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번 불러도 안 나오던 이성윤, 돌연 검찰출석.. 왜?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뉴스1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에 대한 출국금지 사건 수사 당시 외압을 행사한 의혹을 받는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당시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이 17일 검찰에 출석해 조사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이 사건을 수사 중인 수원지검 형사3부(이정섭 부장)는 지난 17일 피의자 신분인 이 지검장에 대한 조사를 벌였다. 전국 최대 검찰청을 이끄는 현직 중앙지검장이 후배 검사들에게 소환돼 조사받은 것은 처음이다. 앞서 이 지검장은 수원지검에서 4차례 소환 통보를 받았으나 응하지 않았다.

이 지검장의 뒤늦은 자진 출석을 두고 법조계에서는 “대검과 수원지검이 자신을 불구속 기소키로 결론을 내렸다는 사실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는 등 궁지에 몰리자 기소 시점을 늦추려고 출석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이 지검장 변호인은 입장문을 내고 혐의 일체를 부인했으며 “이번 의혹 전체에 대해 공수처가 수사하고 처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수원지검은 “수사 대상자의 일방적 주장이므로 어떠한 대응도 하지 않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지검장은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으로 재직하던 2019년 6월 수원지검 안양지청이 ‘김학의 불법 출금’과 관련해 대검 과거사진상조사단 소속 이규원 검사를 수사하려 하자 압력을 가해 중단시킨 혐의(직권남용) 등을 받고 있다. 수원지검 수사팀은 이 지검장이 4차례 소환에 불응하자 대면 조사가 어렵다고 판단해 기소 방침을 대검에 보고했으며 대검도 이를 승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 지검장 변호인측이 15일 저녁 수사팀에 '검찰에 출석해 조사를 받겠다'는 의사를 전해왔고, 이에 따라 17일로 조사 날짜가 정해지게 됐다고 검찰 관계자는 전했다.

법조계에선 이 지검장 자진 출석 배경으로 ‘후임 총장 인선’ 문제가 거론되고 있다. 친정부 성향의 이 지검장은 유력한 총장 후보로 꼽혔지만 ‘김학의 사건 관련 기소’는 그를 총장 후보에서 제외할 만한 사안이었다.

검찰 안팎에선 조만간 있을 검찰총장후보추천위원회가 3~4명으로 총장 후보군을 압축하면서 이 지검장을 배제할 것이란 말이 나오고 있다.

solidkjy@fnnews.com 구자윤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