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 산울림] 커지는 위험의 양극화
[열린라디오 YTN]
■ 방송 : YTN 라디오 FM 94.5 (20:20~21:00)
■ 방송일 : 2021년 4월 17일 (토)
■ 진행 : 김양원 PD
■ 대담 : 손진우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상임활동가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안전 산울림] 커지는 위험의 양극화
- 산재사망자 50인 미만 사업장은 증가, 반면 50인 이상 특히, 300인이상 대형사업장은 줄어
- 고용노동부 발표 2020년 산업재해사고 사망통계
◇ 김양원 PD(이하 김양원)> 산업 안전이 모두가 하나로 외치는 울림이 될 수 있도록 마련한 코너입니다, <안전 산울림>. 앞으로 한 달에 한 번씩 산업재해 예방을 위해서 일터와 제도권에서 해야 할 일들이 무엇일지 짚어보는 시간이 될 텐데요. 오늘은 그 첫 순서로 손진우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상임활동가와 함께 하겠습니다. 손진우 활동가님, 나와 계신가요?
◆ 손진우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상임활동가(이하 손진우)> 네, 안녕하세요.
◇ 김양원> 네, 안녕하세요. 자,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면서 산업재해 사망자 수를 절반으로 줄이겠다, 이렇게 목표를 세우고 <국민생명 지키기 3대 프로젝트>의 하나로 제시했는데요. 그래서 2년 전에는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이 이루어 진데 이어서 노동계에서 줄기차게 주장해온 중대재해기업처벌법도 통과됐죠. 이제 본격 시행을 앞두고 있는데요. 그런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에 발표된 통계를 보니까 산재 사망자 수가 줄기는커녕 되레 늘었다는 내용입니다?
◆ 손진우> 네, 맞습니다. 그저께죠. 4월 14일 노용노동부가 2020년, 바로 작년 산업재해사고 사망통계 발표를 했는데요. 지난해, 전체 산재 사망자 수가 2,062명이고요. 그중 산재 사고 사망자가 882명입니다. 2019년과 비교해봤을 때 전체 규모에서도 42명이 늘었고요. 사고 사망자도 27명이 늘어난 시점입니다. 문재인 정부가 2019년 역대 최초로 사고 사망자 숫자 800명대에 진입했다, 라고 굉장히 자평을 한 바가 있는데요. 불과 1년 만에 사실 900명에 가까운 수치에 근접한 숫자로 나타났기 때문에 굉장히 안타까운 상황이라고 생각이 들고요. 사실 우리가 숫자로 산재 사망자들 한 명, 한 명이 우리랑 같이 이 세상을 살아냈던 함께 숨 쉬었던 노동자들이 돌아가신 것이기 때문에 숫자로 표현하는 것이 과연 합당한가, 라는 생각을 다시 해볼 수밖에 없는데요. 그런 상황입니다.
◇ 김양원> 그러네요. 제가 알기로는 작년 같은 경우에 우리가 알고 있는 이천 물류창고 화재사고 등 대형 인명사고들이 있었잖아요? 혹시 작년에 있었던 산재 사망자 가운데 작업장별로 살펴보신 내용이 있을까요?
◆ 손진우> 지금 발표된 것으로 정확하게 확인을 할 수 없고요. 말씀을 드리면 매년 4월 28일이 세계 산재 사망 노동자 추모회 날입니다. 그래서 그날 민주노총을 비롯한 한국노총 그리고 시민사회가 함께 살인기업 선정식이라는 것을 진행하거든요. 그래서 작년에 산재 사망사고가 가장 많이 발생한 기업이 어디인지를 발표하고 그 기업들이 부끄러워해야 한다, 라는 얘기들을 하게 되는데요. 추정컨대 앞서서 말씀하셨듯이 38명의 안타까운 희생자들을 발생시킨 한익스프레스가 가장 많은 작업장이라고 생각이 들고요. 업종으로 따져도 마찬가지로 건설업이 압도적입니다.
◇ 김양원> 그래요. 건설 현장에서 아무래도 작업환경이 위험하지 않습니까? 높은 데서 작업하시는 분들도 많고 그래서 그런 건 아닌가, 이런 짐작은 되는데 통상적으로 이렇게 건설 현장에서 산재사망사고가 많이 일어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 손진우> 아무래도 안전보건관리 자체가 가장 소홀하기 때문인 것이 문제이기도 하고요. 실제로 작년에 건설업에서 일하다가 돌아가신 노동자들이 458명이나 돼요.
