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립습니다>아버지가 만든 반닫이 장롱.. 여전히 당신의 온기가 느껴집니다

기자 2021. 4. 19.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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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난히도 봄 햇살이 따스한 이즈음 꽃향기 풍겨오는 옛 고향집 창가에 놓여 있는 오래된 소반을 바라볼 때면 10여 년 전 돌아가신 아버지 모습이 아른거립니다.

아버지는 두 형제뿐이셨고 저에게 삼촌 되시는 분은 6·25전쟁 때 전사하셨기에 아버지는 다른 일을 해 볼 여지도 없이 부모님을 모시고 농사일에 전념했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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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재철(1923∼2010)

유난히도 봄 햇살이 따스한 이즈음 꽃향기 풍겨오는 옛 고향집 창가에 놓여 있는 오래된 소반을 바라볼 때면 10여 년 전 돌아가신 아버지 모습이 아른거립니다.

아버지는 두 형제뿐이셨고 저에게 삼촌 되시는 분은 6·25전쟁 때 전사하셨기에 아버지는 다른 일을 해 볼 여지도 없이 부모님을 모시고 농사일에 전념했었지요. 농사일하는 틈틈이 할아버지가 하시던 목공 일을 이어받아 많은 시간을 보냈습니다.

손재주가 좋았던 아버지는 기능장이란 소리까지 들을 정도로 목공 솜씨가 야무지셨어요. 그런 솜씨로 만든 소반과 반닫이 옷장들이 세월이 꽤 지났음에도 저렇게 멀쩡히 남아 있는 모습을 보면 아버지의 빈자리가 더욱 크게 느껴집니다. 우리 사남매가 철이 들 무렵 어머니께선 몹쓸 병으로 서른 살의 젊은 나이에 아버지 곁을 떠나 하늘나라로 갔습니다. 그때는 어린 나이였지만 슬픔에 잠겼던 아버지의 모습이 어렴풋이 떠오르네요. 하지만 아버지께선 마냥 슬퍼할 수만은 없었지요. 남겨진 어린 자녀들을 위해서도 농사일에 더욱 열중하셨고 재혼도 하게 됐습니다.

하지만 농사일을 열심히 해봐야 뙈기밭에서 얻어지는 곡식으론 일 년 먹을 양식을 대기에도 태부족했기에 소반과 반닫이 장롱 주문이 들어오거나 목공 일이 있으면 남의 집을 다니며 밤낮없이 일하던 아버지의 그 모습은 이제 추억 속에서만 떠올릴 수 있을 뿐입니다. 그 시절 아버지께서 손수 만든 반닫이 농에 여러 가지 모양의 장식을 붙이면 시골에서 결혼하는 가정에는 예물로 손색이 없을 정도로 귀중품이었습니다. 한창때에는 여기저기서 부르는 곳이 많아 거의 집에 들어오지 못했던 해도 있었을 만큼 실력이 출중하셨다지요.

하지만 기구한 운명의 장난인지 재혼한 어머니마저 녹내장 등 각종 병으로 고생하다가 먼저 떠나셨고, 아버지 당신마저 몸이 안 좋아지니 목공 일도 못 하게 되고 그만 병이 들고 말았습니다. 약간의 치매 증세도 보이고 몸 곳곳에 욕창까지 생겨 몇 년을 고생하시다가 끝내 먼저 가신 두 분 곁으로 떠나고 말았습니다. 모든 것이 부족하기만 했던 삶 모두 훌훌 버리고 떠나갔는데 아직도 옆에 계시는 듯 지나간 세월이 아쉽기만 합니다.

뜨락에 내려앉는 짙은 대추꽃 향기 따라 아버지 떠나 보낸 6월도 멀지 않았지만 지금도 여전히 아버지는 손끝 야무진 솜씨로 하늘에서도 소반과 반닫이 장롱을 만들고 계시겠지요.

아버지, 이제는 그 일 그만하시고 못다 했던 삶 두 어머니와 함께 누리며 하늘나라에서도 행복하게 지내시기 바랍니다.

둘째 아들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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