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북아 항모시대'..한국형 경항모가 갖고올 손익계산서는?
"동북아 제해권 확보·동맹 역할 부각에 필요" 의견도
(서울=뉴스1) 김정근 기자 = 최근 중국과 일본이 항공모함(항모) 사업에 뛰어들며 동북아시아에서도 항모 경쟁이 일기 시작했다. 우리 해군도 '경향모(CVX)' 개발을 추진하며 보조를 맞추려 하지만 '조' 단위의 세금이 들어가는 만큼 손익계산서를 따져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중국은 첫 항모 '랴오닝'함에 이어 자국산 항모 '산둥'함을 개발해 지난 2019년 실전 배치했다. 산둥함의 만재배수량은 7만톤으로 젠(J)-15 전투기 40대를 실을 수 있다.
중국관영 중앙(CC)TV에 따르면 중국 해군의 3번째 항모를 연내 건조를 시작해 2025년 실전 배치될 예정. 중국은 오는 2030년까지 총 6척의 항모를 보유한다는 계획이다.
중국의 이 같은 항모 활동을 가장 우려하는 나라는 일본이다. 중국과 영토 분쟁을 벌이고 있는 동중국해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에서 무력 충돌이 발생한다면 가장 가까운 오키나와현에서 전투기가 출격해도 약 400㎞를 날아가야 하기 때문이다.
'이동식 비행장'의 필요성을 느낀 일본은 '대형호위함'이라고 부르는 헬기 탑재형 항모 2척을 2만5000톤급 경항모로 개조해 2023년 실전 배치하기로 했다. 일본은 향후 총 4척의 항모를 보유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우리나라의 항모 보유 논의도 이런 주변국 상황과 관련이 있다. 특히 경항모 도입 찬성론자들은 "북한 견제 뿐만 아니라 미중 간 해양 패권 경쟁 속에서 해상교통로의 안전성을 확보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문제는 비용이다. 한국형 경항모 건조엔 약 2조원의 금액이 투입될 전망이다. 경항모에 탑재될 미국산 F-35B '라이트닝2' 스텔스전투기 20대 구매 비용은 약 2조5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기본 비용만 해도 어마어마한 사업이다.
이 때문에 "경항모 사업은 미국으로부터 F-35B 전투기를 더 사주기 위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는 주장도 나온다. F-35B의 경우 수직이착륙 기능을 가진 대신 F-35A보다 비싸고 무장 탑재량도 30% 가량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는다.
그러나 해군은 수직이착륙기는 좁은 공간에서 '기습 운용'을 하기 위해 만들어진 기체란 점에서 "F-35B가 일반 전투기보다 무장탑재력이 떨어진다 해도 확실한 전술적 가치를 갖는다"고 주장한다.
F-35B의 무장장착 시간은 30~60분으로 F-35A보다 30~60분 정도 짧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각에선 "항모는 유사시 적군의 첫 번째 표적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최첨단 장비를 한 데 모아놓은 항모가 단번에 전투 불능 상태가 되면 전력 손실 또한 막대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중국 해공군 전투기를 상대하려면 "경항모가 아니라 최소 30대 이상의 함재기를 실을 수 있는 중형급 이상의 항모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일반 항모의 절반 사이즈인 경항모는 "북한을 상대하기엔 과하고, 주변국들에 비해선 초라하다"는 평가다.
그러나 해군 측은 '경항모=표적함' 논란에 대해 "항모는 함재기를 비롯해 구축함·잠수함과 전단을 이뤄 운용되는 만큼 대함미사일 등에 대한 기본적인 방어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이지스구축함과 차기 구축함(KDDX), 충무공이순신급 구축함 등 100㎞ 이상 떨어진 대공 표적을 요격할 수 있는 호위 함정들을 이미 갖추고 있는 만큼 이들 함선이 경항모와 함께 움직이면 "적군에 쉽게 타격받지 않을 것"이란 설명이다..
해군 측은 또 "중항모가 경항모보다 전투력 면에선 우위지만, 가성비와 작전 효과 면에선 경항모가 더 유리하다"고 주장한다. 아울러 해군은 이번 경항모 개발이 국내 기술을 통해 이뤄지는 만큼 "경항모 개발이 있어야 중항모 개발도 바라볼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외에도 경항모 도입 찬성론자들은 "경항모가 우리 군의 숙원인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을 앞당기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주장한다.
미국 정부는 한반도 안보 상황과 우리 군의 대북 억지 능력 등을 3가지 조건으로 나눠 평가한 뒤 전작권 전환 시기를 결정하기로 한 상태다. 따라서 경항모 도입은 우리나라의 안보 능력을 적극 강조할 수 있는 요소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군사 영역뿐 아니라 외교적 측면에서도 경항모 도입이 필요로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동맹국 간 안보가 부각되는 환경 속에서 경항모를 통해 우리나라의 존재감을 드러낼 수 있다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26일 '서해수호의 날 '기념식에서 "2033년 모습을 드러낼 3만톤급 경항모는 세계 최고 수준의 우리 조선 기술로 건조될 것”이라며 경항모가 핵심 해군력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우리 군이 2033년까지 경항모를 만드는 동안 주변국들도 가만히 기다려주진 않는다. 이에 경항모 보유에 대한 당위성 못지 않게 주변국의 향후 전략을 예상하고, 건조부터 퇴역까지 하나하나 짚어가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렇지 않으면 경항모를 결제하고 난 뒤 돌아보는 손익계산서엔 '마이너스'(-)가 잔뜩 남아있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carrot@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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