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찾은 무릎, 인생 2막의 시작 [힘찬병원의 무릎건강비책]
[스포츠경향]
주부 A씨는 올해도 봄꽃 구경은 엄두도 못 낸다. 그 동안 친구들과 모아놓은 회비로 가기로 했던 식도락 여행도 요원하기만 하다. 코로나19때문만이 아니다. 바로 약을 먹어도 채 몇 시간이 지나기 전에 도져오는 극심한 무릎 통증 때문이다. 친구들과의 만남은 꿈도 꿀 수 없는 지경이다. 외출은 엄두도 못 내고 집 안에서의 일상생활도 힘들어져 우울감은 날로 커져만 가고 있다.
몇 해전 퇴직한 B씨는 올해부터 목공을 배우기 시작했다. 유년기부터 무엇이든 손으로 만들고 조립하는 것을 좋아했다. 하지만 자녀들을 키우느라 열심히 돈만 벌다 보니 자신의 꿈을 잊고 살았다. 자신이 계획한 대로 크고 작은 목공품들이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큰 성취감을 경험하고 있다고 한다. 목공을 다 배우고 나면 집 앞에 작은 공방을 차리는 것이 최종 목표였던 그는 최근 무릎 통증이 심해져 목공 도구를 손에서 놓았다.
얼마 전 내원한 환자들의 이야기다. 퇴행성 관절염은 통증은 물론 거동이 불편해져 삶의 질을 크게 떨어뜨리는 요인이 될 수 있어 무엇보다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한 질환 중 하나다.
우리의 무릎에는 허벅지뼈와 종아리뼈 끝부분에 약 3㎜ 정도 두께의 연골이 붙어 있어 무릎 뼈를 보호하고 있다. 또 그 사이에는 반달모양의 연골판이 자리해 쿠션역할을 하며 다리를 구부렸다 폈다 할 때, 뛰면서 착지할 때, 방향을 틀 때 충격을 흡수하는 완충 역할을 한다. 나이가 들수록 이들 역시 노화한다. 무릎을 무리하게 많이 쓸수록 더 빨리 닳게 된다. 연골이 닳아 없어지면 무릎 뼈를 보호하는 기능이 상실되면서 뼈에 부담이 가면서 통증과 염증이 생기게 되는데, 이를 퇴행성 관절염이라고 한다. 퇴행성 관절염 초기에는 처음 걷기 시작할 때 무릎이 조금 아팠다 쉬면 곧 괜찮아진다. 중기에는 조금 오래 걸으면 통증이 생기고, 통증이 좀 더 오래 지속된다. 말기에 이르면, 아파서 걸을 수 없고 가만히 있어도 무릎이 쑤시고 아파진다.
말기 퇴행성 관절염의 치료법은 현재 인공관절수술이 가장 효과적이다. 최근 로봇수술이 도입되면서 환자 입장에서도 수술부담을 많이 덜 수 있게 됐다. 로봇수술은 환자의 무릎 3D CT 입체 영상을 토대로 인공관절이 삽입될 위치와 각도를 로봇 프로그램이 보다 정교하게 계산해 주는 수술이다. 의사는 직접 환자의 무릎을 구부리고 펴면서 컴퓨터가 계산해낸 관절 간 간격과 인대의 균형을 수치로 보면서 수술을 시행하게 된다. 특히 무릎 뼈를 깎아낼 때는 계획된 절삭범위를 벗어나지 않도록 컴퓨터 프로그램이 제어하게 돼 정확하고 안전한 수술이 가능하다.
이처럼 수술이 정확히 이루어지다 보니 뼈도 필요한 만큼 최소한으로 절삭하게 되고 뼈를 싸고 있는 막, 힘줄, 인대 등 주변 연부조직의 손상도 줄어든다. 손상이 줄면 수술 후 통증을 낮출 수 있다. 일반 인공관절수술과 비교해 수술 후 8주까지 환자가 체감하는 통증을 절반 이상 줄일 수 있었다는 해외논문의 연구결과도 있다. 통증이 줄면 회복속도도 빨라진다. 수술 후 빠른 시간 내에 재활에 몰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논문에 따르면 로봇수술이 일반 인공관절수술에 비해 일상 복귀를 하루 이상 당긴 것으로 나타났다.
나이가 들면 여기저기 아픈 곳이 생겨나고, 건강만큼 중요한 것이 없음을 새삼 깨닫게 된다. 특히 그 중에서도 무릎이 아픈 분들은 삶의 많은 부분을 포기하고 산다. 다리의 역할은 단순 보행에서 끝나지 않는다.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어야 할 수 있는 것들이 많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무릎 건강을 회복한다는 것은 새로운 인생이 시작되었음을 의미한다. 지금도 많은 환자들이 보다 수월해진 로봇 인공관절 수술로 인생 2막을 열어가길 바란다.
인천힘찬종합병원 정형외과 신중섭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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