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 80% "민법 상 징계권 삭제로 '체벌 금지'? 몰랐다"

CBS노컷뉴스 이은지 기자 2021. 4. 19.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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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에 대한 부모의 체벌을 정당화하는 법적 근거였던 민법 상 징계권이 삭제된 사실을 대다수 아동은 여전히 모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9일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은 민법 상 징계권 조항을 삭제한 지 100일을 맞아 지난 1~8일 초등학생 4학년부터 고등학교 2학년까지 학령기 자녀들과 학부모 600명(300가구)을 설문조사한 결과를 발표했다.

부모의 과반 이상(67.3%)은 '체벌 금지' 시행이 자녀 훈육방식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답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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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우산어린이재단, 초중고 학생·학부모 600명 조사
기존 징계권도 대다수 '모른다'..부모 33% "금지 인식"
부모 67% "변화 있을 것"..자녀들 기대치는 30% 그쳐
그래픽=고경민 기자
자녀에 대한 부모의 체벌을 정당화하는 법적 근거였던 민법 상 징계권이 삭제된 사실을 대다수 아동은 여전히 모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 초 정부는 해당조항이 아동학대 범죄를 옹호하는 빌미가 될 수 있다고 판단하고 법안을 개정했다.

19일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은 민법 상 징계권 조항을 삭제한 지 100일을 맞아 지난 1~8일 초등학생 4학년부터 고등학교 2학년까지 학령기 자녀들과 학부모 600명(300가구)을 설문조사한 결과를 발표했다.

앞서 친권자가 아동의 보호나 교양을 위해 '필요한 징계'를 할 수 있다고 규정한 민법 915조의 징계권 조항을 삭제한 개정안은 지난 1월 8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해당 조항은 지난 1958년 민법 제정 이후 62년 동안 유지돼왔다.

조사 결과, 자녀들과 학부모들은 기존 징계권의 존재조차 잘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부모 82.7%는 국내 민법에 자녀에 대한 징계권이 표기돼있던 사실을 몰랐다고 답변했다. 자녀들 역시 87.7%가 해당 조항에 대해 모르고 있었다.

법 개정에 따라, 향후 체벌이 금지된 점에 대해서는 부모들의 인지도가 약간 더 높았다.

조사에 응한 부모 3분의 1(33.3%)은 자식에 대한 체벌이 어려워졌다는 걸 '알고 있다'고 응답했다. 반면 자녀들은 80%가 '알지 못했다'고 답했고, 20%만이 인지하고 있었다.

징계권 삭제가 실질적으로 미칠 영향에 대한 의견도 다소 엇갈렸다.

부모의 과반 이상(67.3%)은 '체벌 금지' 시행이 자녀 훈육방식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답변했다. 영향이 별로 없거나 '전혀 없을 것'이라고 내다본 부모는 12.7%에 그쳤다.

이에 반해 자녀들은 실제 집이나 학교에서 '사랑의 매'가 사라질 것이라는 기대가 적었다. 응답자 30.3%만이 앞으로 체벌이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교육상 체벌의 필요성을 바라보는 온도 차도 나타났다.

부모들은 60.7%가 자녀의 체벌이 '필요하다'고 응답했지만, 자녀들은 32.7%만이 '내가 잘못이 있다면 부모(보호자)가 체벌을 해도 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체벌이 훈육에 일부 '효과가 있다'는 관점 역시 부모들의 동의율(40.92점)이 자녀(33.42점)보다 다소 높게 집계됐다.

연합뉴스
부모들은 절반 이상(63.3%) 직접 신체를 때리는 행위가 아닌 처벌은 훈육으로 허용될 수 있다고 봤다. 자녀들은 48%만이 이같은 체벌이 교육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봤다.

다만, '행동 교정이나 교육을 위한 체벌'에 대해서는 자녀들의 46%가 받아들일 수 있다는 입장을 나타낸 것으로 파악됐다. 부모들은 같은 문항에 대해 62%가 '필요하다'고 답변했다.

부모들의 59%는 어린 시절 본인이 경험한 대로 자녀를 체벌한 적이 있다고 응답해 체벌 방식도 '대물림'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많이 사용된 훈육방식은 '잔소리'(67.7%)였고 △디지털 기기 사용금지(10%) △벌 세우기·용돈 끊기(4.7%) 순이었다. '회초리로 손이나 발을 때리기', '손으로 등이나 엉덩이 때리기' 등은 3% 남짓으로 집계됐다.

현재 학령기 자녀들을 양육하고 있는 부모들은 어린 시절 '잔소리'(39.3%), '회초리로 손이나 발 때리기'(22.7%), '벌 세우기'(13.3%) 순의 체벌을 당한 것으로 파악됐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은 "63년 만에 징계권 조항 삭제를 이뤄냈지만, 아직도 대중의 인식은 과거에 머물러 있다"며 "아동은 어떠한 환경에서도 폭력으로부터 보호받아야 할 권리주체임을 사회에 알리고 아이들이 안전한 환경에서 행복한 어른으로 자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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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이은지 기자] leunj@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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