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변이 약한 면역체계 표적 삼아 짧은시간 동안 점점 힘세져
영국 과학자들이 각국에서 발생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가 면역 체계가 약한 사람들을 장기간 감염시키며 진화하고 있다는 연구 결과를 내놨다. 면역체계가 약한 사람들은 면역체계가 강한 사람보다 바이러스를 빨리 없앨 수 없어 그만큼 이 과정에서 돌연변이가 잦게 일어난다는 분석이다.
웬디 바클레이 영국 임페리얼칼리지런던대 바이러스학과 교수와 줄리안 히스콕스 영국 감염병연구소 의장 연구팀은 이 같은 분석을 담은 연구결과를 국제학술지 ‘일반바이러스학저널’에 15일(현지시간) 공개했다.
연구팀은 지난 1년간 발생한 변이들을 분석했다. 변이가 발생한 위치와 바이러스에 끼치는 영향, 최종적으로 백신에 미치는 영향까지 함께 분석했다. 연구팀은 “변이는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인간에게 적응하며 발생한다”며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사람의 몸을 탐험한 지는 아직 오래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연구팀에 따르면 동일하거나 비슷한 변이가 생긴 바이러스들이 여러 국가에서 독립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코로나19 변이체는 ‘D614G’와 ‘Y435F’, ‘N501Y’, ‘E484K’ 등이 보고되고 있는데 이들 변이들은 모두 ‘스파이크 단백질’ 변이가 발생했다. 스파이크 단백질은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인체 세포에 침투할 때 사용하는 바이러스 표면 단백질이다.
○ ‘D614G’, ‘Y435F’, ‘N501Y’, ‘E484K’ 변이 대표적...모두 스파이크 단백질에 발생
연구팀의 분석에 따르면 D614G는 지난해 2월 중국에서 첫 발견됐다. 사스코로나바이러스-2 스파이크 단백질의 614번째 위치의 아미노산이 D(아스파르트산)에서 G(글라이신)로 바뀌었기 때문에 이름이 붙여졌다. 이어 영국과 남아프리카공화국, 브라질에서 보고됐다. 이 변이는 코로나19의 전염력을 높이지만 바이러스를 더 독하게 만들어 치명률을 높이지는 않는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2월 첫 발견 후 4개월 후 유전자 분석을 마친 코로나19 바이러스의 80%가 D614G 변이를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 아프리카 일부 국가를 제외하고 전 세계 국가들에서 D614G 변이를 가진 바이러스가 발견되고 있다. 연구팀은 “초기 우려에도 불구 D614G는 백신에 영향을 미치지 않으며 경우에 따라 더 쉽게 바이러스가 제거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Y435F 변이는 지난해 중반 밍크가 인간에게 감염됐다는 보고가 나오면서 발견됐다. 밍크가 코로나19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례들이 네덜란드와 네덜란드 등에서 보고되며 밍크에 있던 코로나19 바이러스를 분석했는데, Y435F와 N501T라는 변이가 발견됐다. 이 변이들은 D614G 변이와 동일하게 스파이크 단백질에 발생했다. 바이러스가 ‘인간 수용체 세포’에 더 강하게 결합하도록 하는데 영향을 줬다. 인간 수용체 세포는 코로나19 바이러스 표면의 스파이크 단백질이 인체에 침입할 때 결합하는 부위다. 이 변이 바이러스로 코로나19에 감염됐다가 회복돼 면역이 있는 것으로 판단됐던 사람들도 재감염되는 사례들이 발견됐다.
N501Y 변이는 지난해 12월 영국에서 발견됐다. N501Y 변이가 일어난 바이러스를 B.1.1.7이라는 이름 붙였다. 역시 스파이크 단백질에 변이가 일어났다. 연구팀은 “이 변이는 바이러스의 전염력과 치명률을 높이는 것으로 밝혀졌다”며 “현재 영국에서는 B.1.1.7 변이 바이러스가 지배적이며 감염의 90% 이상을 차지한다”고 밝혔다. 다만 N501Y 변이는 감염 이후 완치된 사람의 면역력과 백신으로 얻은 면역력에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으로 밝혀졌다.
E484K는 최근 몇 달 사이 남아공과 브라질에서 발견되고 있다. E484K 변이는 코로나19에 감염된 후 생기는 항체와 백신 접종으로 생긴 면역력을 회피하는 데 영향을 주는 것으로 분석된다. 연구팀은 “백신을 맞고도 코로나19 감염 후 회복돼 항체를 가진 상태에서도 E484K 변이 바이러스에 재감염된 사례들이 여러 건 보고됐다”며 “백신 효과를 낮추는 것으로 우려된다”고 말했다.
○ 보조 단백질 ‘ORF8, 코로나19 증세와 연관...변이 바이러스 모니터링 적극적이어야
연구팀은 감염 숙주의 면역력을 억제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보조 단백질 ‘ORF8’도 분석했다. 연구팀은 “ORF8가 없는 코로나19 바이러스에 감염됐을 경우 병의 증세가 덜한 것으로 조사된다”고 설명했다.
바클레이 교수는 “변이 바이러스에 관한 정보를 많이 모으면 모을수록 변이가 가진 공통점과 차이점을 분석할 수 있고, 새로운 변이가 어떤 영향을 줄 지 예측할 수 있다”며 “이 정보들을 모두 모아 백신 부스터샷 설계에도 활용할 수 있기에 변이 바이러스를 모니터링하는 것을 게을리 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고재원 기자 jawon121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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