◇ 김양원> 절반 이상이네요.
◆ 손진우> 네, 이번에 발표된 통계에 절반을 넘어서거든요. 그래서 51.5% 정도가 그중에서도 떨어진 사고로 돌아가셨거든요. 그래서 사실 임시가설물이라고 할 수 있는 비계라는 게 있잖아요? 그 비계가 제대로 설치되어 있지 않거나 지붕과 대들보에서 추락해서 떨어지신 분들이 굉장히 많거든요. 사실상 공중 곡예 하듯이 노동자들이 매달려서 일을 하다가 잠깐만 실수를 해도 죽을 수밖에 없는 구조를 그대로 방치한 상태에서 건설 노동자들이 계속 일을 하고 있는 현실이기 때문에 안타까운 죽음이 반복되는 것이라고 생각하고요. 떨어진 사고뿐만 아니라 물체에 맞아서 돌아가신 분들, 부딪혀서 돌아가신 분들, 화재로 돌아가신 분들, 이렇게 건설 현장에서 사망하신 분들이 전체 사고 사망자 중에 절반을 넘어서고 있습니다.
◇ 김양원> 특히 건설 현장 같은 경우에는 점점 건설 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연령대도 높아지고 있다고 들었어요. 아무래도 이게 험한 일이다 보니까 젊은 사람들보다는 은퇴를 하시거나 이런 분들이 많이 유입돼서 그렇다더라, 이런 분석도 있던데요. 실제로 그렇습니까?
◆ 손진우> 실제로 한국 사회가 굉장히 고령화되고 있잖아요? 고령화되고 있는 추세이기 때문에 노동부에서도 이제 더이상 과거에 은퇴해야 할 나이에 집에서 손주, 손녀를 보셔야 할 고령 노동자들이 은퇴해선 안 된다, 라는 얘기를 하면서 고령 노동자라고 부르지 않고 장년 노동자라고 호명하고 있어요.
장년 노동자들을 일터에서 일하셔야 된다, 라고 호명을 하면서 계속 노동시장으로 편입을 시키고 있는데요. 이 분들이 아무래도 나이가 드시기 때문에 새로운 안전보건문제에 있어서 대처하시는 능력이라든지 신체적 능력이라든지 여러 가지로 장년이라는 특성이 갖고 있는 신체적인 특성이 있는데, 그렇다면 그에 걸맞게 사실 노동 환경을 변화시켜야 하거든요? 장년 노동자에 친화적인 노동 환경으로 변화시켜야 하는데 그렇지 않은 현실들이 이렇게 반영이 되고 있는 것이다, 라고 생각하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김양원> 네, 실제로 지난해 기준으로 발표된 산재 통계를 보니까 가장 사망자가 많았던 연령대가 60대 이상이었던 것 같아요.
◆ 손진우> 네, 60대 이상 사고 사망자가 전년도에 비해서 18명 정도 증가를 해가지고요. 실제로 63명 정도 돌아가셨습니다.
◇ 김양원> 그렇군요. 이렇게 건설 현장, 특히나 거기서 일하시는 장년 노동자라고 말씀하셨는데 연세가 있으신 분들인 노동자들의 사망률이 더 증가했다는 것이 참 안타까운데요. 건설 현장의 경우에는 산업장 규모에 따라서도 사망자 수의 차이가 있지 않습니까?
◆ 손진우> 네, 맞습니다. 실제로 20억 미만 공사 현장에서 더 많은 노동자들이 죽었다, 라는 통계가 이번에도 발표가 됐습니다.
◇ 김양원> 네, 보통은 이제 이 산업장 규모를 사업단위, 금액으로도 하지만 이제 근로자 수로 판단하는 경우가 있더라고요? 이를테면 중대재해기업처벌법에서도 기준으로 했던 50인 이상이냐, 50인 미만이냐, 이걸 가지고 판단해보건대 50인 미만이면 보통 중소사업장이라고 하죠? 중소규모사업장에서 사망한 인원이 전체에 보니까 거의 80% 이상이더라고요.
