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고난 사냥개? "원래 그런" 진돗개는 없다

김지숙 2021. 4. 19. 10:36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보통의 개 진도, 다르지 않아요][애니멀피플] 보통의 개 진도, 다르지 않아요
3회 이찬종·설채현이 답한 '진돗개 탐구영역'
설채현 원장이 출연 중인 프로그램 ‘달려라 댕댕이’에서 진돗개의 기질에 대해 설명하는 장면. 엠비시에브리원 제공

1회 바로가기⇒보호가 낳은 학대 ‘진도개보호법’의 모순
2회 바로가기⇒특별한 진돗개와 ‘조금 평범하게’ 사는 법

도시의 진돗개들은 어디서 왔을까. 애니멀피플이 ‘보통의 개 진도’ 시리즈 취재를 통해 만난 진돗개들은 모두 일종의 ‘구조된 개’이었다. 태산이, 수호는 중성화가 안된 시골 개가 출산한 새끼들이다. 진솔이는 건강원에서 묶어 키우던 개였고, 마리는 동네 노인이 상자에 가지고 나와 팔던 개였다. 제시카, 페퍼는 유기동물 보호소에서 입양한 강아지였다.

진돗개들이 좀 더 애틋하게 여겨지는 사연이다. 한때 열악한 환경에 방치됐거나, 버려진 기억이 있는 개들과 가족이 되려면 어떤 준비가 필요할까. 또 어미와 일찍 떨어진 아기 진돗개들에게는 어떤 교육이 필요할까.

진돗개 보호자들이 반려 초반 느꼈던 어려움을 바탕으로, 우리가 진돗개에 대해 알아야 할 반려상식을 전문가에게 물었다. ‘동물농장 훈련사’로 유명한 이찬종 이삭애견훈련소 소장과 수의사 겸 트레이너인 설채현 놀로 동물행동클리닉 원장을 만나 조언을 구했다.

실외배변 습성, 어떻게 고칠까?

진돗개를 처음 키우는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토로하는 어려움이 몇 가지 있다. 대소변을 밖에서 보는 실외배변을 선호하고, 낯선 개나 사람에 대한 사회화가 꾸준히 필요하다는 것, 스킨십이나 물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점 등이다. 특히 밖에서만 볼 일을 보는 습관은 개나 반려인 모두에게 힘든 점으로 꼽힌다. 하루에 최소 3~4번 이상 산책이 필요한 까닭에 재택 업무가 가능한 일로 직업을 바꾼 보호자도 있다.

실외배변을 하는 태산이는 배변을 위해 하루 3~4회씩 외출을 하고 있다. 박시연씨 제공

-왜 진돗개들은 실외 배변을 좋아하나요.

이찬종 (이하 이) “진돗개를 이해하려면 개의 기원으로 올라가야 해요. 진돗개는 오랜 세월 집 지키는 경비견이었어요. 대부분 영역 주장이 강해요. 사냥 능력이 좋고, 물을 싫어하고, 특히 주변을 청결히 하는 습관이 있어요. 특성들을 종합하면 늑대과의 야생성이 남아 있다고 볼 수 있죠. 그런 습성이 남아 자기 영역에서는 배변을 안 하려고 해요.”

-그럼 계속 밖에서 일 보도록 둬야 하나요.

“우리나라 환경을 고려하면 실내 배변 훈련을 해줘야죠. 대부분이 공동주택이고 사계절이 있잖아요. 눈 오고, 비 오고, 춥고, 덥기 때문에 실외 배변에 장벽이 많아요. 강아지는 기본적으로 신호가 왔을 때 일을 보는 게 정상이예요. 근데 실외 배변 개들은 참는 게 습관이 돼 있어요.”

-그래도 진돗개들은 실내에서는 하루고 이틀이고 배변을 참는다던데요.

