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뜬 눈으로 밤새고 출근" 가상화폐 급등락에 잠 못드는 투자자들
코스피 시장 뛰어넘었지만 통제수단 없어
(시사저널=이혜영 기자)
"도지코인은 지금이 고점일까요, 저점일까요?"
"비트코인에 넣어둔 투자금이 하루 만에 반토막 났습니다."
"코인 시세 새로고침 하느라 잠 한숨 못 자고 출근했어요."
가상화폐 시장이 급등락하면서 '혼란의 나날'이 펼쳐지고 있다. 1시간 동안 20% 넘게 급락하며 투자자들의 가슴을 쓸어내리게 하는가 하면, 유명인의 말 한 마디를 업고 급부상 해 주식시장에 버금가는 존재감을 드러낸 코인도 나왔다. 365일 24시간 돌아가는 가상화폐 시장에 발 들인 개인투자자들도 가격 변동에 따른 '환희'와 '절규'를 쏟아내며 시세판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 모습이다.
가상화폐를 둘러싼 '거품 논란'이 잦아들지 않는 가운데 금융당국 차원의 개입과 규제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점차 커지는 양상이다.
가상화폐 시세판에 '환희'와 '절망' 오간 투자자들
19일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 빗썸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 기준 비트코인 개당 가격은 7600만원 선을 오르내리고 있다. 또 다른 거래소 업비트 역시 7630만원 안팎으로 등락을 거듭하는 중이다. 전 거래일 대비 소폭 상승세를 보이고 있지만, 지난 주 초반 랠리를 펼쳤던 것과 비교하면 다소 주춤한 모습이다.
국내 시장에서 비트코인 가격은 지난 주 한때 8000만원을 돌파하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그러나 직후 미국 재무부가 금융기관을 상대로 가상화폐를 이용한 돈 세탁을 조사할 것이란 소문이 전 세계 투자시장을 강타하면서 7000만원 선을 위협받기도 했다. 해외 시장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불과 한 시간 새 15~20% 넘게 폭락하는 등 비트코인 가격은 그야말로 시시각각 롤러코스터를 탔다. 비트코인에 이어 시가총액 2위 가상화폐 이더리움도 최고점 대비 20% 가까이 급락하면서 동일한 흐름을 보였다.
도지코인은 반대였다. 미국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이 장난삼아 만든 도지코인은 지난 주 후반부터 무서운 기세로 치솟았고 500% 넘게 폭등했다. 지난 17일 도지코인의 국내 일일 거래량은 17조원을 넘어서며 16일 하루 코스피 거래대금(15조5400억여원)을 훌쩍 뛰어넘었다.
이날 10시 기준 업비트에서 도지코인은 전거래일 대비 소폭 상승한 436~437원을 오가고 있다. 현재까지 일일 거래대금은 7조원을 넘어 비트코인은 물론 기타 알트코인(비트코인 이외 다른 가상화폐) 거래량을 압도하고 있다. 도지코인은 전 세계 투자자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으며 시가총액 60조원을 넘보고 있다.
블룸버그 통신은 "도지코인의 1년 전 가격은 0.002달러, 시총은 2억5000만 달러(2780억원)였다. 1년 만에 1만8000% 이상 상승했다"며 기록적인 폭등세를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도지코인은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관련 트윗을 올리면서 본격 상승 흐름을 탔다. 머스크는 지난 15일 '달을 향해 짖는 도지'라는 짧은 트윗을 올렸고 이후 도지코인은 폭등했다. '달'은 자본 시장에서 가격 급등을 뜻하는 은어로 쓰인다. 투자자들이 머스크의 발언을 또 다시 '호재'로 인식하면서 상승세에 불이 붙었다. 국내 시장에서는 이른바 '김치 프리미엄'이 붙으며 전 세계 다른 시장에서보다 더 높은 가격대를 형성했다.
도지코인은 2013년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이 가상화폐 시장을 풍자하며 만든 것으로, 일본 시바견을 마스코트로 한다. 머스크 CEO는 과거에도 여러 차례 도지코인을 언급하며 속내를 알 수 없는 글을 올렸다. 당시에는 국내를 비롯한 각국 투자자들이 도지코인에 별다른 주목을 하지 않았다. 그러나 비트코인에 대한 머스크의 적극적 투자 행보가 가시화하면서 가상화폐 시장 전체가 요동쳤고, 이후 도지코인의 위상도 달라졌다.
한 가상화폐 투자 관련 커뮤니티에는 "머스크가 두 달전에 '아들을 위해 도지코인을 샀다'는 트윗을 올렸는데, 호재로 작용할 이슈가 아닐까요?"라는 등 도지코인을 둘러싼 머스크의 발언을 긍정적으로 해석하는 게시물도 잇따랐다. 그동안 가상화폐에 투자하지 않던 개인들이 도지코인 상승 흐름은 놓치지 않겠다며 적극 투자에 나서는 분위기도 감지되는 등 곳곳에서 위험 신호가 읽히기도 한다.
'위험 경고등' 켜졌지만 제동장치 없어
전 세계 금융당국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가상화폐 시장의 열기가 식을 줄 모르면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가치를 평가할 만한 뚜렷한 재료가 없고, 통제 장치도 없는 상황에서 이처럼 큰 변동성을 보일 경우 개인투자자들의 막대한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전문가들도 연일 '경고 신호'를 보내며 묻지마 투자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이에 따라 국내 금융당국의 고민도 날로 깊어지고 있다. 가상화폐 시장이 이미 코스피를 뛰어넘는 거래량을 기록하는 등 열기가 뜨겁지만 이를 감독하거나 통제할 마땅한 수단은 사실상 없는 상태다. 일단 정부는 가상화폐가 자금세탁과 각종 범죄에 활용될 수 있다고 보고 이달부터 오는 6월까지 범정부 차원의 특별단속을 벌이기로 했다.
19일 국무조정실 등에 따르면, 정부는 가상자산의 거래가 급증하고 가격이 상승함에 따라 지난 16일 구윤철 국무조정실장 주재로 가상자산 관계부처 차관회의를 열고 관련 모니터링과 후속 대처를 강화하기로 했다.
우선 금융위원회는 가상자산 출금 때 금융회사가 실시하는 1차 모니터링을 강화하도록 했다. 금융회사들은 모니터링을 통해 자금세탁 의심 거래를 발견했을 경우 발견 시점으로부터 3영업일 안에 금융정보분석원(FIU)에 보고해야 한다. 금융위는 FIU가 금융회사 등으로부터 가상자산 관련 불법 의심거래를 보고받으면 수사기관과 세무당국에 통보하도록 단속·수사 공조체계를 강화하기로 했다.
경찰도 가상자산 불법행위 유형별로 전담부서를 세분화하고, 가상자산 추적 프로그램 보급을 늘리기로 했다. 공정거래위원회와 기획재정부도 금융감독원과 협조해 외국환거래법 등 관계 법령 위반 여부에 대한 점검을 강화한다.
구윤철 국조실장은 "가상자산의 가치는 누구도 담보할 수 없고, 가상자산 거래는 투자라기보다는 투기성이 매우 높은 거래이므로 자기 책임하에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며 "가상자산 투자를 빙자한 다단계, 유사 수신, 사기 등 불법행위가 발생하고 있는 만큼 이에 대해서도 각별히 유의해달라"고 거듭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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