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진이 던진 '여성 군사훈련'..젠더 넘은 찬반 양론 불붙나

이기림 기자 2021. 4. 19.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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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징병 청원·한국전력 인사 개선안 등 겹쳐 논란 가중
"출산·육아 부담, 무리한 요구" "국민통합 위해 검토해볼만"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6일 오전 서울 용산구 국방컨벤션에서 열린 '국방 여성 리더십발전 워크숍'에서 여군들이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여군 창설 68주년을 기념해 열린 이번행사에는 현역 여군 200여명이 참석했다. 2018.9.6/뉴스1 © News1 황기선 기자

(서울=뉴스1) 이기림 기자 = 여성을 징병 대상에 포함하거나 기초군사훈련을 받게 해야 한다는 주장이 잇따라 나오면서 '여성 병역 의무' 관련 논란이 불붙고 있다.

차기 대권에 도전하는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8일 현행 병역제도를 모병제로 전환하고 남녀 모두 최대 100일간 의무적으로 기초군사훈련을 받는 '남녀평등복무제'를 도입하자고 주장했다.

16일에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여성도 징병대상에 포함해 주십시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와 19일 오전 11시17분까지 4만7469명의 동의를 얻었다.

청원인은 "나날이 줄어드는 출산율과 함께 우리 군은 병력 보충에 큰 차질을 겪고 있고 남성 징집률 또한 9할에 육박하고 있다"며 "대책으로 여성 또한 징집 대상에 포함해 더욱 효율적인 병 구성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청원인은 또 "성평등을 추구하고 여성의 능력이 결코 남성에 떨어지지 않음을 인지하고 있는 현대사회에서 병역의 의무를 남성만 지게 하는 것은 매우 후진적이고 여성비하적인 발상"이라며 "여자는 보호해야만 하는 존재가 아니라 나라를 지킬 수 있는 듬직한 전우가 될 수 있다"고 했다.

한국전력공사가 승진심사 시 입사 전 군 복무 경력을 인정하지 않는 내용을 골자로 한 인사관리지침 개선안을 검토 중이라는 사실이 알려진 것도 논란에 불을 붙였다.

여성이 군에 입대하게 하거나 군사훈련을 받게 하자는 주장에 시민들의 반응은 다양했다. 군대를 다녀온 남자 대학생 이모씨(24)는 "군인을 향한 시선이나 평가, 대우가 하락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그나마 잃어버린 시간을 보상해주던 군 경력 인정 등도 없애려는 걸 본 남성들이 참지 못해 터진 것"이라고 말했다.

여자 대학생 박모씨(21)는 "여성 징병제나 군사훈련 참여에 반대할 이유가 없다"면서도 "우리가 군에 가고 싶지 않아서 안 가는 것도 아닌데 남녀갈등 구조로 논란이 만들어지는 게 황당하다"고 말했다.

일부 네티즌은 여성 징병제 및 군사훈련 참여에 반대하는 사람을 '페미'(페미니스트)로 분류하며 비하하는 모습도 나타났다. 네티즌 smh****은 "여성분들 유리바닥 깨부서지기 시작했습니다 축하드려요"라고 했고 dav****은 "남자를 타도대상으로 삼으면서 자신의 이득만 누리고자 하니 남자들이 뿔난 것"이라며 "급진 페미정책과 밀착한 기조를 계속하는 정부 중심에 여성가족부가 있으니 폐지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번 논란이 무의미하다는 반응도 있었다. 대학생 김모씨(21)는 "흔히 기득권이라고 불리는 집단은 이미 자식을 군면제시켰거나 '검머외'(검은머리외국인·재외동포 중 외국 국적 및 영주권을 악용하는 사람)로 키웠다"며 "그냥 힘없는 대중끼리 싸우는 꼴"이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비슷한 논란이 전부터 있었지만 해결된 것이 없다면서도 이번 기회에 갈등의 이유 등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군사전문가인 김종대 전 정의당 의원은 "차별을 없애는 건 대찬성이지만 이미 여성을 대상으로 직업군인의 문호를 개방했고 사관학교에서도 여성이 상위권을 싹쓸이하는 현실에서 더 개방할 여지가 어디 있나"라며 "경력단절, 출산, 육아 등의 부담을 안고 있는 여성에게 군사훈련까지 하라는 것은 무리한 요구"라고 말했다.

김 전 의원은 그러면서 "이런 의무는 병영국가의 대표격인 이스라엘에서나 하는 것"이라며 "현실적이지 않은 개선책"이라고 지적했다.

군대를 전역한 아들과 복무 중인 아들을 둔 신인균 자주국방네트워크 대표는 " 재보궐선거에서도 보았듯 20대 남성이 상대적인 차별이나 박탈감을 호소하고 있다"며 "그들은 여자가 군대에 가지 않는 것에도 불만이 크다"고 말했다.

신 대표는 "국민통합, 병력부족 등의 측면에서 여성의 노동력을 활용할 필요가 있다"며 "남성의 병역기간만큼 사회대체복무를 하는 것 등 다양한 방안을 검토해볼 만하다"고 주장했다.

lgir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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