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국민 질책' 알면 더 속여선 안 된다

기자 2021. 4. 19.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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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호 논설고문

국정 기조 안 바꾸는 ‘쇄신 시늉’

글로벌 용어 된 ‘내로남불’ 여전

헌법 가치 뒤엎어온 본색의 분식

선거공작 피고인 靑 참모 그대로

‘백신 확보 무능’ 비호해도 발탁

낯뜨거울 ‘문비어천가’는 대변인

공정과 정의를 참칭하며, 대한민국 헌법 가치의 핵심인 ‘자유민주주의·시장경제·법치’를 전방위로 뒤엎어온 문재인 정권이 이른바 ‘대깨문’ 외에는 등 돌린 지 오래인 민심을 무시하다가 임기 1년을 남긴 시점에야 일단 받아들이는 모양새를 갖추고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 16일 내각과 청와대 참모진 일부 개편을 발표하며, 유영민 비서실장을 통해 “4·7 재·보궐선거에서 국민이 보여준 정부에 대한 요구를 겸허히 수용하고, 심기일전해 국정과제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여당 참패 다음 날인 8일 청와대 대변인을 통해 “국민의 질책을 엄중히 받아들인다”던 말에 이은 것으로, ‘추진해온 정책의 안정적 동력 마련’을 덧붙인 사실로도 알 수 있듯이, 국정 기조를 바꾸진 않는 ‘쇄신 시늉’을 한 셈이다.

문 정부의 초대 행정안전부 장관을 지냈으나 극렬 친문(親文)은 아닌 김부겸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국무총리 후보자 지명, ‘위선의 극치를 보인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태’를 두고 쓴소리도 하며 비문(非文)으로 분류돼온 이철희 전 민주당 의원의 청와대 정무수석비서관 지명 등은 문 정부 본색을 분식(粉飾)한 것이기 십상이다. 국민의힘 소속인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김 후보자를 향해 “국민 분노를 희석하는 쇼를 위한 분장용품이 되지 않으면 좋겠다. 탁현민 비서관의 행사기획에 따라 총리 자리에 앉혀진 무생물의 무대 소품이 되지 않으면 좋겠다”고 밝힌 취지도 다르지 않을 것이다.

“이번 선거에서 나타난 국민의 질책에 분명히 답하겠다”고 한 김 후보자가 민주당이 장악한 국회 동의를 거쳐 임명된 후에 어떻게 할지, 아직 알 순 없다. “선거 민심을 잘 헤아리고, 아닌 것에 대해선 ‘노(No)’라고 할 수 있는 참모가 되겠다”고 한 이 정무수석도 마찬가지다. 그렇더라도 문 대통령이 ‘국민 질책’ 중의 하나는 한국어 그대로 글로벌 용어가 돼 국가 망신까지 시킨 ‘내로남불’임을 안다면, 청와대 개편조차 눈 가리고 아웅 식일 순 없다. 문 대통령의 야당 시절 “30년 지기(知己)의 당선이 소원” 한마디가 출발점인 ‘울산시장선거 공작’ 혐의로 기소된 형사 피고인 신분의 이진석 국정상황실장은 현직을 유지하게 했다.

당시 청와대 비서실장이던 임종석, 민정수석이던 조국 등과 함께 검찰이 불기소 처분하면서 그 결정문에는 ‘범행에 가담했다는 강한 의심이 들지만, 증거가 불충분하다’고 한 이광철 민정비서관도 자리를 그대로 지키게 했다. 그는 김학의 전 정부 법무부 차관에 대한 불법 출국금지에 연루된 의혹으로 검찰 소환 통보를 받은 상태이기도 하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아들에게 허위 인턴활동증명서를 발급해준 사실이 검찰 수사에서 확인돼 기소됐어도, 계속 민정비서관으로 활동하다가 총선 출마를 앞두고서야 사퇴해 결국 민주당 위성 정당에 해당하는 열린민주당의 비례대표 국회의원과 당대표가 되고 난 뒤, 1심에서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고 항소한 ‘최강욱 사례’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문 대통령의 ‘국민 질책 수용’이 말과 달리 속임수로 비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은 청와대 개편의 또 다른 예로도 확연하다. “국민의 코로나19 이해에 큰 도움을 줬다. 신설한 방역기획관실의 첫 비서관으로 성공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며 기모란 국립암센터 교수를 발탁했다. 그는 코로나19 국내 유입 초기이던 지난해 2월 “중국에서 온 한국인에 의해 2차·3차 감염이 일어났지, 중국에서 온 중국인에 의해 그러지 않았다”며 중국 눈치를 살펴 ‘중국 전역에서 들어오는 외국인 입국금지’ 조치를 회피한 문 정부에 동조했다. 지난해 12월엔 친문 방송인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다른 나라가) 예방접종을 먼저 해서 위험을 알려주는 것은 우리가 고마운 일”이라는 궤변으로 코로나 백신 확보에 무능하면서 자화자찬해온 문 정부를 비호했다. 새 대변인에 임명된 박경미 교육비서관은 베토벤의 ‘월광 소나타’를 자신이 피아노로 연주하는 영상을 유튜브에 올리며 “월광이 문 대통령 성정(性情)을 닮았다” 운운의 낯뜨거운 시대착오적 ‘문비어천가’를 외쳤던 사람이다. 국민을 더 속이려고 해선 안 된다. 그러는 것은 나라를 더 망칠 뿐 아니라, 문 대통령이 퇴임 후 져야 할 책임도 더 무겁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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