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광장] 과학기술인의 사회적 가치공헌

코로나19 팬데믹이 인류의 삶을 확 뒤집어놓았다. 백신 처방과 집단면역으로 평온을 되찾기까지 우리는 더 인내해야 할 듯싶다. 이러한 위기 속에서 과학기술은 인류의 생명과 사회의 안전을 지키는 역할을 다 하고 있다. 인류가 코로나19와 사투를 벌이는 동안 과학기술은 진단과 예측, 치료제와 백신 개발의 모든 단계에서 이바지했다. 코로나19를 통해 국민은 과학기술의 사회적 가치공헌에 큰 관심을 두게 됐다. 더 나아가 이번 전염병과 같은 인류 문제를 해결하는 데 과학기술의 역할과 책임을 확대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이 같은 상황에서 많은 국내외 기업, 대학 및 공공 연구기관 실험실과 현장에서 과학기술자들이 코로나19 진단키트, 백신, 치료제 개발에 땀을 쏟고 있음은 고마운 일이다.

과학기술의 중요성을 방증하듯 2021년 국가 전체 연구·개발(R&D) 투자예산이 100조를 넘어섰다. 이 중 정부 R&D예산은 27조4000억원으로, 사상 최고치다. R&D예산은 최우선으로 국민과 사회가 안전 위협에서 벗어나게 하는 데 투입돼야 할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해 12월 ‘제3차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를 통해 정부 R&D예산은 코로나 치료제와 백신 개발, 소재·부품·장비 자립에 집중 투입될 것이라고 천명했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국가 과학기술자들은 도전적이고 창의적인 연구·개발을 통해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지키고 인류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사회적 가치공헌에 적극적으로 임해야 한다. 그동안 ‘내 수준이 곧 국가 수준’이라는 프로의식과 자부심으로 국가 경제발전을 견인해왔다. 하지만 이제는 도전적이고 창의적인 연구·개발로 시대가 요구하는 사회적 가치공헌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시점으로 보인다.

X선 발견으로 최초의 노벨물리학상을 받은 뢴트겐의 이야기는 우리에게 울림을 준다. 뢴트겐은 한 재벌이 X선을 특허로 등록해 권리를 양도해 달라는 제안을 거절했다. X선은 자신이 발명한 것이 아니라 발견한 것일 뿐이며 인류를 위해 공유돼야 한다고 믿었기 때문이었다. 그는 X선 관련기술을 누구나 활용하도록 공유해 인류를 위한 가치 있는 일에 공헌한 과학자로서 역사에 길이 남았다.

한편 우리 사회도 과학기술인들이 우수한 연구성과를 창출해 사회적 가치공헌에 이바지할 수 있게 연구개발 생태계를 조성하고 응원할 필요가 있다. 과기인재가 지속적으로 역량을 키우고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우수 과학자를 파격적으로 우대해 사기를 높이는 정책을 펼쳐야 한다. 필자가 몸담은 국가과학기술인력개발원도 정부출연 연구기관 재직 연구자를 비롯한 국내 과학기술인을 위해 다양한 역량개발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등 노력할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과학기술계 리더의 비즈니스 마인드 제고를 위한 전략적 E-MBA, 가상의 R&D 경영전략 수립을 경험해보는 연구 비즈 시뮬레이션 게임, 디지털 활용기술 역 량제고를 위한 디지털 전환 등이 좋은 예다.

과학기술의 중요성은 날로 커질 것이 분명하다. 과학기술의 방향을 결정짓는 과학기술자의 영향력 또한 마찬가지다. 그렇기에 올바른 가치관을 가지고 사회와 인류를 위해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멋진 과학자들이 우리 사회에 더 많이 출현하길 기대해본다.

박인서 국가과학기술인력개발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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