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축브리핑] 유럽축구 핵폭풍 '슈퍼리그'.. 열려는 이유와 막으려는 이유①

안영준 기자 2021. 4. 19.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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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러피언 슈퍼리그(ESL)이 출범했다. © AFP=뉴스1

(서울=뉴스1) 안영준 기자 = 유럽 축구 판도 전체를 뒤흔들고도 남을 큰 지각 변동이 일어났다. 유럽 명문 클럽들이 힘을 합쳐 유러피언 슈퍼리그(ESL)를 창설했다. 각 나라별로 진행하는 현재의 리그 시스템을 완전히 엎었다. 강호들끼리 모여 겨루는 새로운 리그와 새로운 무대다.

플로렌티노 페레즈 레알 마드리드(스페인) 회장을 초대 회장으로 선임한 ESL은 19일(한국시간) 맨체스터 시티,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리버풀, 첼시, 아스널, 토트넘(이상 잉글랜드), 레알 마드리드, 바르셀로나,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이상 스페인), 유벤투스, AC밀란, 인터 밀란(이상 이탈리아)의 참가를 발표하고 2021-22시즌부터 막을 올리겠다고 공식 발표했다.

아직 참가팀 명단에 이름을 올리지 않은 바이에른 뮌헨, 보루시아 도르트문트(이상 독일), 파리 생제르맹(프랑스)도 참가 가능성이 매우 높다.

ESL은 총 15개의 빅클럽을 확정해 리그 출전 팀으로 고정시키고, 5개 팀은 매 시즌 성적에 따라 추가하겠다는 구상을 갖고 있다.

놀라운 일이다. 흔히 유럽의 강팀과 명문팀을 떠올릴 때 손에 꼽히는 주요 팀들의 이름이 대부분 들어가 있다. 슈퍼리그의 발표대로 이 팀들이 현재 소속된 리그를 떠나 새로운 리그를 꾸린다면, 우리가 알던 유럽 축구와는 완전히 다른 세상이 열릴 공산이 크다.

변수는 있다. ESL은 오는 여름 당장 '다른 세상'의 도래를 꿈꾸고 있지만, 당연히 슈퍼리그 참가 팀들이 속한 각국 리그, 국제축구연맹(FIFA), 유럽축구연맹(UEFA)은 "이런 세상이 올 수는 없다"며 강력하게 저항하고 있다.

UCL에서나 만나던 바르셀로나와 리버풀이 한 리그에서 다툰다.© AFP=뉴스1

◇ 왜 슈퍼리그를 출범하나

페레즈 ESL 회장은 영국 매체 BBC 스포츠와의 인터뷰에서 "유럽의 빅클럽들은 보다 좋은 축구를 보고 싶어하는 팬들의 열망을 충족시켜야 할 책임이 있다"는 말로 슈퍼리그의 출범 이유와 취지를 대신했다.

이번 여름부터 당장 막을 올리겠다는 ESL의 발표는 당혹스러운 면이 있지만, 사실 유럽 축구계에서 빅클럽들이 '그들만의 리그'를 만들겠다는 움직임은 예전부터 있었다.

가장 큰 이유는 다름 아닌 '돈'이다. 빅클럽들은 중계권료 배분과 분담금 지원 등을 명목으로 소규모 클럽들에게 매 시즌 많은 돈을 지불하고 있다. 빅클럽들의 독주를 막기 위한 FFP룰(재정적 페어플레이 규정)이 도입돼 마음대로 투자를 늘릴 수도 없다.

빅클럽과 그렇지 않은 팀의 수익 구조가 월등히 차이나는 현실 속에서, 현재의 시스템은 빅클럽들에게 불만 요소가 생길 수 있었다.

빅클럽들은 현재 구조에서 능력에 비해 충분한 돈을 벌지 못하고 있어 불만이 크다. © AFP=뉴스1

아르센 벵거 전 아스널 감독은 지난 2018년 이미 "머지않아 빅클럽들만의 리그가 생길 것"이라며 "빅클럽들은 자신들의 힘만으로 충분히 벌 수 있는 돈을 더는 나누려하지 않을 것이고, 팬들 역시 점점 더 최고 수준의 경기만을 원할 것이기 때문"이라고 예언했던 바 있다.

결국 빅클럽들은 각 리그에 소속돼 하부리그 클럽과 공생했던 시간을 끝내고, 시쳇말로 '잘 나가는' 팀들끼리 모여 마음껏 돈을 쓰고 돈을 벌 수 있는 무대를 꿈꿨다.

그러기 위해서는 FIFA와 UEFA가 주도하는 현재의 시스템에 맞서 밀리지 않을 새로운 장치가 필요했고, 결국 힘을 합쳐 ESL을 창설한 것이다.

UEFA 챔피언스리그(UCL) 토너먼트 수준의 단계까지 진행되어야 볼 수 있었던 팀들이 하나의 리그에 뭉친다하니 '돈'은 걱정할 필요가 없어졌다. 미국 최대 규모의 금융그룹인 JP 모건 체이스가 60억달러(약 6조7104억원)를 투자한다고 밝혔다.

지금까지는, FIFA 월드컵과 UCL과 같은 지구촌 최대 축구 축제를 등진다는 건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러나 ESL 참가 팀들은 새로운 이벤트에 나설 선수들의 면면이 두 대회를 능가할 최고의 축구 축제를 만들기에 충분하리라 자신하고 있다.

평소 으르렁거리던 유럽 빅클럽들이 한마음으로 뭉쳐 ESL 출범을 이끌어낸 이유다.

②에 계속

tre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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