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청정에너지원 '핵융합' 혁신기업에 '뭉칫돈' 몰린다

김민수 기자 2021. 4. 19.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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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E테크놀로지스가 2017년 구축한 핵융합 장치 '노먼. TAE테크놀로지스 제공.

국제학술지 ‘사이언스’는 이달 8일(현지 시간) 핵융합 에너지 분야 혁신기업 ‘TAE테크놀로지스’가 2017년부터 운영한 핵융합 장치 ‘노먼’이 핵융합 실현의 목전에 와있다는 최신 연구 성과를 소개했다. 그러면서 이 회사가 핵융합 분야에서는 가장 많은 8억8000만달러(약 9900억원)의 투자를 이끌어냈다고 전했다.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연구진과 스핀오프 기업인 ‘커먼웰스퓨전시스템즈(CFS)’도 지난해 9월 국제학술지 ‘플라스마 물리학 저널’에 2025년 완전 가동이 가능한 핵융합로 ‘스파크(SPARC)’ 연구 결과를 담은 논문을 무려 7편이나 쏟아내며  과학계의 비상한 관심과 함께 찬사를 이끌었다.

태양을 모방한 핵융합 반응에서 에너지를 생산하는 혁신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들이 최근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2007년부터 총 17조원의 사업비를 들여 프랑스 남부에 건설 중인 국제핵융합실험로(ITER)가 한국을 포함한 미국, 러시아, 유럽연합(EU), 일본, 중국, 인도 7개국 정부 주도로 추진되는 것과 달리 이들은 구축비를 획기적으로 절감할 아이디어로 '꿈의 에너지'로 불리는 핵융합 발전의 상용화를 정조준하고 있다. 이들 기업의 적극적인 움직임으로 핵융합 에너지 구현이 가시권에 들어오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 플라스마 가두는 자기장 직접 생성해 구축 비용 절감

핵융합은 가벼운 원자핵인 중수소와 삼중수소가 합쳐지면서 더 무거운 원자핵으로 바뀌는 현상이다. 이 과정에서 일부 줄어든 질량만큼 중성자가 튀어나오는데 이때 중성자가 갖고 있는 엄청난 열에너지를 전기에너지로 바꾸는게 핵융합 발전의 원리다.  

핵융합 반응이 일어나려면 1억도 이상 초고온 상태의 플라스마(원자핵과 전자가 분리된 이온 상태)가 필요하다. 핵융합 반응이 일어나는 태양은 자체 질량과 중력으로 초고온 플라스마 상태를 스스로 만들어 끊임없이 핵융합 반응으로 열에너지를 만들어낸다. 그러나 지구에서는 1억도의 초고온 플라스마를 인위적으로 만들어야 한다. 과학자들은 ‘토카막’으로 불리는 도넛 형태의 핵융합 장치 안에 강력한 자기장을 내는 초전도 자석을 설치해 초고온 플라스마를 가둔다. 

TAE테크놀로지스가 투자가들로부터 주목을 받는 이유는 저렴한 핵융합 장치 구축 기술을 확보했기 때문이다. 이 회사는 고리 모양의 초고온 플라스마를 FRC(Field-reversed configuration)라고 이름 붙이고 FRC에서 이뤄지는 플라스마 입자의 소용돌이 운동으로 플라스마를 내부에 가두는 자기장을 직접 생성해 핵융합 장치 구축 비용을 절감하는 방안을 고안했다. 자체 생성되는 자기장이 초전도 자석이 내는 자기장을 보완할 수 있어 초전도 자석 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이를 통해 약 6000만도의 온도에서 FRC 상태를 30밀리초(1밀리초는 1000분의 1초) 동안 유지하는 데 성공했다. 

TAE테크놀로지스는 현재 2억5000만달러(약 2800억원)를 들여 차세대 핵융합 장치인 ‘코페르니쿠스’를 설계하고 있다.  핵융합 에너지의 재료인 중수소와 삼중수소가 혼합된 플라스마 온도를 1억도 달성하는 게 목표다.

지금까지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고(故) 폴 앨런이 설립한 투자 회사 ‘벌컨(Vulcan) 캐피털’을 비롯해 구글, 웰컴트러스트, 쿠웨이트 정부 등이 이 회사에 투자했다. 

'인공태양'으로 불리는 국제핵융합실증로(ITER) 구축 공사 현장이다. ITER국제본부 제공.

핵융합의 재료인 삼중수소가 지닌 단점 해결에도 나선다는 계획이다. 수소의 방사성동위원소인 삼중수소는 베타붕괴를 통해 방사선을 방출한다. 방사선 유출 보호를 위한 차폐 장치가 필요하다. 핵융합 장치 구축에 비용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TAE테크놀로지스 연구진은 삼중수소 대신 수소와 붕소를 활용해 이같은 문제를 극복한다는 전략을 세웠다. 

● 커먼웰스퓨전시스템즈, 고온 초전도 자석으로 효율 높여

MIT 연구진과 커먼웰스퓨전시스템즈가 개발한 스파크는 토카막 내부에 초고온 플라스마를 가두는 데 필요한 자기장을 만드는 데 ‘고온 초전도 자석’을 활용한다. 고온 초전도 자석은 절대온도(영하 273도)에 가까운 환경에서 구동되는 초전도 자석보다 비교적 높은 온도(영하 173도)에서도 구동된다. ITER 건설이 착수된 2007년에는 없었던 기술이다.

연구 논문을 발표한 마틴 그린월드 MIT 교수는 “고온 초전도 자석은 ITER 설계에 적용된 초전도 자석의 자기장 세기인 12테슬라보다 적은 부피로 훨씬 강력한 21테슬라의 자기장을 생성할 수 있다”며 “ITER의 초전도 자석보다 부피가 약 60~70배 작아 핵융합로 건설 비용은 물론 운영 효율 측면에서 게임 체인저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영국 스타트업 ‘토카막에너지’는 정부와 민간 투자를 합해 약 1억5000만 파운드(약 2300억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아마존의 제프 베이조스가 주요 투자자로 참여한 캐나다 소재 핵융합 스타트업 ‘제너럴 퓨전’은 약 2억달러(약 2200억원)의 투자를 이끌어냈다. 이중 80%는 민간 부문의 투자다. 이들은 초고온 플라스마를 생성하고 이를 가두는 방식에서 기존 핵융합 장치와는 다른 혁신적인 접근 전략을 각기 취하고 있다. 

정기정 한국핵융합에너지연구원 ITER사업단장은 “기업들과 투자자들은 결국 사업성이 있는 곳에 투자를 하기 마련”이라며 “기업들은 핵융합 장치 규모와 비용을 줄이는 혁신을 통해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민수 기자 rebor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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