◆ 손진우> 네, 50인 미만 규모 사업장에서 사망한 인원이 714명에서 실제로 전체 81%고요. 조금 더 나눠서 보자면 5인 이상 49인 이하 사업장에서는 전년도보다 늘었어요. 402명 정도 적고요. 5인 미만 사업장, 정말 가장 영세한 사업장에서는 11명 정도 늘었습니다. 그래서 312명이고요. 전체적으로 이분들이 전체 82%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 김양원> 네, 그렇다면 이런 중소규모사업장의 열악한 환경 이런 것들이 산재에서도 그냥 그대로 드러나는 게 아닌가, 이런 생각이 드는데요. 50인 이상은 비교적으로 규모가 큰 사업장일 텐데 이런 데는 산재 사고 사망자 추이가 어떻던가요?
◆ 손진우> 줄었어요. 50인 이상 299명 이하 사업장은 전년보다 16명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고요. 300인 이상 사업장은 11명 감소를 했습니다. 그래서 실제로 아무래도 안전보건과 관련한 인력, 예산을 투입할 수 있는 것들, 안전관리를 할 수 있는 것들이 확실히 사람이 덜 죽는다, 라는 형태로 들어나고 있는 거죠. 이게 위험의 외주화에 아주 단적인 모습들인 것 같아요. 그래서 위험의 양극화가 이런 형태로 나타나는 거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김양원> 네, 반대로 얘기하면 50인 미만에 중소규모사업장은 사각지대가 될 거다, 이렇게도 말할 수 있을 것 같네요?
◆ 손진우> 네, 맞습니다.
◇ 김양원> 산재 사망자 수를 쭉 통계로 돌아보니 결국에는 안전관리예산에 비례해서 예산이 많은 곳은 그만큼 사망자 수를 줄일 수 있었고 안전관리예산이 적은 곳은 상대적으로 사망자가 늘어날 수밖에 없었다. 이렇게 분석을 해주셨는데요. 자, 이제 올해 아직 4월입니다. 올해는 산재 사망자 수를 목표대로 줄이기 위해서 정부와 일터 현장에서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 손진우> 사실 안타까운 건 문재인 정부가 2018년에 <국민생명 지키기 3대 프로젝트>라는 걸 발표하면서 2023년까지 특히 산재 사망과 관련해서는 전체를 다 줄일 수 없으니까 절반이라도 줄이겠다, 라고 했거든요? 그렇게 따진다고 하면 올해는 한 600명대로 줄여내야 되는데요.목표 숫자 자체를 600명대로 줄어야 하는데 이런 통계들에 대해서 염두를 두신 것이신지 3월 초에 한 700명대로 다시 조정을 했어요.
◇ 김양원> 원래 목표에서 좀 높였네요.
◆ 손진우> 네, 후퇴를 했습니다. 그런 것들을 봤을 때 사실 단 한 명의 사고도 있어선 안 된다, 라는 마음가짐으로 접근을 다시 한번 해야 되지 않겠나, 라는 생각이 들고요. 더 중요한 문제는 사실 굉장히 많은 대책들이 나오고 있는데 그 대책이 빈 구석이 많다는 지적들이 이렇게, 저렇게 제기가 되어 왔던 거지 않습니까? 사실 가장 중요한 문제는 노동자들이 직접 위험 문제에 대해서 제기할 수 있고 참여할 수 있고 노동자의 권리로서 정말 위험하면 작업 중지를 행사할 수 있고 이런 권리 교육들이 잘 되어야 하는데 그런 것들이 진행되지 않고 실제로 안전보건문제에 대해서 개입할 수 있는 구조, 제도적으로 이런 것들을 보장하지 않고 있어요. 그런 것들이 조금 더 마련되어야지 정부 차원에서의 관리, 감독이나 감시 형태로 이 문제를 접근하거나 그것 일색으로 산재 사망 수를 줄일 수 있다, 라고 생각하는 것이 조금 안타까운 현실인 것 같습니다.
◇ 김양원> 그렇군요. 안전은 권리다. 이런 말도 있던데 노동자들이 스스로 자각하고 행사할 수 있는 안전관리교육이 필요하다. <안전 산울림> 오늘 말씀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 손진우> 네, 감사합니다.
◇ 김양원> 네, 지금까지 손진우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상임활동가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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