“하루, 이틀 못 참아요. 그 전에 보호자들이 마음이 약해져서 나가죠. 어려워도 딱 마음 먹고 버릇을 고쳐야 해요. 힘들게 놀아줘서 물을 많이 마시게 한다던가 물 그릇을 여러 개 놔서 자주 마시게 해서 배변을 유도해줘야죠. 불쌍해서 못 본다고 하는데, 몇 년에 걸쳐 참고 사는 게 더 불쌍한 거예요. 또 배변하러 나가서 잘못된 산책을 하면 사냥 본능만 키울 수 있어요.”

4월1일 경기 화성시 이삭애견훈련소에서 이찬종 소장이 진돗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잘못된 산책이요?

“산책도 개들의 성향에 따라 방식을 달리 해줘야 해요. 우리 개의 사냥 본능을 키울 것인가 제어해줄 것인가. 강아지들이 후각이 발달해서 냄새를 잘 맡는 걸까요, 아니면 사냥을 하기 위해 후각이 발달한 걸까요. 전후를 잘 생각해 봐야 해요.
우리 개가 공격성이 있는데 계속 냄새를 맡게 하고, 여기 저기 마킹(영역 표시)을 하게 되면 공격 성향을 키울 수 있어요. 진돗개 중에서도 본능이 강한 아이들은 실내배변 훈련과 함께 대소변 외출, 활동량을 채울 산책을 분리해서 해줘야 해요.”

진돗개는 타고난 사냥개?

그렇다면 아직 야생성이 남아 있다고 평가되는 진돗개 견종들은 모두 사냥 본능이 강할까. 이찬종 소장은 “어디까지나 개의 성향에 따라 다르다”고 답했다. 설채현 원장 또한 “개의 기질과 성격을 파악할 줄 알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진돗개는 정말 다른 견종보다 공격적인가요?

설채현(이하 설) “사냥 본능이 공격성으로 나타날 수 있죠. 근데 그게 진돗개만 있느냐. 말티즈, 비숑, 골든리트리버 다 있어요. 사람들은 개들을 거의 기계라고 생각하고, 견종을 공식으로 받아들여요. 유전자에 따라 기질이 나타나고, 보호자의 교육에 따라 성격이 형성되는 건데 ‘이 견종은 이럴 거야’라고 단정 지어요. 확률적으로 진돗개는 사냥 본능이 더 강할 가능성이 있어요. 그런데 모든 진돗개가 그러느냐, 그건 또 아니예요.”

진돗개 반려인들은 공통적으로 진돗개가 실외배변을 선호하고, 물을 좋아하지 않는 특성을 보인다고 말했다. 전진리씨 제공

-개물림 사고에 진돗개가 자주 등장하는 것 같은데요.

“이게 바로 미디어의 문제예요. 아직까지 통계적으로 진돗개가 다른 견종에 비해 개물림 사고가 독보적으로 높다는 통계가 없어요. 그럼 행동학적으로 더 많은 문제를 보이느냐. 이것도 아무런 통계가 없어요. 하도 방송에서 진돗개의 공격적인 모습만 나오니까 그렇게 생각되는 거죠. 저희 병원에는 ‘천사견’이라는 리트리버도 공격성 문제 행동으로 진료를 와요.”

-그럼 입마개는 안 해도 괜찮을까요.

“그건 보호자가 우리 개의 성향을 잘 파악해야 합니다. 조금이라도 공격 성향을 보인다거나, 걱정되는 부분이 있다고 한다면 당연히 착용해야죠. 그런데 정말 순하고 입마개가 없어도 99% 핸들링이 가능하다고 하면 안 해도 되겠죠.”

-진돗개는 ‘왜 입마개 안 했냐’는 소리를 많이 듣는다고 해요.

“그건 어떤 분한테 ‘너는 키가 180이 넘고, 주먹도 좀 세 보이는데 맞으면 아플 것 같으니까 수갑 차고 다녀’라고 하는 것과 같죠. 입마개 착용은 보호자가 결정할 문제예요. 그래도 저는 입마개 훈련은 어려서부터 시켜야 한다고 강조해요. 우리가 이 훈련을 하면 꼭 공격성 때문이 아니더라도 병원 진료 볼 때나 특정 상황에서 유용할 때가 있어요.”

