(방사청)
- 사업비 약 8조 6,700억원, 한국주도하에 인니와 TAC이 참여하는 국제공동개발사업 형태, 2015년 3~4월 우선협상 대상업체와 협상을 완료하고 전반기 중 착수예정 발표
▷2015년 2월 : 1차에 응찰자가 없어 KF-X 체계개발사업 2차 입찰공고
▷2015년 3월 : 국내외 업체 분담율(20%) 범위 내에서 TAC의 투자의향을 제안한 한국항공(KAI)이 우선협상대상업체로 선정되어 체계개발 협상 진행(국방부)
- 한국항공은 탐색개발 이후 KF-X 개발리스크를 최소화할 수 있는 선진 항공업체들과의 기술지원 등 방안들을 모색하여 제안서에 포함하였으며, TAC과의 절충교역 및 기술협력을 통해 관련사항들을 검증하고 검증된 내용을 체계개발 실행계획에 반영한 착수계획 제시
▷2015년 5월 : 한국형전투기개발단(체계총괄팀, 체계개발관리팀, 국제협력팀 편성) 정규직제화(방사청)
▷2015년 8월 : 제3차 F-X 사업 시 절충교역을 통해 이전받기로 한 기술항목에 대한 E/L 협상
▷2015년 9월 : 미정부 KF-X 핵심장비인 AESA 레이더, IRST, EOTS, RF JAMMER 등 4가지 핵심기술수출승인(E/L 발생) 거부 확인(국회 방사청 국정감사)
- KF-X 개발추진 회의적, 부실계약 책임론 등 언론을 통해 확산
▷2015년 11월 : 기술이전을 거부한 KF-X 4개 핵심장비기술 이외에 다른 21개 기술의 기술이전을 큰 틀에서 승인(미정부)
▷2015년 12월 : KF-X 사업 기술이전 논란 속 한국항공과 12.28일 본계약 체결(방사청)
- 인니 측이 KF-X 개발비용의 20% 부담
- 2025년까지 시제기 6대 생산 등 포함
▷2016년 1월 : 방사청과 한국항공은 경남 사천 KAI 본사에서 KF-X 체계개발착수회의를 개최하여 KF-X 개발을 공식 선언
-2016년 3월 ~ 2019년 9월 : KF-X 기본 및 상세설계 완료
-2018년 7월 ~ 2021년 4월 : 시제기 제작 및 출고(총 6대)예정
-2022년 7월 ~ 2026년 2월 : 비행시험 및 문제점 보완 예정
-2026년 3월 ~ 12월 : 전투용적합 판정 및 규격화, 개발완료 예정
▷2026년 12월 ~2032년 12월 : 초도/후속 양산물량(총 120대) 생산 및 납품 예정
(사업추진 과정에 대한 자료는 1990년대 말부터 한국형 전투기 사업추진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해온 신보현 원장이 믿을만한 사실과 자료들에 근거해 조사·분석하고 정리한 내용입니다.)
신보현 무기체계연구원장 (예 공군소장, 항공공학박사)
그 결과물로 등장한 것이 'KF-21 보라매'다. 해당 기종은 시제 1호기가 출고되기 전까지 KF-X로 불렸지만 지난 9일 공군에 의해 새 이름을 갖게 됐다.
KF-21은 미국 공군이 1970년대 개발한 'High-Low Mix 전투기 운용개념' 범주에서는 미디움(Medium)급 전투기에 해당한다. 곧 퇴역할 미디움급 전투기 F-4/16를 대할 계획이다. 본래 사업이 결정됐던 2002년 당시, KF-21은 2010년대 수명이 다하는 F-4/5급 전투기를 대체하는 게 목적이었다. 그러나 사업이 지연돼 보급이 늦어졌고, 2020년대 중반이후 도태예정인 F-4/16급 전투기를 대체하게 됐다.
-1951년 충남 예산 출생
-1973년 공군사관학교 수석 졸업
-美 해대원 졸업 (항공공학 석사 & 엔지니어)
-美 퍼듀대학교 대학원 졸업 (항공공학 박사)
-공군 장교(전투조종사)로 복무 (비행편대장/교관, 대대장/전대장/단장)
-공군본부, 국방부/합참/국방대학교 근무
(전략기획처장/본부사령/F-X사업단장/기참부장/연구개발관/해외정보부장/부총장)
-2006년 10월 31일 공군소장으로 예편(37년 9개월 군생활)
-전역 후 2006년 10월 31일 ~ 2019년 2월 28일 건국대학교 연구교수/방위사업학과 초빙교수
-2007년 3월 2일 ~2016년 2월 28일 건국대학교 무기체계 연구소장
-2015년 3월 2일 ~ 현재 ㈜ 무기체계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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