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야당 원내대표 '3無' 경선..계파·지역·여성이 안 보인다

박준호 2021. 4. 19.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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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대위 거치면서 계파 와해..세 대결 양상 없을 듯
TK 후보 없고, 정책위의장 분리 선출..'탈영남' 덜 할 수도
여성 중진 전무..나경원 이후 여성 원내대표 찾기 힘들어
[서울=뉴시스]최동준 기자 = 주호영 국민의힘 대표 권한대행과 이종배 정책위의장이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1.04.16.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박준호 기자 = 국민의힘의 차기 원내대표를 선출하는 이번 경선은 계파, 지역, 여성이 맥을 못추는 소위 '3무(無) 선거' 양상으로 치러질 전망이다.

새 원내대표는 여대야소의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180석에 가까운 거여(巨與)를 상대로 협상과 투쟁을 병행하면서 원활한 대여 협상력을 보여주는 게 관건이다. 임기 말로 접어든 문재인 정권을 견제하는 역할과 내년 대선 관리, 국민의당 통합 문제 등 굵직한 현안도 맡아야 한다.

그간 원내대표 경선은 친이 대 친박 혹은 친박 대 비박처럼 계파 대리전 양상을 보이면서 극심한 내부 투쟁으로 분당 직전의 국면으로 치닫기도 했지만, 현재 국민의힘 당 내부에선 계파 간 싸움이 사라진 지 오래다. 여당에서 강성 친문으로 분류되는 윤호중 민주당 의원이 새 원내대표로 당선돼 친문 세력의 건재함을 과시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탄핵 국면 이후로 국민의힘은 당은 물론 계파의 존재감도 크게 위축되면서 계파 대결보다는 이해관계에 따라 계파의 표가 쏠림 현상을 나타냈다. 대표적인 게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시절인 2018년 12월 원내대표 경선이다. 당시 계파 색채가 옅은 나경원 후보가 비박계 김학용 후보를 꺾을 수 있었던 배경에는 친박계 결집뿐만 아니라 탄핵 당시 탈당에 거부감을 가졌던 비박계 잔류파의 표심이 작용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나 후보가 친박계의 상징적인 인물이 아닌데도 친박계 지원을 받은 건 비박계의 득세를 견제하려 한 친박계의 위기의식의 발로였던 셈이다.

[서울=뉴시스]김진아 기자 =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이 1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국민의힘 원내대표 출마선언'을 하고 있다. 2021.04.18. bluesoda@newsis.com

굳이 분류하자면 권성동·김기현 의원은 친이계 출신, 김태흠 의원은 옛 친박계, 유의동 의원은 유승민계 출신이지만, 현재 당내 계파가 사실상 와해하거나 특정 계파가 득세하지 않고 있는 현실을 고려하면 이번 원내대표 경선에서도 세(勢) 대결 양상은 벌어지지 않을 것이란 게 대체적인 전망이다. 더군다나 김종인 비대위 체제를 거치면서 계파 결집력도 과거보다 많이 약해졌다.

이번 경선에선 '탈(脫) 영남' 기류와 같은 지역색도 강하지 않을 전망이다. 보수 성향이 강한 영남권 지역에 당의 근간을 둔 국민의힘은 원내대표 경선 때마다 영남 대 비(非)영남 구도로 치러졌지만, 이번에는 다른 구도로 전개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서울=뉴시스]김진아 기자 = 김태흠 국민의힘 의원이 1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국민의힘 원내대표 출마선언'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1.04.18. photo@newsis.com

영남 대 비영남 경선 구도에서 충청권은 거의 매번 '캐스팅보트' 역할을 하기도 했지만, 원내대표와 정책위의장을 분리 선출키로 하면서 인위적인 지역 안배 필요성이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통상적으로 원내대표가 영남권일 경우 정책위의장은 수도권 혹은 충청권 인물을 물색하고, 원내대표가 비영남 출신인 경우 정책위의장은 영남권 출신으로 안배하는 경우가 많아 의원들이 지역을 고려해 표를 던지기도 했지만, 이번 경선은 예전과는 다른 양상으로 전개될 것이란 관측이다.

국민의힘 전체 의원 중 영남권 비중이 과반 이상으로 선거 막판 유불리에 따져 결집을 할 수도 있지만, 상대적으로 초선 의원들의 비중이 높다는 점에서 소신 투표에 나설 가능성이 커 영남에서 특정 후보에 몰표를 주진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뉴시스] 김진아 기자 = 국민의힘 권성동(오른쪽) 의원과 유의동 의원. (공동취재사진) 2020.12.09. photo@newsis.com

최근 잇단 수도권 출신 원내대표들의 성적표가 의원들의 기대치에 대체로 못 미쳤다는 점도 영남권 후보에 대한 반감을 일부분 누그러뜨리는 데 영향을 줄 것이라는 관측도 적지 않다. 또 원내대표 후보군 4인 중 김기현 의원이 울산을 지역구로 둔 유일한 영남 출신이지만, TK(대구·경북)가 아닌 PK(부산·경남)라는 점에서 주호영 원내대표와 같이 TK를 비롯한 영남권 표 결집을 기대하기 힘들지 않겠냐는 전망도 없지 않다.

나경원 전 의원이 3년 전 보수 정당에선 최초로 여성 후보가 원내대표로 당선되는 파란을 일으켰지만, 이번 원내대표 선거에선 여성 후보가 단 한 명도 출마하지 않아 여성 의원들의 표심이 큰 변수가 되지 못할 전망이다. 지난해 총선에서 국민의힘 소속 여성 중진의원들이 잇따라 낙선한 터라 현재 당내에서 김정재 의원(재선)이 여성 의원 중 가장 선수(選數)가 가장 높다는 점을 고려할 때 당분간 국민의힘에서 여성 원내대표는 찾기 힘들 전망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pjh@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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