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법 사각지대' 놓였던 고덕 강일 이주민들 구제받을 길 열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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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편 어려운 자식들이 사채까지 끌어서 85세 어머니 중도금을 댔대요. 전세도 못 주고 앞으로 7년 동안 막대한 이자 감당하려니 눈앞이 캄캄했다는데 잘 풀려서 정말 다행입니다. 나이가 있는 분이라, 얼른 팔고 딸 집으로 들어가고 싶어 하셨거든요."
주택법 개정 사각지대에 놓였던 정릉 스카이 연립 이주민과 철거민들이 구제받을 길이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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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익위 "동일한 시기 특공 대상자..4단지에 비해 과도한 차별"
(서울=뉴스1) 박승희 기자 = "형편 어려운 자식들이 사채까지 끌어서 85세 어머니 중도금을 댔대요. 전세도 못 주고 앞으로 7년 동안 막대한 이자 감당하려니 눈앞이 캄캄했다는데 잘 풀려서 정말 다행입니다. 나이가 있는 분이라, 얼른 팔고 딸 집으로 들어가고 싶어 하셨거든요."
주택법 개정 사각지대에 놓였던 정릉 스카이 연립 이주민과 철거민들이 구제받을 길이 열렸다. 4단지를 선택하지 않았단 이유로 전매제한·거주의무기간에 꽁꽁 묶였던 이들이지만, 국민권익위원회 도움으로 구제책이 마련된 것이다.
19일 주택업계에 따르면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는 권익위 권고를 받아들여 고덕강일지구 8단지·14단지 이주대책 및 특별공급 대상자에 대한 전매제한기간·거주의무기간 적용을 4단지와 같이 적용하기로 결정했다.
SH공사 관계자는 "권익위 의결로 형평성과 객관성을 확보했다"며 "이주자·철거민들의 피해를 방지하고자 적극행정 측면에서 권익위 권고를 받아들이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러한 내용은 이날 공식 통보된다.
◇4단지 vs 8·14단지…단지 선택으로 전매제한 강화 '복불복'
'서울 최고령 아파트' 스카이 연립 소유자들은 지난 2016년 집을 정부에 넘기는 대가로 고덕강일지구 특별분양 자격을 받았다. SH공사는 이주민들과 철거민들에게 4·8·14단지 중 한 곳을 선택하도록 했고, 이들은 같은 날 단지를 선택하고 배정까지 받았다.
문제는 중간에 주택법 시행령이 개정되면서 벌어졌다. 법 개정 전 입주자 모집 공고를 낸 4단지는 전매제한기간 5년(이주대책자는 제외)에 거주의무 제한을 피해갔지만, 뒤늦게 공고가 이뤄진 8단지와 14단지는 강화된 규정에 따라 전매제한기간 10년, 거주의무기간 5년(철거민)의 적용을 받게 됐다.
8·14단지 입주민들은 억울함을 토로했다. 한 입주민은 "제대로 안내도 받지 못했는데 갑자기 날벼락을 맞았다"이라며 "스카이 연립 소유자 중 형편이 어려운 사람들이 많은데, 철거민들은 거주 의무 때문에 전세조차 줄 수 없어 길거리에 나앉지 않으려면 사채라도 끌어 써야 한다"며 구제책 마련을 요구했다.
이에 SH공사는 국토교통부에 유권해석을 의뢰하고 외부 법률 자문까지 받으며 만방으로 나섰지만 별다른 해결책을 얻지 못했다. 결국 입주민들은 "고덕강일지구 이주대책 및 특별공급대상자에 대한 전매제한 및 거주 의무기간 적용을 '입주자 모집 공고'가 아닌 '특별공급배정일'로 인정해달라"며 권익위에 민원을 냈다.
◇권익위 "동일한 시기 특공 대상자…4단지에 비해 과도한 차별"
권익위는 8·14단지 입주민 손을 들어줬다. 권익위는 "동일한 시기에 특별공급 대상자로 선정되고도 입주자모집공고가 늦어진 결과로 인해 4단지와 달리 전매제한기간 10년과 거주의무기간 5년을 적용받는 것은 지나치게 가혹하다"고 "4단지에 비해 과도한 차별이 발생했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특별공급 대상자 선정 당시 규정에 따라 8단지와 14단지 또한 4단지와 동일한 기준을 적용받을 것으로 예상했을 것"이라며 "단지 조사 때 거주의무기간 변경 등 어떠한 내용도 통보받지 못했고, 과도한 차별이 발생하지 않도록 경과 규정이 마련돼야 했음에도 그렇지 못했던 점 등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법원 판례도 들었다. 앞서 대법원은 "법률 개정에 있어 구 법률의 존속에 대한 당사자 신뢰가 합리적이고 정당하며, 법률 개정으로 이익 침해가 극심하다면 당사자 신뢰를 보호할 적절한 조치를 해야 한다"며 "적절한 조치 없이 새 법률을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신뢰 보호의 원칙에 위배된다"고 판시했다.
소식을 들은 8·14단지 입주민들은 뒤늦게나마 구제책이 마련돼 다행이라는 입장을 전했다. 이주대책자인 A씨는 "개정된 법 사각지대에 놓인 사람들이 소수에 불과해 혹여나 보호받지 못할까 봐 맘고생이 심했다"며 "이제라도 구제책이 마련돼 마음이 놓인다"고 말했다.
seunghe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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