4월1일 이삭애견훈련소에서 한 반려견의 훈련을 돕고 있는 이찬종 소장. 이 소장은 “사냥 본능이 강한 진돗개들은 어려서부터 사회화와 예의범절 교육을 꾸준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설채현 원장은 반려인과 비반려인 모두 입마개에 대해 긍정적 시선을 갖출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설 원장은 “입마개가 나쁜 게 아니다. 무조건 해야 한다는 말도 반대하지만, 우리가 평생 반려견과 행복하려면 잘 활용할 수 있는 도구다. 그래서 법적 의무사항이 아니더라도 입마개 한 보호자를 만나면 칭찬한다”고 덧붙였다.

아기 진돗개를 반려하게 된다면…

TV 방송과 훈련소 운영을 통해 많은 진돗개를 만나본 이찬종 소장은 다행히 진돗개의 경우 공격 성향의 경계선이 명확한 편이라고 말했다. 이 소장은 “진도는 입질할 수 있는 개와 순한 개들이 명확히 구분돼요. 그러니까 우리 개가 공격 성향이 있다면 이미 보호자가 파악하고 있는 경우가 많았다”고 전했다.

-공격 성향을 이미 알고 있다면 사고는 왜 나는 거죠?

“사고는 말 그대로 사고에요. 순간의 실수일 수도 있고, 안일하게 평가했던 걸 수도 있죠. 그런데 진도는 어렸을 때와 1살 이후에 성격이 좀 달라질 수 있어요. 우리가 사람도 사춘기를 겪는다고 하잖아요. 진도도 1살이 넘으면 사냥 본능이 높아지고, 개들끼리 서열 의식이 생겨요. 우리 개가 1살 이전에 잘 지냈다고 하더라도, 15~16개월이 넘어가면 성향을 다시 파악해줘야 해요.”

-그럼 어린 시절엔 무슨 훈련을 해야 할까요.

“진도의 야생 본능을 꾸준히 사회화 시켜줘야 합니다. 물을 싫어하고, 한 사람만 따르고, 영역 주장이 강하고, 접촉을 싫어해요. 그 기질을 제어할 수 있게 해주는 거예요. 어려서부터 발 닦기, 주사 맞기, 물에 닿기 연습을 하고, 다른 영역에 많이 가보고 많은 사람을 만나봐야 해요. 그리고 진돗개는 원래 토끼, 쥐 같은 동물을 사냥하던 개예요. 작은 동물에 대한 공격 본능이 있을 수 있으니 어렸을 때부터 작은 강아지 친구를 만들어줘야죠.”

3월20일 경기도 파주시 카라 더봄센터에서 열린 ‘온앤오프 입양파티’에 나온 아기 진돗개들.

설채현 원장도 아기 진돗개를 키울 때 가장 중요한 교육으로 꼽은 것이 ‘초기 사회화’였다. 설 원장은 “무조건 나가야 한다. 나가서 100명의 사람을 만나라”고 강조했다.

-사회화라는 게 정확히 뭐예요. 왜 중요한 가요.

“개들이 어렸을 때 받는 자극에 대해 긍정적 기억을 심어주는 거예요. 개들은 생후 5개월 이전에 자신이 아는 모든 걸 결정해요. 그러니까 어렸을 때 무조건 나가라는 거예요. 접종 때문에 못 나간다고 하는데, 5차 때까지 기다리지 말고 나가세요. 전염병에 걸려 죽을 확률보다 문제 행동을 보여서 버려지고 안락사 당할 확률이 더 높아요.”

-진돗개라서 더 신경 쓸 것도 있나요.

“저는 진돗개를 ‘보수적인 강아지’라고 설명해요. 불과 30~40년 전까지만 해도 진돗개들은 집을 지키는 개였어요. 모르는 사람 오면 짖고, 알려야 했죠. 그런 성향의 유전자만 남아서 번식을 해온 거예요. 내가 아는 것 이외에는 무섭고 싫어요. 이런 고집이 좀 센 거죠. 그 성향이 가장 크게 바뀔 수 있는 시기가 바로 5개월 이전 사회화 시기입니다.”

