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산할 때 마스크 좀 써주셨으면".. 불안감 호소하는 도로 위 근로자들

"손님과 대화할 때 귀만 잠깐 갖다 대고 되도록 떨어져 있으려고 한다."

서울 동작구의 한 주유소에서 만난 직원 김모(64)씨는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확진자가 늘고 있는 데도, 마스크를 안 쓴 손님들이 너무 많아 혹시라도 감염되지 않을까 불안하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지난 15일 오전 이 주유소 이용 고객의 마스크 착용 여부를 확인한 결과, 10명 중 6명 정도는 마스크를 쓰고 있지 않았다. 김씨는 "손님에게 마스크를 쓰라고 하기도 곤란하지 않겠냐"면서 "우리(직원)가 더 조심하는 수밖에 없다"고 했다.

주유소. 위 사진은 기사와 무관함.

지난 12일부터 실내 마스크 착용이 의무화된 가운데 개인 차량 이용 고객을 대면하는 업종에서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 ‘운송 수단’과 ‘개인 공간’이라는 특성이 혼재돼 있어 차량 안에서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는 고객이 많은 탓이다.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는 지난 9일 ‘마스크 착용 의무화 조치’를 발표했다. 방대본에 따르면 12일부터 모든 실내에서 마스크를 상시 착용해야 한다. 이전까지는 거리두기 단계에 따라 일부 시설에만 적용되던 실내 마스크 의무 착용 조치가 모든 시설로 확대된 것이다.

방역당국이 정의한 ‘실내’는 버스·택시·기차·선박·항공기, 기타 차량 등 운송수단, 건축물 및 사방이 구획되어 외부와 분리된 모든 구조물을 포함한 개념이다. 다만 집, 개인 사무실 등 혼자 있거나 가족 등 동거인과 있는 경우는 예외로 인정했다.

개인 차량은 ‘외부와 분리되어 있는 모든 구조물’로 실내에 해당하긴 하지만, 동시에 ‘개인적인 공간’이라는 성격이 강하다. 이 때문에 개인 차량 이용 고객 중에는 마스크 착용을 잊거나 써야 할 필요를 느끼지 못하는 이들이 있다.

마스크 착용 의무화 조치.

실제로 지난 13일 오후 방문한 드라이브 스루(Drive-thru) 매장에서도 마스크를 쓰지 않은 고객이 적지 않았다. 서울 영등포구의 한 프랜차이즈 커피 전문점에는 1시간 30분간 20여 대의 차량이 매장 드라이브 스루를 이용했는데, 이 가운데 4명은 미착용 상태로 직원에게 음료를 받았다.

같은 날 패스트푸드 전문점 드라이브 스루 매장에서도 약 1시간 동안 14명 중 3명이 마스크를 쓰지 않았다. 고객이 직원에게 포장된 음식을 건네받느라 차량 밖으로 고개를 내밀면서 직원과의 거리가 1m 내로 가까워지기도 했다.

지난 13일 오후 서울의 한 패스트푸드 전문점 드라이브 스루 주문지점에 ‘마스크를 착용해주세요’라는 안내문이 부착돼있다.

동작구에 위치한 한 대학 주차장에서도 마스크 미착용 비율이 더 높게 나타났다. 주차장 이용객의 약 60%가 마스크를 쓰지 않은 채 직원에게 주차 요금을 결제했다.

마스크 미착용 고객을 대면해야 하는 직원들 중 상당수는 마스크를 쓰지 않는 고객들에 대해 불안감을 느끼고 있었다. 경기 김포시의 한 프랜차이즈 카페에서 7개월간 근무 중인 A씨는 "최근 드라이브 스루 이용이 늘었는데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는 고객이 많을 땐 절반이나 된다"며 "감염될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고객이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고 있더라도 직원과 대면하는 시간이 길지 않은 탓에 별도의 조치를 취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전국에 300여개 드라이브 스루 매장을 운영 중인 스타벅스의 한 관계자는 "주문을 받을 때 고객에게 마스크 착용을 안내하고 있다"고 말했다. 맥도날드 역시 드라이브 스루 주문·수령 지점에 안내문을 부착하는 등 마스크 착용과 관련한 간단한 안내를 하는 정도였다.

전문가들은 대면 서비스 이용 시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는 것은 위험한 행동이라고 말한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코로나 바이러스는 대면 시간이 짧더라도 충분히 감염될 수 있다"면서 "(차량이) 개인적인 공간이라고 해도 창문을 열고 직원과 가까운 거리에서 접촉하는 경우에는 반드시 마스크를 써야 한다"고 했다.

방역당국은 "모든 장소와 상황들을 하나하나 다루기는 어렵다"면서도 "차량은 사적 공간이지만, 사람 간 접촉이 있다면 마스크를 써야 한다. 과태료 부과 예외 장소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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