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생 상습학대' 인천 보육교사들 뒤늦게 혐의 인정.. 원장은 방조 혐의 부인

어린이집에서 고기를 구워 먹는 보육교사들. 피해아동 부모 제공

장애아동을 포함한 1~6세 원생 10명을 상습학대한 혐의로 기소된 인천의 모 국공립 어린이집 보육교사들이 뒤늦게 혐의를 인정했다. 지난달 22일 열린 첫 재판에서는 “진술할 수 없다”면서 범죄와 관련해 인정 여부를 밝히지 않아 피해 학부모들과 국민들의 공분을 샀다. 반면 학대를 방조한 당시 원장은 “보육교사들의 학대를 전혀 알지 못했다”며 거듭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인천지법 형사2단독 이연진 판사 심리로 19일 열린 아동학대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장애아동 통합보육반 담임 보육교사 A(33·여)씨와 주임 보육교사 B(30·여)씨 등 보육교사 6명은 모두 공소사실을 인정했다.

앞서 구속 기소돼 법정에 나온 A·B씨의 변호인들은 “최근 제출한 의견서에는 공소사실 전부를 인정한다고 돼 있는데 맞느냐”는 이 판사의 물음에 “맞다”고 답했다. 이날 2차 공판에서도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함께 받은 나머지 보육교사 4명의 변호인도 공소사실을 인정한다는 취지를 전달했다.

재판 과정에서 B씨를 포함한 일부가 “상습적으로 학대를 하지 않았다”는 주장을 폈고, 다른 보육교사도 “아동학대 행위로 보기에는 가혹하다. 훈육이나 행동 교정을 위한 행위였다”고 알리기도 했다.

해당 어린이집에서 아동학대를 방조한 혐의로 함께 기소된 전 원장의 변호인은 “이미 제출한 의견서를 보면 공소사실 전부 부인하는 취지인데 맞느냐”고 이 판사가 묻자 “네”라고만 짧게 답하며 “피고인은 보육교사들의 학대 행위를 전혀 인식하지 못했다”고 부연했다.

A씨 등은 지난해 10월30일부터 같은 해 12월28일까지 인천시 서구 한 어린이집에서 자폐증 진단을 받거나 장애 소견이 있는 5명을 포함한 원생 10명을 학대한 혐의를 받고 있다. 6명의 교사들은 모두 263차례에 걸쳐 폭행 등 학대를 저지른 것으로 경찰 조사에서 드러났다.

피해 아동 부모들이 공개한 이 어린이집 폐쇄회로(CC)TV 영상에는 한 담임교사가 여야의 머리채를 한 손으로 잡아 끌고 다녔다. 또 CCTV 화면 속에는 보육교사들이 점심시간에 아이를 돌보지 않고 방치한 채 둘러앉아 고기를 구워 먹었다. 다른 교사는 원생을 사물함에 넣은 뒤 문을 닫기도 했다.

인천=강승훈 기자 shkang@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