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국적기업에 대한 '국가의 반격'을 기다립니다

이종태 편집국장 2021. 4. 19. 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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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바이든 행정부가 세계 경제사에 기록될 만한 엄청난 개혁을 시도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만약 모든 기업이 '거주지 국가(현대차라면 한국, 애플이라면 미국)' 내에서만 활동한다면 '국제조세체계'는 고민거리도 아닐 겁니다.

그동안 초국적기업들에 일방적으로 당해온 국가 측이 반격의 기회를 잡은 것일까요? '소득 있는 곳에 세금 있다'는 과세 원칙이 국제적으로 실현되는 '그날'이 빨리 오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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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A

미국 바이든 행정부가 세계 경제사에 기록될 만한 엄청난 개혁을 시도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4월 들어 잇따라 내놓은 ‘국제조세체계 개혁안’이 그것입니다.

만약 모든 기업이 ‘거주지 국가(현대차라면 한국, 애플이라면 미국)’ 내에서만 활동한다면 ‘국제조세체계’는 고민거리도 아닐 겁니다. ‘미국의 애플이 유럽의 소비자로부터 벌어들인 소득엔 어느 나라가 과세권을 가질까’ 같은 주제를 다루거든요. 실제로는 어떨까요? 정답만 말씀드리면, 어떤 나라도 애플이 미국 밖에서 거둔 소득에 제대로 과세하지 못합니다. 애플이 설계해둔 ‘미국 내 조세도피처-유럽 내 조세도피처-섬나라 조세도피처(버뮤다, 케이먼 등)’로 이어지는 자금이동의 네트워크 덕분입니다. 돈을 이 네트워크로 굴리면 어떤 나라에도 제대로 된 법인세를 내지 않을 수 있습니다. 모든 초국적기업이 이렇게 합니다. 2018년에 나온 미국 의회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2010년대 초반에 초국적기업들이 미국에 납부한 실효세율이 3.3%에 불과했습니다. 당시 미국의 최고법인세율은 35%였는데 말이지요.

불법적 탈세가 아닙니다. 국내 및 국제 세제의 빈틈을 교묘하게 활용한 합법적 수익 창출입니다. 각국 정부는 이런 ‘사실상 탈세’의 공범 노릇을 했습니다. 외국 자본을 유치한답시고 경쟁적으로 국내 법인세율을 낮췄지요. 외국으로 나간 자국 기업의 국제경쟁력을 높인다는 명분으로 해당 업체의 해외 소득에 대한 법인세 징수 체계도 느슨하게 만들었습니다. 모든 나라가 이런 전략을 채택하니 모든 나라의 세수가 줄었습니다. OECD 국가들의 평균 법인세율은 1980년대 중반 40%대에서 2020년엔 20%대 초반으로 추락합니다. 지난 30여 년 동안 국가와 기업 간 ‘세금전쟁’에서 국가 측이 대패했던 겁니다. 경제를 위해 세율을 낮추고, 세율 인하를 위해 정부지출을 줄이자는 선동이 설득력을 발휘했습니다.

바이든 행정부 개혁안의 핵심은 ‘법인세율 하한 설정’입니다. 각국 정부들이 법인세율 인하로 경쟁하는 ‘바보 짓’을 그만두자는 거지요. 초국적기업들로 하여금 ‘매출이 실제로 발생한 국가’에 법인세를 납부하게 하자는 제안도 있습니다. 위의 사례로 설명하자면, 애플이 프랑스 소비자들에게서 벌어들인 수익에 대해선 프랑스 정부에 법인세를 내야 한다는 겁니다. 국가들이 협력해야 가능한 일입니다. 마침 G20이 오는 7월까지 국제조세개혁에 대한 합의안을 내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동안 초국적기업들에 일방적으로 당해온 국가 측이 반격의 기회를 잡은 것일까요? ‘소득 있는 곳에 세금 있다’는 과세 원칙이 국제적으로 실현되는 ‘그날’이 빨리 오기를 바랍니다.

이종태 편집국장 peeke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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