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도 군대 가라" "허버허버는 남혐"..온라인서 뭉친 이대남

김자아 기자 2021. 4. 19. 1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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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 이미티뱅크


"병역 의무를 남성에게만 지게 하는 것은 매우 후진적이고 여성비하적인 발상이다"

20대 남성들, 이른바 이대남이 뿔났다. '허버허버'가 남성혐오라고 외치던 이대남들이 이번엔 '여성 징병'으로 뭉쳤다. 이들은 자신들이 성평등 시대의 피해자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여자도 군대 가라"…청와대 청원, 공개 전 사전동의 4만명 넘어
/사진=청와대 청원 게시판

한 남초 커뮤니티 회원은 지난 16일 '여성도 징병대상에 포함시켜달라'는 내용의 청원을 올렸다고 밝히며 사전동의 청원 링크를 공개했다.
청원인은 "나날이 줄어드는 출산율과 함께 우리 군은 병력 보충에 큰 차질을 겪고 있다"며 "이에 대한 대책으로 여성 또한 징집 대상에 포함해 더욱 효율적인 병구성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또 "여자는 보호해야만 하는 존재가 아니라 나라를 지킬 수 있는 듬직한 전우가 될 수 있다"며 여성 징병제가 진정한 성평등임을 강조했다.

해당 청원은 여러 남초 커뮤니티를 통해 링크가 공유되면서 공개 전부터 많은 지지를 얻게 됐고, 사흘 만에 4만8000명 이상의 동의를 이끌었다. 청와대는 사전동의 100명 요건을 충족한 청원을 검토한 뒤 게시판에 공개하고 있다. 이에 공개 전까지는 부여된 링크(URL)를 통해서만 접근 가능하다.

"권리 누리고 싶으면 의무도 함께"…남성들이 '여성 징병' 동의한 이유
청원에 힘을 보탰다는 남초 커뮤니티 회원들은 진정한 성평등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여성도 국방의 의무를 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성의 사회 진출이 높아지는 등 점차 성평등이 실현되고 있는 현대사회에서 여성들이 더 많은 권리를 누리고 싶으면 의무를 함께 져야 한다는 게 이들의 논리다.

일각에서는 출산율이 0명대로 낮아지면서 여성들이 군생활 중 임신과 출산을 할 가능성도 낮아 여성 징병제가 현실적으로 어렵지 않다는 주장도 나왔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0.84명이다.

이런 가운데 일부 회원들은 "군대 보내봤자 사고밖에 더 친다", "할 줄 아는 것도 없다", "차라리 집에서 밥이나하는 게 낫다" 등 여성 혐오적 발언을 하며 '여성 징병제'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허버허버' '오조오억'으로도 뿔났다…"'보이루' 미러링일 뿐"
/사진=게티 이미지뱅크

남성들이 힘을 합친 건 '여성 징병' 뿐만이 아니다. 최근 이들은 온라인상에서 쓰이는 일종의 밈인 '허버허버', '오조오억개', '힘죠' 등이 남성혐오적 표현이라고 주장하며 해당 표현을 쓴 인플루언서와 기업 등을 대상으로 사과도 받아냈다.

'허버허버', '오조오억', '힘죠' 등은 각각 △음식을 허겁지겁 먹는 모습 △'많다'를 강조하는 말 △힘을 내달라 등의 의미로 사용돼 왔다. 그러나 해당 표현들이 모두 여초 커뮤니티에서 즐겨 쓰는 말이란 주장이 제기되면서 '남혐' 단어 논란이 시작됐다.

결국 '허버허버'를 썼던 유튜버 고기남자, 서울대공원 등은 사과를 했고 카카오톡에서는 해당 표현이 들어간 이모티콘 판매를 중단했다. 유튜브 영상에서 '오조오억' 자막을 쓴 방송인 하하는 해당 영상을 비공개로 전환했고, 방송인 공서영은 '힘죠'란 말을 썼다가 특정 커뮤니티 회원이 아님을 해명했다.

이들의 사과를 이끌어낸 남초 커뮤니티 회원들은 '미러링'(동조 효과)에 따른 결과라고 설명한다. 과거 여성들이 한 유튜버가 사용한 '보이루'란 표현을 두고 불편함을 주장했듯 자신들 역시 이 표현들이 불편하다는 지적이다. 앞서 유튜버 보겸은 자신의 이름과 하이루를 따 '보이루'란 인사를 만들었다고 설명했으나, 일부 남초 커뮤니티에서 여성을 비하하는 표현으로 사용해 논란이 일었다.

역차별 때문? '남성 중심적 사회라서?…20대 남성들이 화난 이유
이대남들이 분노하는 이유는 성평등 실현을 이유로 역차별을 당하고 있다는 피해의식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성차별 시대를 살아온 기성세대가 과거 여성들에게 졌던 빚을 성평등이 실현된 사회에 살고 있는 자신들이 갚고 있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대남의 이 같은 분노는 여전히 우리 사회가 남성 중심적 사회라는 걸 방증한다는 분석도 나왔다. 20대 남성들의 표심을 잡기 위해 정치권에서 '여성 징병제' 논의를 들고 나오고, 20대 남성들이 분노하자 기업과 인플루언서가 곧바로 사과를 했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특히 진중권 동양대 전 교수는 최근 서울시장 보궐선거 결과에서 '이대남'의 표심에만 주목하는 것을 두고 "남성우월주의 사회"라고 꼬집었다. 진 전 교수는 "남녀 똑같이 투표를 했는데도 '이대남' 표심 얘기만 떠들어대고 '이대녀' 표심 얘기는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다"며 "나를 포함해 우리 한남충들 다같이 반성 좀 하자"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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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자아 기자 kimself@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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