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사업기회 발굴·차별화 '페인포인트'에 답 있다

2021. 4. 19.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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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불만·불편·고통 찾아내고 해결해 새 고객가치 부여
전문가들 "규모의경제 탈피 고객경험·가치 세분화 할 때
빅데이터·AI 활용 페인포인트 추정하고 기업활동 반영"
화장품산업에선 고객의 페인포인트를 반영해 고객층을 마이크로로 쪼갠 '인디뷰티 유통'이 뜨고 있다. 한 화장품 기업의 색조 생산라인. [코스맥스 제공]

기업들이 코로나19 이후 사업방향 정립에 골몰하고 있다. 이전보다 불확실성이 더 가중된 상황에서 현재의 주력만으론 미래를 담보할 수 없다는 절박감이 커진 것이다.

이런 가운데 고객의 불편과 고통을 해결해 새로운 사업기회를 찾는 기업들이 눈길을 끈다. 이른바 ‘페인포인트(pain point)’를 수집한 뒤 이를 해소, 차별화 기회로 활용하고 새로운 고객가치를 창출하고 있는 것이다.

고객불만을 찾아내고 이를 해결해 만족한 소비자를 만드는 것, 나아가 재구매와 충성고객을 유도하는 일련의 과정이 고객만족 활동이라면 페인포인트 해소는 이를 보다 정밀·세분화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페인포인트란 직역하면 동물의 통점. 이를 마케팅론으로 도입하면 고객이 불편해 하는 요소, 보다 정확히는 ‘소비자의 미충족욕구’ 쯤 된다. 이 바탕에는 소비자의 구매행동과 소비행위를 하나의 ‘여행(customer journey)’으로 보고 고객과 밀접하게 공감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이를 통해 보다 정확하고 세밀한, 고객의 충족되지 않은 욕구(needs), 구체적 의도(wants)을 찾아내려는 것이다. 이게 구매력과 합쳐지면 새로운 수요가 탄생하기 때문이다.

고객만족 전문가인 최영락 한국생산성본부 데이터어낼리틱스컨설팅본부장은 “페인포인트와 고객불만은 때론 혼용되나 페인포인트가 더 넓으면서도 세밀한 개념”이라며 “기업들은 페인포인트를 파악해 제품과 서비스에 반영하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여기서 고객가치를 높이고 기업은 차별화를 통해 새로운 상품을 만들거나 사업기회를 잡기도 한다”고 말했다.

페인포인트를 적극 찾아내고 이를 제품에 반영한 경우가 먼지 흡입필터를 손잡이 위로 올린 신형 무선청소기. 무게중심이 높아져 책상이나 침대 밑을 청소하는데 용이하다. 기존 청소기에 대한 고객들의 불만과 불편을 반영한 것이다. 이밖에 공기청정기나 의류관리기도 고객의 니즈가 반영돼 만들어졌다.

고객관여도가 가장 높은 화장품산업의 경우 페인포인트를 읽어내 고객층을 마이크로로 쪼갠 인디뷰티(indi-beauty) 유통이 새로 떠올랐다. 화장품 제조업체들도 이들의 소량 주문을 수용할 수 있는 생산체제를 갖춰가고 있다.

고객접점 최일선에 있는 유통업에선 페인포인트 활용이 두드러진다. 필요 없어진 집안 물품을 인근 동네주민과 거래할 수 있게 하는 당근마켓, 신선식품을 매일 새벽 소비자 문앞에 배달해주는 마켓컬리 등이 그런 예다.

최근엔 이들의 발상을 뒤집어 새 고객가치를 부여하는 중고거래 플랫폼도 나왔다. 땡큐마켓의 경우 업체가 고객 집으로 직접 찾아가 중고물건을 평가한 뒤 값을 지불하고 수거해간다. 다량의 물건을 한번에 처리할 수 있다.

직거래를 없애고 택배서비스를 합친 중고장터도 있다. 헬로마켓은 전국 어디서나 무게에 상관 없이 2000원에 이용할 수 있는 헬로택배와 헬로페이로 사기 없는 중고거래를 표방한다.

리씽크는 소비자가 아닌 기업의 페인포인트 해결을 자처한다. 이 회사는 기업의 재고상품에 새로운 가치를 부여해 소비자를 찾아주고, 기업의 고민을 던다. 김중우 리씽크 대표는 “기업은 재고를 신속히 처리하고, 소비자는 보다 저렴한 가격에 물건을 살 수 있다. 최근엔 면세업계의 페인포인트 해소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페인포인트 파악 방법으로 빅데이터 활용이 권장된다. 빅데이터 전문가인 서울대 조성준 교수(산업공학)는 한 강연에서 “기업들은 빅데이터를 통해 얻어낸 인사이트를 활용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 빅데이터로 페인포인트를 추정하고, 제품개발·품질예측·수요예측·고객관계관리 등의 업무를 해야 한다”고 밝혔다. 

최영락 본부장은 “공급초과 상태인 지금 규모의 경제는 더 이상 의미가 없다. 세밀한 고객만족이 가장 중요해졌다”며 “결국 소비자 불만, 고통이 가치로 전환되는 지점이 페인포인트다. 이를 구매력과 합쳐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고 사업기회를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문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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