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및 4·3 부정한 美 톰랜토스 청문회, 역사왜곡 논란
광주민주화운동에 대한 대통령 위로 반대
4.3사건, 제주도의 反대한민국 과정 발생
美의회 인권그룹 명성 하루아침 '와르르'
청문회가 취지와 달리 전개된 데다 구체적인 청문 내용이 추가로 알려지면서다.
이번 청문회의 개최 목적은 법의 인권 남용가능성에 대한 문제제기였지만 증인들의 주요 발언은 한국정부 비판에 초점이 맞춰졌거나 극우적 주장을 답습한 것들이 많았다.
가장 큰 논란이 되고 있는 주장은 증인으로 출석한 이인호 서울대명예교수의 발언이다.
이 교수는 청문회에서 이렇게 언급했다.
"한국에는 현대사 해석을 뒤집으려는 체계적인 노력이 있다. 점점 더 많은 한국의 역사책들은 남한의 관점이 아니라 북한의 관점에서 보여 지고 있다. 이승만 대통령은 독재자나 친일파의 동의어가 되었다. 박정희 대통령도 똑같다. 특히 한국의 좌파들은 이승만을 악마화하는데 성공했다. 그들(좌파들)은 한국이 성취한 모든 업적을 뒤집으려는 체계적인 노력을 했다."
국내 역사학계에서 통설로 굳어진 이승만, 박정희의 독재와 친일행각을 부인한 것도 문제지만 이들을 미국의 '인권' 관련 청문회에서 비호한 것은 더더욱 어불성설이다.
두 전직 대통령들이야말로 '인권 탄압'으로 상징되는 대한민국 현대사의 치부이기 때문이다.
그는 이어지는 발언에서는 광주민주화운동과 4.3제주항쟁을 주장의 근거로 들었다.
"그래서 대통령은 과거 대통령이 한 일에 대해 그 사건들-예를 들어 이른바 광주민주화운동 또는 제주4.3사건-에 연루된 모든 사람들에게 사과하러 간다. 1948년 제주가 대한민국 일부가 되는 것을 막기 위해 일으킨 대규모 반란은 분명히 공산주의자들이 선동한 것이었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는 한국 정부에 의한 대량 학살이었다고 말하고 있다. 이것이 한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이다."
'인권'의 근원인 시민의 '목숨' 따위를 풀 한포기 만큼도 소중하지 않게 여겼던 1980년 광주학살, 1948년 제주학살을 감싸는 듯한 발언을 '인권' 청문회장에서 서슴지 않은 것이다.
이 대목에서 4.3항쟁에 대해 극우적인 시각을 드러내 보인 것은 물론이다. 박근혜 정권 때 친일과 독재를 미화한 역사 교과서를 적극 옹호한 인사여서 어찌보면 자연스럽기까지 하다.
그런가하면 이 교수 직전에 증언을 한 미국인 고든 창은 우리민족의 남북통일에 대한 열망을 저주했다.
그는 청문회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최우선 목표는 남북한 통일이다. 불행히도 그의 통일된 한반도 에서는 인권이 보장되지 않을 것이다"는 악담을 퍼부었다.
또 "문 대통령은 한국의 외교정책을 중국 및 북한의 외교정책에 맞추려 하고 있다. 이는 이미 한국에서의 민권을 약화하고 있다"며 횡설수설하기도 했다.
"한국 정부가 2018년 역사 교과서에서 '자유민주주의'라는 표현에서 '자유'라는 단어 삭제를 시도했다. 이는 한국 사회를 북한처럼 만들어 통일을 더 쉽게 하려는 시도다"는 허무맹랑한 주장도 내놓았다.
이번 청문회장에서는 사실과 다른 주장도 난무했다.
TLHRC의 구성원인 한국계 영김 의원은 "북한으로 흘러가는 많은 풍선은 외부세계에서 북한으로 들어가는 정보의 '유일한' 원천이다"고 말했다.
공동의장인 크리스 스미스 의원은 "문재인 정부가 북한 문제에 발언해온 시민사회 단체를 방해하기 위해 검찰 권력을 정치화 했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증인 존 시프턴은 "문재인 정부는 북한 정권의 인권유린에 대한 책임을 '수 십 년간' 묻지 않은 것이 전체주의를 고착화하는 데 기여했다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한민국 국민들이 선택한 대통령, 정부, 국회의 결정을 조롱하고 비하한 발언들이다.
이번 청문회가 이렇게 막무가내로 진행될 것이라는 예상도 사실은 없지 않았다.
때문에 TLHRC의 또 다른 공동의장인 제임스 맥거번 의원도 이번 청문회 개최에 대해 불편해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문제는 이번 청문회로 TLHRC이 오랜 기간 쌓아 온 명성에 상당부분 금이 가게 됐다는 점이다.
다분히 정파적으로 또 편향적으로 운영되면서 TLHRC은 위상추락을 면하기 어렵게 됐다.
이번 청문회는 그 꽃인 증인선정부터 균형을 잃었다.
법에 반대하는 증인이 법의 취지에 공감하는 증인보다 2배 많았다.
그나마 법에 찬성하는 증인이 1명 밖에 안 돼 '짜고치는 고스톱'이라는 비판이 일자 그때서야 부랴부랴 증인 1명을 추가하는 무원칙적 행태를 보였다.
법에 반대하는 4명도 지극히 편파적인 인사들이었다.
증인 고든 창은 과거 "문재인은 북한의 간첩" 이라고 주장한 인물이다.
증인 수잔 숄티는 "종전선언을 추진하는 의원들이 가장 먼저 북에 의해 처형 당할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미국 의회안에서는 이번 청문회 강행을 주도한 스미스 의원에 대해 현실감과 균형감을 잃었다며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다고 한다.
재미 동포들은 더욱 격앙돼 있다.
민주국가 대한민국의 법률체계에 대한 외국 의회의 청문회 개최 자체가 주권침해인데다 청문 내용도 불순하고 불건전했다고 본 때문이다.
고국이 자랑스럽다는 한 교포는 "이번 청문회는 대한민국 주권을 난도질당한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이번 청문회가) 아무 잘못도 없는 누군가를 피부색깔 때문에 길거리에서 린치를 가하는 미국에 만연하고 있는 증오범죄와 무엇이 다르냐"며 격분해했다.
이런 반발은 집단저항으로 번지고 있다.
미국에서만 이번 청문회를 성토하는 성명글에 사흘 만에 42개 단체가 연대 서명을 하는 등 전세계 교포사회로 급속히 확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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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CBS노컷뉴스 권민철 특파원] twinpine@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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