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 80%, 부모가 체벌하면 법적으로 안 된다는 거 모른다
【베이비뉴스 전아름 기자】
친권자의 징계권을 규정한 민법 제915조 조항이 63년 만에 삭제됐지만 부모와 아동 상당수는 징계권을 인지조차 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훈육을 위해 체벌을 사용하는 것에 대해서 여전히 부모의 과반수(50.3%)는 동의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아동옹호대표기관 초록우산어린이재단(회장 이제훈)은 '민법 제915조(징계권) 조항 삭제' 100일을 맞아 실제 학령기 아동을 양육하는 부모와 자녀 300가구를 대상으로 인식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부모와 자녀 모두 민법상 징계권 삭제로 부모에 의한 자녀 체벌이 금지된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민법상 징계권이 표기되어 있던 사실을 알고 있었냐는 질문에 부모 자녀 모두 80% 이상이 "모른다"고 응답했으며, 아동 10명 중 8명은 '징계권' 삭제로 인해 이제 부모에 의한 자녀 체벌이 금지됐다는 사실 또한 알지 못했다.
◇ 징계권 삭제됐는데 부모 60.7% 여전히 "체벌 필요하다"
징계권 삭제가 체벌 금지에 영향을 줄 것이라는 질문엔 부모와 자녀가 의견차를 보였다. 부모의 67.3%가 체벌금지 시행 후, 훈육 방식에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답한 반면 집이나 학교에서 체벌이 사라질 것이라고 답한 자녀는 30.3%에 불과했다.
훈육을 위한 체벌 필요성에 대한 의견도 엇갈렸다. 징계권이 삭제되었지만 부모의 60.7%는 여전히 체벌이 필요하다고 답했고, 자녀는 39.3%만이 이같이 답했다.
또한, 부모의 과반수 이상이(50.3%) 훈육으로서 체벌을 사용하는 것에 동의한다고 응답했으나 자녀의 경우에는 32.7%만이 동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체벌 효과성을 묻는 질문에 부모는 100점 만점의 40.92점, 자녀는 33.42점 도움이 된다고 밝혀 부모와 자녀 모두 체벌이 훈육에 큰 도움은 되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훈육과 체벌을 나누는 기준을 묻는 질문에는 부모와 자녀 모두 '사전 약속한 체벌을 훈육으로서 허용한다(부모 58.7%, 자녀 65.3%)'고 했다. 한편 '정서적 상처를 주지 않는 체벌은 훈육으로서 허용한다'는 질문에는 부모 전체 응답자 10명 중 7명(71%)이 동의했으나, 자녀는 절반(52%)만이 수긍해 체벌을 인식하는 기준에 대한 부모와 자녀의 생각이 다른 것으로 드러났다.
부모들의 경우 절반 이상(59%)이 자신이 어렸을 때 경험했던 체벌 방식으로 자녀를 체벌한 적이 있으며, 가장 많이 사용하는 훈육방식은 '잔소리'(67.7%), '디지털 기기 사용 금지'(10.0%) 순이라고 답했다.
자신이 가장 많이 경험한 훈육 방식에 대해서는 부모 자녀 모두 '잔소리'가 가장 비율이 높았고 그 다음으로 부모의 경우 어린시절 '회초리로 손이나 발 때리기'(22.7%)를, 아동의 경우 '디지털 기기 사용금지'(11.7%)를 꼽아 세대에 따른 훈육 경험의 차이를 보였다.
◇ "63년만에 징계권 조항 삭제 이뤄냈지만, 과거에 머문 인식"
이번 설문조사는 지난 4월 1일부터 8일까지 초등학교 4학년~고등학생 2학년 자녀와 그의 학부모 600명(300가구)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이번 조사는 민법상 징계권 표기와 삭제 인지 여부, 훈육별 처벌 강도, 훈육 필요성 등에 관한 질의응답을 통해 아동과 보호자가 법률 개정을 어떻게 인식하고 훈육에 대해 어떤 입장을 취하고 있는지 살펴보기 위해 진행됐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이제훈 회장은 "63년 만에 징계권 조항 삭제를 이뤄냈지만 아직도 대중의 인식은 과거에 머물러 있다"며, "아동은 어떠한 환경에서도 폭력으로부터 보호받아야 할 권리 주체임을 사회에 알리고 부모의 양육에 대한 고민을 줄여 우리 아이들이 안전한 환경에서 행복한 어른으로 자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은 이와 같은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아동권리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높이고 비폭력적인 방식으로 자녀를 양육할 수 있는 지원책 마련에 앞장설 계획이다.
특히 아동권리, 인성나눔, 디지털시민성, 기후환경으로 구성된 부모교육을 통해 올바른 자녀 양육과 부모의 역할에 대한 교육 기회를 제공한다. 이와 함께 경찰청과 아동학대를 포함한 범죄피해에 노출된 아동을 지원하는 보호체계를 구축하고 긴급 생계지원부터 의료, 교육 등 맞춤형 지원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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