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철환의 음악동네>할 수 있는 게 없어 연습만 했다는 '軍통령'.. 역주행 자격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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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속도로에서 역주행은 대형사고지만 음악동네에서 역주행은 대박사건이다.
'자꾸 초라해지잖아 내 모습이/ 그대여 내게 말해줘 사랑한다고'('롤린' 중). 20대 초반의 대책 없는 외로움이 그리움으로 변할 때 음악과 춤은 즐거운 대안이 되기도 한다.
"할 수 있는 일이 없어서 그냥 연습만 계속했죠." 할 수 있는 일이 없어서 한숨만 쉰 게 아니라 연습을 했다는 게 핵심이다.
강수지가 예능 프로에 나올 때 이름 때문에 '수지 큐'를 배경음악으로 썼던 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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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레이브걸스 ‘롤린’
고속도로에서 역주행은 대형사고지만 음악동네에서 역주행은 대박사건이다. ‘널 보면 눈이 부셔/ 심장만 쿵쾅쿵쾅 뛰고’(B.A.P ‘대박사건’ 중). 철길에서 역주행이 벌어졌는데 기차 이름은 ‘위문열차’다. 1961년부터 달렸으니 무궁화호(1960)랑 출생연도가 엇비슷하다. 브레이브걸스의 ‘롤린’은 2017년에 나온 노래인데 현재 ‘밀보드(밀리터리 빌보드) 차트’ 1위다. ‘군대생활관에서 인수인계가 이루어진 곡’이라서 국민가요가 아닌 ‘군민가요’로 불린다.
1970∼1980년대 군대 영상은 ‘배달의 기수’가 주류였다. 국방TV 개국 후엔 병사들의 떼창, 군무영상들도 눈에 띈다. ‘자꾸 초라해지잖아 내 모습이/ 그대여 내게 말해줘 사랑한다고’(‘롤린’ 중). 20대 초반의 대책 없는 외로움이 그리움으로 변할 때 음악과 춤은 즐거운 대안이 되기도 한다. 국방부 시계를 바라보며 그들은 합창한다. ‘기다리고 있잖아/ Babe Just only you’(‘롤린’ 중).
댓글도 뜨겁다. ‘의자 춤과 가오리 춤은 반드시 외워야 할 동작’ ‘전쟁 때 이 노래 틀면 이김’. 명량대첩 아닌 ‘명랑대첩’이 시대변화를 실감케 한다. 평균연령 28.5세인 브레이브걸스 멤버들(민영, 유정, 은지, 유나)의 청춘고백까지 더해지니 감동백배다. “할 수 있는 일이 없어서 그냥 연습만 계속했죠.” 할 수 있는 일이 없어서 한숨만 쉰 게 아니라 연습을 했다는 게 핵심이다. 회의실에 오래 머물면 회의에 푹 빠지지만 연습실에서 오래 땀 흘리면 가끔은 ‘별의 순간’을 만나기도 한다. 1위에 오른 순간 브레이브걸스는 보은의 소감을 이렇게 남겼다. “팬 여러분, 국군 장병 여러분, 예비역, 민방위 여러분까지 너무너무 감사합니다.” 4년간 군 위문공연만 60차례 넘게 다녀온 결실이니 감회가 남다를 것이다.
대통령은 임기가 있지만 군통령은 임기가 없다. 인기가 있으면 임기가 연장된다. 취임식, 이임식도 따로 없고 굳이 한 명일 이유도 없다. 내가 ‘우정의 무대’를 연출하던 1990년대 초반의 군통령은 김완선과 강수지였다. 부대 섭외요청 1, 2순위에 항상 그 이름들이 있었다. 리즈 시절 무대에서 둘이 마주치면 긴장감마저 흘렀는데 시간이 한참 지난 후 ‘불타는 청춘’(SBS)에 함께 출연한 그들은 다정한 자매처럼 보였다. 그 프로에선 인기 순서가 아니라 나이 순서로 서열이 정리된다. 잘나가던 청춘스타들이 생활인이 돼 사이좋게 어울리는 모습을 보니 프로그램 제목이 ‘불꺼진 청춘’이 아닌 이유를 알 것도 같다. 등잔불 아래서 사랑은 더욱 깊어가기 마련이다.
강수지가 예능 프로에 나올 때 이름 때문에 ‘수지 큐’를 배경음악으로 썼던 적이 있다. 1980년대에 코미디언 이주일 씨가 익살스러운 춤을 추며 등장하던 그 노래다. 사실 이 노래는 군 위문공연과 관련이 있다. 프랜시스 포드 코폴라 감독의 전쟁영화 ‘지옥의 묵시록’(1979)엔 이 노래에 맞춰 댄서들과 군인들이 춤추는 장면이 제법 길게 나온다. 이준익 감독의 영화 ‘님은 먼 곳에’(2008)에서 수애(순이 역)가 베트남전쟁 위문공연 가수로 부른 노래 역시 ‘수지 큐’였다.
1957년 데일 호킨스가 발표한 ‘수지 큐’는 미국의 4인조 록밴드 CCR(크리던스 클리어워터 리바이벌)이 데뷔(1968) 음반에 실어 히트시켰다. 그들의 노래 중에 ‘롤린’(Rollin’)이 반복적으로 나오는 노래가 ‘프라우드 메리’(1969)다. 원래 유람선 이름인데 한국에선 조영남이 ‘물레방아 인생’으로 번안해 불렀다. 베토벤의 ‘운명’에서 영감을 얻어 만들었다고 알려진 이 노래에서 운명은 바퀴처럼 묘사된다. ‘커다란 바퀴는 쉬지 않고 돌아간다’(Big wheel keep on turning). ‘우정의 무대’에서 ‘그리운 어머니’를 연주하던 작은별악단 녹음실엔 ‘예술성보다 인간성’ 8글자가 담긴 액자가 있었다. 위문열차든 유람선이든 오래 즐기려면 품음 직한 글귀 아닐까.
작가·프로듀서·노래채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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