“유기견은 백지에 새 그림을 그리는 것”

그러나 앞서 살펴봤듯 도시에서 살고 있는 많은 진돗개들이 유기견이었거나 어린 시절 대인 사회화가 어려운 여건이었다. 안 그래도 유기견은 문제 행동이 있을 것 같다거나, 건강이 좋지 못할 거라는 선입견에 입양이 어렵다. 성견 진돗개라도 반려견으로서 잘 지낼 수 있을까.

설채현 놀로 동물행동클리닉 원장은 개의 기질을 분류한 견종을 기계적으로 받아들여서는 안된다고 조언했다.

-유기견 진돗개들도 반려견으로 잘 지낼 수 있을까요.

“당연하죠. 입양해서 충분히 교육을 잘 시켜주면 잘 따라와요. 애초에 개들에게 문제 행동이 왜 나타날까요. 바로 잘못된 보호자의 양육과 환경 때문이예요. 유기견들은 이런 게 보호소 생활을 하면서 백지로 돌아가요. 행동 교정에서 가장 강조되는 것 중 하나가 환경을 바꾸는 겁니다. 이미 얘네들은 환경이 한번 바뀌었죠. 오히려 유기견 아이들에게는 성향을 다듬을 한 번의 기회가 더 생긴 셈이에요. 잘못된 습관이 굳어진 개들보다 얘네들을 이해시키기가 더 쉬워요.”

-전원 주택이 아닌데 진돗개를 입양해도 좋을지 고민 된다는 분들도 있어요.

“개에게 좋은 주거 환경이란 게 뭘까요. 개는 수 만년 전에 이미 자연을 버리고 사람을 택했어요. 인간한테 먹이를 얻고 품에 안기며 의지하도록 진화해왔어요. 개가 ‘우리 주인이 200평에서 살아서 행복해, 원룸 살아서 불행해’ 할까요? 개는 자기가 자는 공간 사방 1미터와 보호자만 있으면 만족해요. 보호자와 얼마나 교감하고 소통하느냐가 더 중요한 거죠. 강아지 행복의 기준을 거주 환경에 두는 건 인간의 생각이에요. 당신과 함께 라면 셋방살이도 따라간다. 이런 게 흔히 말하는 반려견의 사랑이죠.”(웃음)

개들도 모두 ‘견바이견’

진돗개는 과연 어떤 개일까. 충성심이 있고 영리하고 날쌔고 용맹한 개일까. 배타적이고 예민하고 사납고 공격적일까. 이 특성들은 사람들이 진돗개의 장점이라며 좋아하는 이유인 동시에 진돗개를 멀리하고 배척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설채현 수의사는 입마개 훈련을 해두면 꼭 공격성 때문이 아니라, 병원 진료나 특정 상황에서 유용하게 쓰일 수 있다고 말했다. 사진은 콘텐츠 기획자 장명진씨와 9살 반려견 징키. 사진 오보이 제공

“진돗개 바로 알기요? 진돗개가 어떻다고 이야기 하는 것 자체가 지나친 일반화예요. ‘바로 알기’ 이것부터가 편견이죠.“(설채현) “다들 개는 이래야 한다는 생각이 확고해요. 그러니 사람 기준에 개를 맞추려고 하죠. 같은 진돗개라도 다 달라요. 성향을 보고 기준을 세워줘야죠.”(이찬종)

두 전문가가 진돗개에 대한 인터뷰 내내 가장 많이 강조한 말은 개를 견종으로 구분짓지 말고, ‘견성’을 파악하라는 조언이었다. 각기 다른 개들을 행복하게 반려할 묘수는 다름 아닌 보호자에게 있다는 뜻이다.

김지숙 기자 suoop@hani.co.kr

Copyright © 한겨레신문사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