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스가, '론·야스' 시대 능가하는 밀월 구가하나

김태훈 2021. 4. 19.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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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론'이요."

미·일 양국에선 바이든 대통령과 스가 총리가 '론·야스 시대'를 능가하는 미·일 간 밀착을 만들어낼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그러면서 코로나19 위기 속에 개최 여부가 불분명한 도쿄올림픽에 대한 바이든 대통령의 지지, 중국과 영유권 분쟁을 겪는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방위를 위한 미국의 기여 확약 등을 스가 총리가 얻은 성과로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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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가 16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마치고 공동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뉴시스
“나는 ‘론’이요.”

“나는 ‘야스’요.”

2019년 타계한 나카소네 야스히로 전 일본 총리(1982∼1987년 재임)의 회고록에 나오는 대화 내용 일부다. 미국 워싱턴 백악관을 방문한 나카소네가 로널드 레이건 당시 미국 대통령과 처음 만났을 때 레이건은 이름의 앞 글자를 따 ‘론’이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이에 나카소네 역시 이름 앞 글자를 딴 ‘야스’라고 화답하며 두 정상은 금세 친해질 수 있었다고 한다.

19일 외신에 따르면 지난 16일(현지시간) 미·일 정상회담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를 ‘요시’, 스가 총리는 바이든 대통령을 ‘조’라고 각각 부르며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했다고 한다. 스가 총리는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 후 처음 대면 정상회담을 가진 파트너다.

구체적으로 바이든 대통령은 “요시와 나는 점심을 같이 하고 차를 마시며 개인적인 시간을 가졌다”고 말했다. 스가 총리 역시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 실현을 위한 미·일 간 협력’을 거론하면서 바이든 대통령을 ‘조’라고 불렀다. 스가 총리는 쿼드 4개국(미·일·호주·인도) 화상 정상회의 때에도 바이든 대통령에게 인사하며 “헤이, 조”라고 말한 바 있다.

국내외 언론은 이 점을 거론하며 요즘 미·일의 심상찮은 밀월이 이른바 ‘론·야스 시대’로 불리는 1980년대를 연상시킨다고 분석했다. 당시 레이건과 나카소네의 찰떡 공조는 제2차 세계대전 후 미·일 관계가 가장 긴밀했던 시기라는 평가를 낳았다.
1983년 11월 일본 도쿄에서 열린 미·일 정상회담 당시 로널드 레이건 미국 대통령(왼쪽)이 나카소네 야스히로 일본 총리와 악수하며 활짝 웃는 모습. 연합뉴스
바이든 대통령과 스가 총리 두 사람의 전임자들도 끈끈한 우정을 과시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그리고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가 주인공이다. 2017년 2월 미국을 찾은 아베를 트럼프는 극진하게 환대했다. 미국 대통령 전용기 에어포스원에 아베를 태워 자신의 별장으로 초대했다. 골프 27홀을 7시간 동안 함께 돌기도 했다. 트럼프는 아베를 ‘신조’, 아베도 트럼프를 ‘도널드’라고 각각 이름을 불렀다.

미·일 양국에선 바이든 대통령과 스가 총리가 ‘론·야스 시대’를 능가하는 미·일 간 밀착을 만들어낼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양국 언론은 “외교 수완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아온 스가 총리가 이번 회담을 통해 바이든 대통령과 개인적으로 가까워졌다는 평가를 받으려 노력한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코로나19 위기 속에 개최 여부가 불분명한 도쿄올림픽에 대한 바이든 대통령의 지지, 중국과 영유권 분쟁을 겪는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방위를 위한 미국의 기여 확약 등을 스가 총리가 얻은 성과로 꼽았다. 스가 총리는 방미 기간 글로벌 화이자 최고경영자(CEO)와의 통화에서 코로나19 백신을 다량 확보하는 개가도 올렸는데, 그 바탕에는 역시 바이든 대통령의 협조가 있었다는 게 정설로 통한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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