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소 50조' 삼성전자 역대급 투자계획 나오나..재계, '이재용 사면' 호소 이어져
19일 재계와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이르면 다음 달 중 미국에 170억달러(약 20조원)에 달하는 제2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공장 건설 계획을 확정, 발표에 나설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그동안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 공장 인근과 애리조나, 뉴욕 등을 후보지로 놓고 추가 공장 건설을 검토해왔으며 이 가운데 1공장이 있는 오스틴 지역이 유력한 상황이다. 미국 현지 언론들은 삼성전자가 이르면 올해 상반기 안에, 늦어도 여름까지는 미국 투자계획을 확정할 것이란 예상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이르면 내달 중 문재인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정상회담을 전후해 삼성전자가 미국 투자계획을 공개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지난 12일 인텔과 TSMC 등 경쟁사들이 백악관 회의 이후 미국 내 반도체 투자계획을 잇달아 공개한 가운데 국내 유일의 참석 기업인 삼성전자도 조 바이든 대통령이 내민 '청구서'에 어떤 식으로든 화답할 것이란 게 이유다.
역대 최대 규모로 알려진 삼성전자의 평택캠퍼스 제3공장(P3)도 현재 공사 일정을 고려할 때 올해 하반기에는 투자계획이 공식화될 전망이다. 평택 P3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기초공사에 돌입, 현재 다수의 타워크레인을 투입해 철골 골조 공사를 진행 중이다.
앞서 완공한 제2공장(P2)의 D램 라인이 지난해부터, 파운드리와 낸드플래시 라인이 하반기부터 본격 가동에 들어가는 가운데 경쟁사와의 '초격차'를 위해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상황이다. 삼성전자는 세계적으로 반도체 공급 부족 사태가 심화하는 가운데 P3 라인에 대한 공사를 서두르고 있다. 현지에선 연내 P3 공장의 외관 공사가 끝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 경우 내년부터 순차적으로 반도체 장비 반입이 시작되고, 시험 가동을 거치면 대략 2023년부터 본격적인 생산(양산)이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평택 P3 라인은 공장의 길이가 700m로 P2(400m)의 1.75배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면적도 70만㎡ 규모로 단일 반도체 라인 중 세계 최대 규모다. 규모가 큰 만큼 전체 투자 규모도 각각 30조원 가량이 투입된 P1, P2보다 훨씬 클 전망이다. 초미세공정을 위해 대당 1700억∼2000억원에 달하는 극자외선(EUV) 장비를 많이 쓰는 삼성전자의 라인 특성을 고려할 때 P3 전체 투자비가 40조∼50조원을 넘어설 수 있다. 삼성전자는 연초 이재용 부회장이 국정농단 파기환송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으면 P3 라인의 착공을 공식화하고 대대적인 투자계획을 공개할 예정이었으나 이 부회장으로 구속으로 결정이 늦어지고 있다.
최근 경쟁사인 TSMC와 인텔 등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이 앞다퉈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는 가운데 삼성전자도 메모리 반도체의 초격차 유지와 파운드리 등 시스템 반도체 부문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투자를 늦추긴 어려울 것이란 게 업계의 전망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재계 안팎에선 이재용 부회장의 사면 호소가 이어지고 있다. 미중 패권 다툼 등으로 국내 반도체에 위기감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반도체 사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삼성전자의 빠른 의사결정이 어느 때 보다 중요해지고 있다고 강조한다.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장은 지난 16일 열린 홍남기 부총리와 경제단체장회의에서 이 부회장의 사면 의견을 전달했다. 이 부회장은 지난 1월 국정농단 파기환송심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다. 지난달 19일 삼성서울병원에서 급성 충수염 수술을 받고, 지난 15일 서울구치소로 복귀했다. 의료진은 회복이 늦어지고 있는 점을 들어 입원 연장을 권했지만, 이 부회장이 복귀 의사를 밝혔던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 한 관계자는 "전 세계 반도체 패권 경쟁이 본격화 되는 가운데 국가 경쟁력 확보 차원에서 박용만 전 대한상공회의소 의장,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장 등을 비롯해 국내 경제단체장의 이 부회장 사면 건의와 함께 각계각층의 사면 호소가 이어지고 있다"며 "사면의 현실 가능성이 크지 않아 보이지만 총수 부재는 대규모 투자 결정 속도를 늦출 수 있다는 점이 주목받고 있어 각계각층에서 이 부회장의 사면 호소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세형 기자 fax123@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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