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계권 삭제' 100일.. 부모 60% 아직도 "자녀 체벌 필요"

박정경 기자 2021. 4. 19.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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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따른 아동학대 사건을 계기로 친권자의 체벌을 정당화하는 구실로 악용됐던 민법상 '자녀 징계권' 조항이 삭제된 지 100일이 지났지만, 학부모 10명 중 6명은 여전히 "체벌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법 통과에도 조사 대상 아동의 80%, 학부모의 66.7%는 징계권 조항 삭제로 부모가 자녀를 체벌하는 것이 금지됐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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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조사

‘부모의 자녀 체벌 법으로 금지’

아동 10명중 8명이 “몰랐다”

법제화만으론 인식 변화 더뎌

구체적 가이드라인·교육 필요

‘여행가방 아동학대 사망 사건’ ‘경남 창녕 여아 학대사건’ ‘정인이 사망사건’….

잇따른 아동학대 사건을 계기로 친권자의 체벌을 정당화하는 구실로 악용됐던 민법상 ‘자녀 징계권’ 조항이 삭제된 지 100일이 지났지만, 학부모 10명 중 6명은 여전히 “체벌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학부모의 66.7%, 아동의 80.0%는 징계권 폐지 사실조차도 알지 못하는 등 체벌을 둘러싼 인식 변화가 더딘 것으로 드러났다.

19일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은 민법 제915조(징계권) 조항 삭제 100여 일을 맞아 학령기 아동(초등 고학년∼고등학생)을 양육하는 학부모와 자녀 300가구를 대상으로 한 인식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징계권 조항은 ‘친권자는 그 자(子)를 보호 또는 교양하기 위하여 필요한 징계를 할 수 있다’고 규정, 그동안 아동학대를 정당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논란이 돼 제정 63년 만인 지난 1월 8일 관련 내용을 삭제하는 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법 통과에도 조사 대상 아동의 80%, 학부모의 66.7%는 징계권 조항 삭제로 부모가 자녀를 체벌하는 것이 금지됐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민법상 징계권의 개념을 알고 있었냐는 질문에도 학부모와 자녀 모두 80% 이상이 ‘모른다’고 답했다. 더욱이 학부모 60.7%는 ‘징계권 삭제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체벌이 필요하다’고 응답했고, 50.3%는 ‘훈육을 위해 체벌을 사용하는 것에 동의한다’고 답했다. 반면 자녀들은 32.7%만 체벌에 동의했다. 과반의 학부모가 체벌의 필요성에 공감하면서도 체벌 효과성에 대해서는 의문을 표했다. 체벌 효과성을 100점 만점 점수로 매기는 문항에선 부모가 40.92점을, 아동은 33.42점을 부여했다. 학부모와 자녀 모두 체벌이 학대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성은 인지하고 있었다. ‘자녀에 대한 체벌이 아동학대로 이어질 수 있다’는 생각에 학부모 84%, 자녀 83.3%가 동의했다.

전문가들은 구체적인 홍보와 후속 조치가 뒤따라야 한다고 강조한다. 한전복 초록우산어린이재단 복지사업본부장은 “비폭력적인 훈육에 관한 구체적인 가이드라인과 교육프로그램을 마련해 실제 양육자에게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이브더칠드런은 ‘출생 신고·양육수당 신청 시 부모에게 체벌금지 관련 법률 내용 고지’ 등의 홍보방안을 정부에 제안하고 있다.

박정경 기자 verite@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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